내가 겪은 황당한 인터뷰 경험담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직을 하게 되면 기쁜 상황이 세 번 있다. 첫째는 지원한 곳에서 면접일을 통보받은 경우, 두 번째는 합격 통지를 받은 날, 그리고 세 번째는 새 회사에서 첫 월급을 받는 날이다.
이 세 가지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중 최고봉은 면접일 것이다. 15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겪은 특이한 면접, 나쁜 면접, 이상한 면접 사례들을 모아봤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특이한 면접
면접하면 해당 회사에 가서 면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일 것이다. 혹은 어디 외부 회의실을 빌려서 하던가. 하지만 내가 본 가장 특이한 면접은 커피숍에서였다. 참고로 이 회사는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었다. 모두가 알만한 기업이다.
면접일은 명절 전날로 통보받았다. 난 속으로 “오케이. 회사가 매우 바쁜가”하고 회사 정문을 통과했다. 화장실을 들러 옷매무새를 다듬고 나와서 기다리니 두 명이 내려왔다. 면접관 한 명은 자기는 바쁘니 다른 사람이 면접을 할 것이라고 한다. 옆에 있던 면접관은 나에게 회의실이 꽉 찼으니 인근 커피숍으로 가자고 한다. WTF?? 회의실을 사전에 예약도 안 했다고? 이런 면접은 처음이다.
하필 앉은 의자는 허리를 붙이기 어려운 의자다. 앉아서 이야기하는 동안 면접관은 “우리 일 매우 많아. 일도 복잡해. 감당할 수 있겠어?”라고 한다.
면접 때 면접관이 회사가 일이 많다고 또는 일이 복잡하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감당할 수 있겠냐 묻는 건 사족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면접 보는 사람이 판단할 몫이 아닌가. 무슨 공포의 외인구단 멤버 모집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다음 면접에 대한 연락은 못 받았지만 나는 아쉬움은 별로 없었다. 나는 이후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
아 그리고 당시 그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맛은 별로였다.
나쁜 면접
이 회사와의 면접은 헤드헌터를 통해서 진행되었다. 시작하기 전까진 이 면접이 나의 최악의 면접 경험이 될 줄 몰랐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3명이 착석되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주 면접관은 조금 늦는다고 했다. 그 사람은 20분 정도 지나자 들어왔다. 그는 늦은 것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앉자마자 다짜고짜 “나를 놀랍게 해 봐(Impress me)”한다. 난 속으로 “이건 무슨 [욕] 상황이지? 보통 면접관들은 적어도 적절한 예의는 차리지 않나.”
내가 자기소개를 한참 하고 있는데 그는 나를 중간에 딱 끊어버린다. 내가 최근 맡은 프로젝트를 설명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면접실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니 또 중간에 끊는다. 이게 자기네 회사랑 무슨 연관이 있냐고. 이어서 자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이제는 여기는 합격해도 안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마지막으로 왜 현재 회사를 떠냐고 싶냐고 한다. 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다시 또 끊고, 현지 직장에서 팀원과 불화는 없냐고 묻는다. 내가 없다고 하자 그럼 왜 거기에 그대로 있지 그러냐고 한다. 내가 다시 옮기고 싶은 이유를 반복하자 알았다고 한다.
면접은 끝났고, 내가 먼저 헤드헌터에게 전화했다. 면접관이 이상하다고. 얼마 후 나는 헤드헌터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이후 나는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
이상한 면접
코로나19 시대에 면접은 비대면이 흔해졌다. 이 면접은 내가 현재 직장으로 옮기기 전 일이다. 1차 면접은 그럭저럭 잘 되어서 2차 면접이 잡혔다. 줌으로 들어가니 인사팀 한 명과 나랑 같이 일을 할 실무자가 들어와 있었다. 인사팀 관계자는 화면을 켰는데 실무자는 화면을 안 켜고 있었다. 난 속으로 “시작하면 얼굴을 보여 주겠지…” 그. 러. 나. 인터뷰 내내 그 실무자 얼굴을 못 봤다. 독수리 오형제에 나오는 악당 총통 X도 적어도 실물은 아니어도 화면에 움직이지 않는 얼굴은 비춘다. 적어도 인터뷰 시작 전에 어떤 사정으로 얼굴을 못 비추니 양해 바란다 정도의 한 마디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얼굴 없는 자가 압박 면접을 하니 이건 무슨 취조실 분위기이다. 얼굴도 안 보여주는 사람이 “당신과 나는 늦게까지 같이 일할 거다”를 말하면 무슨 공포 영화 한 장면이 아닌가. 난 인터뷰 내내 이직해서도 몇 달만에 도망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헤드헌터에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오히려 헤드헌터가 그 실무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묻는다. 내가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니 나 말고도 이미 다른 면접자가 비슷한 이유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았다고 귀띔한다.
반전은… 그 실무자가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진작 화면 좀 켜고 하지…
하나하나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회사나 개인이 드러날 수 있어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본다.
이들 면접의 공통점은 있다. 내 느낌은 해당 회사에 일은 무지 많은데 실적이나 분위기는 안 좋다 보니 사람들이 안 오거나 자주 나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람을 뽑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일부 면접관들은 면접 보는 사람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 같다.
그런데, 면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면접 당시 면접관이 우위에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이다. 누군가는 결국 뽑히겠지만 얼마 안 가 그만둘 수도 있고. 그리고 그 면접관이 다른 회사에 지원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서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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