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 때 우리 집으로 다시 찾아온 코로나19
“이번에는 목감기 같아”
아내는 몇 개월간 직장에서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환절기라 목감기가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가족이 또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올해 3월에 걸렸고 내 주변에서 보건대, 이번 오미크론 변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걸리거나 이전에 애매한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 집중 타격을 하고 있었다. 다니는 직장에서도 뒤늦게 걸렸거나 동서네처럼 연초에 확실하게 걸리지 않은 경우 가족 모두가 걸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한 번 걸렸으니 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부심. 또는 자만 또는 오만이었다.
추석 시작 바로 전 아이들을 챙겨주시는 이모님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었다. 이모님은 우리 가족 모두가 3월에 걸렸을 때 혼자 안 걸리셨는데 이번에는 피해 가지 못하셨다.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이모님과 접촉이 잦은 둘째. 일단 이모님을 퇴근 미리 하시게 하고 둘째가 고열이 있는지 상황을 지켜봤다. 저번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3일 간격으로 우리가 한 명씩 쓰러졌으니 이번에도 3일 후를 고비라고 판단했다.
추석 연휴 첫날. 이모님이 증상이 있다고 하신 날로부터 3일. 아이들은 괜찮다. 난 자가 키트로 검사해보니 음성. 무엇보다 난 아무런 증상이 없다.
난 10년 만에 등산을 갔다 왔다. 원래 이런저런 이유(가장 큰 이유는 귀찮아서)로 등산을 피했는데 아내가 사회생활 좀 하라고 가라고 해서 오봉산을 갔더니 근육통이 좀 있다. 아내와 아이들도 여전히 별다른 증상이 없다.
추석 당일. 점심에는 부모님과 외식(어머니가 차례를 없애셔서 밖에서 식사로 대신했다).
저녁에는 장인 장모님 댁에 들려서 식사. 큰 집이 아니다 보니 차례를 안 하신지 좀 되었다.
아내는 저녁에 목이 살짝 아프다고 한다. 하지만 난 이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내는 감기를 걸리면 항상 목부터 아프다고 했었고 이모님과 접촉이 제일 없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셋째 날. 아내는 아침에 병원을 갔다 오겠다고 한다. 여전히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난 아이들 아침을 준비했다.
그러다 병원에서 아내가 보낸 한 통의 문자.
막상 아내가 걸리고 나니 우리 부부는 패닉 하기보다는 주변에 아내가 양성인걸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
아이들은 어차피 당장 검사해도 양성이 나올 가능성은 낮으니 일단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난 다시 한번 자가 키트를 해봤지만 예상대로 음성.
근데 나도 근육통과 목이 까끌까끌한 것 같다. 근육통은 등산을 갔다 와서 그런 것 같고, 목은 아내로부터 감기를 옮아서 그런 거겠지라고 믿고 싶다.
난 일단 3월 코로나 걸렸을 때 사뒀던 목 스프레이, 1달 전 걸렸던 목감기 때 받은 진해거담제, 그리고 친구가 얼마 전 줬던 진통제를 모두 복용했다.
내일이면 알겠지. 내가 가족 내 재감염자 2호가 될지.
가족 코로나 1차 감염 관련 글:
https://brunch.co.kr/@jitae2020/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