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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Mar 20. 2022

특이한 면접, 나쁜 면접, 이상한 면접

내가 겪은 황당한 인터뷰 경험담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직을 하게 되면 기쁜 상황이 세 번 있다. 첫째는 지원한 곳에서 면접일을 통보받은 경우, 두 번째는 합격 통지를 받은 날, 그리고 세 번째는 새 회사에서 첫 월급을 받는 날이다.


이 세 가지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중 최고봉은 면접일 것이다. 15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겪은 특이한 면접, 나쁜 면접, 이상한 면접 사례들을 모아봤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특이한 면접

면접하면 해당 회사에 가서 면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일 것이다. 혹은 어디 외부 회의실을 빌려서 하던가. 하지만 내가 본 가장 특이한 면접은 커피숍에서였다. 참고로 이 회사는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었다. 모두가 알만한 기업이다.


면접일은 명절 전날로 통보받았다. 난 속으로 “오케이. 회사가 매우 바쁜가”하고 회사 정문을 통과했다. 화장실을 들러 옷매무새를 다듬고 나와서 기다리니 두 명이 내려왔다. 면접관 한 명은 자기는 바쁘니 다른 사람이 면접을 할 것이라고 한다. 옆에 있던 면접관은 나에게 회의실이 꽉 찼으니 인근 커피숍으로 가자고 한다. WTF?? 회의실을 사전에 예약도 안 했다고? 이런 면접은 처음이다.


하필 앉은 의자는 허리를 붙이기 어려운 의자다. 앉아서 이야기하는 동안 면접관은 “우리 일 매우 많아.  일도 복잡해. 감당할 수 있겠어?”라고 한다.


면접 때 면접관이 회사가 일이 많다고 또는 일이 복잡하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감당할 수 있겠냐 묻는 건 사족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면접 보는 사람이 판단할 몫이 아닌가.  무슨 공포의 외인구단 멤버 모집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다음 면접에 대한 연락은 못 받았지만 나는 아쉬움은 별로 없었다. 나는 이후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


아 그리고 당시 그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맛은 별로였다.


나쁜 면접

 회사와의 면접은 헤드헌터를 통해서 진행되었다. 시작하기 전까진  면접이 나의 최악의 면접 경험이   몰랐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3명이 착석되어 있었다. 그중  명이  면접관은 조금 늦는다고 했다.  사람은 20 정도 지나자 들어왔다. 그는 늦은 것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앉자마자 다짜고짜 “나를 놀랍게  (Impress me)”한다.  속으로 “이건 무슨 [] 상황이지? 보통 면접관들은 적어도 적절한 예의는 차리지 않나.”


내가 자기소개를 한참 하고 있는데 그는 나를 중간에 딱 끊어버린다. 내가 최근 맡은 프로젝트를 설명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면접실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니 또 중간에 끊는다. 이게 자기네 회사랑 무슨 연관이 있냐고. 이어서 자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이제는 여기는 합격해도 안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마지막으로 왜 현재 회사를 떠냐고 싶냐고 한다. 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다시 또 끊고, 현지 직장에서 팀원과 불화는 없냐고 묻는다. 내가 없다고 하자 그럼 왜 거기에 그대로 있지 그러냐고 한다. 내가 다시 옮기고 싶은 이유를 반복하자 알았다고 한다.


면접은 끝났고, 내가 먼저 헤드헌터에게 전화했다. 면접관이 이상하다고. 얼마 후 나는 헤드헌터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이후 나는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


이상한 면접

코로나19 시대에 면접은 비대면이 흔해졌다. 이 면접은 내가 현재 직장으로 옮기기 전 일이다. 1차 면접은 그럭저럭 잘 되어서 2차 면접이 잡혔다. 줌으로 들어가니 인사팀 한 명과 나랑 같이 일을 할 실무자가 들어와 있었다. 인사팀 관계자는 화면을 켰는데 실무자는 화면을 안 켜고 있었다. 난 속으로 “시작하면 얼굴을 보여 주겠지…” 그. 러. 나. 인터뷰 내내 그 실무자 얼굴을 못 봤다. 독수리 오형제에 나오는 악당 총통 X도 적어도 실물은 아니어도 화면에 움직이지 않는 얼굴은 비춘다. 적어도 인터뷰 시작 전에 어떤 사정으로 얼굴을 못 비추니 양해 바란다 정도의 한 마디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얼굴 없는 자가 압박 면접을 하니 이건 무슨 취조실 분위기이다. 얼굴도 안 보여주는 사람이 “당신과 나는 늦게까지 같이 일할 거다”를 말하면 무슨 공포 영화 한 장면이 아닌가. 난 인터뷰 내내 이직해서도 몇 달만에 도망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면접이 끝나고 나는 헤드헌터에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오히려 헤드헌터가 그 실무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묻는다. 내가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니 나 말고도 이미 다른 면접자가 비슷한 이유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았다고 귀띔한다.


반전은… 그 실무자가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진작 화면 좀 켜고 하지…


하나하나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회사나 개인이 드러날 수 있어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본다.


이들 면접의 공통점은 있다. 내 느낌은 해당 회사에 일은 무지 많은데 실적이나 분위기는 안 좋다 보니 사람들이 안 오거나 자주 나가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람을 뽑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일부 면접관들은 면접 보는 사람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 같다.


그런데, 면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면접 당시 면접관이 우위에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이다. 누군가는 결국 뽑히겠지만 얼마 안 가 그만둘 수도 있고. 그리고 그 면접관이 다른 회사에 지원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서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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