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관심 없는 일을 할 때나 적용되는 말이다
내 아내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보기에 무리할 정도로 일을 사양하지 않고 받아서 진행하다 마감을 놓쳐서 기한 연장을 받고 날밤 새워 과제를 끝낸다. 그리고 이 과정의 무한 루프.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결혼 초에는 건강과 안전 제일주의를 추구하던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과제 A를 끝내고 B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A, B를 동시에 할 경우 어떤 것을 더 신경 써서 언제까지 끝낼지 우선순위를 두고, 자체 일정을 만들어서 거기에 맞추어 끝내면 되는데(막상 이렇게 나열하니 복잡한 프로세스 같아 보인다),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난 아내가 무리를 할 때마다 “과욕이 참사를 불러”라고 지적질을 하면, 당연히 아내는 눈을 굴리고 난 후 (항상 기한을 넘기지만) 결국은 끝냈다.
그리고 같이 10년을 살다 보니 난 개인마다 자기 꼴대로 살아야 탈이 안 난다는 법을 (진부한 전개이지만) 아프면서 깨달았다. 아내한테는 내 방식이 낫다고 할 수도 없는 게, 본인한테는 이런저런 일을 과욕을 부려서 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아내가 현 직장에 가게 된 배경에도 거기 계신 분이 아내한테 과제를 부탁해서 아내가 완수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아내는 거기로 이직했다. 나 같으면 굳이 그런 걸 귀찮게 왜 하는지 투덜거리고 거절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아내한테 잘되었다. 그리고 다시 몇 년 후 내가 그 덕으로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포틀랜드를 갔으니). 그 당시 상황을 판단할 때 내가 맞았을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보니... (진부한 말이지만) 인생은 모르는 일이다.
내가 4개월간 브런치 활동을 하면서 아내가 보기에 내가 평소 나답지 않게 글 쓰는 거에 욕심을 낸다고 한다. 그리고 “과욕이 참사를 불러”를 나한테 돌려준다. 내가 요새 주로 집에 있다 보니 머릿속에 글 소재, 글 구상, 글쓰기에 나의 대부분 에너지와 시간을 할애한다. 다만, 내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아내가 초기에 글 써보라고 등을 떠밀긴 했지만),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또다시 진부한 말이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게 하고 싶거나 즐거운 일이면, 남들이 과욕이라고 생각해도, 나한테는 과욕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내도 그 많은 과제들을 즐거워서 까진 아니어도 본인이 하고 싶기 때문에 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맡은 것마다 건강과 시간 등 각종 변수들을 고려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내가 그 업무를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니 최대한 그 일을 빨리 끝내고 쉬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반면 내가 브런치에 이틀 꼴로 글을 올리는 것은 과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직 활동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글로 풀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나도 에너지 소모가 덜하고 다른 작가님들이나 외부에서 글을 읽어서 조회수 올라가는 걸 확인하는 게 요새 내 작은 낙이다.
그렇다면 나한테 브런치 글쓰기와 관련해서 어떤 과욕이 있을 수 있을까.
최근에 올린 “남자의 로망은 픽업트럭??”이 다음 자동차+에 걸리면서 “춘천에서 중고차 폐차 분투기”에 이어 두 번째로 자동차+에 걸린 글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다.
내가 만약 글쓰기의 즐거움을 망각하고 이 상황에서 조회수 욕심을 내다 무리를 하면 참사를 부른다. 가령 조회수에 집착해서 “내가 누드로 중고차 운전해봤다”와 같은 자극적인 글을 쓰면, 브런치에서 쫓겨나고 경찰서에서 설렁탕을 먹으면서 긴긴 대화를 할지도.
최근에는 아내가 날밤을 새고 일하거나 과제를 많이 가져와도 나는 “과욕이 참사를 불러”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대신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가 한 말을 빌려서 나름 응원의 메시지로 난 말한다: “그건 당신의 운명(팔자)이여”(It’s your destiny).
두 번째 다음 자동차+에 걸린 글:
https://brunch.co.kr/@jitae2020/88
꼴대로 살아야 탈 나지 않는다는 글:
https://brunch.co.kr/@jitae20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