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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Jun 06. 2019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남편은 도착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발표 준비, 논문 마무리, 새로운 실험과 환경에 익숙해지기 등등 내가 봐도 존경스러운 정도로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나는? 나도 남편과 함께 진통하고 있다. 남편이 지쳐서 돌아온 날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시큰해지고, 남편이 피곤해하면 나도 몸에 기운이 쭉쭉 빠지곤 한다. 마치 부인이 임신하면 함께 입덧을 하는 남편같이 나도 그의 스케줄에 함께 울고 웃고 있다. 


지난 달부터는 어학원에 등록했다. 우리집 독일어는 내가 책임저야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집 대표로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한 달정도를 미리 하고와서 망정이었지, 아니었으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뻔 했다. 노는 시간에 그래도 뭐라도 해 둔 과거의 내가 참 고맙다. 어학원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인데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쁜 시간이다. 우선 오전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좋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면 집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대충해놓고 낮잠도 잘 수 있다. 점심도 든든하게 챙겨먹고 학원으로 나서면 된다. 안좋은 점이라면 수업이 늦게끝나기 때문에 부랴부랴 집으로 온 후 남편과 함께 할 저녁상을 차려야한다. 수업이 유독 힘든 날이면 밥을 차릴 자신이 없어 대충 때우거나, 밖에서 사먹고 들어오곤 한다. 


남편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꽤나 바쁜 모양이다. 연구하는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마무리 해야할 논문과 진행하는 실험, 발표준비 등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날씨가 더워져 온 몸이 축 늘어진 채로 퇴근하는 남편을 보면 안쓰런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런 남편에게 해줄수 있는게 간식을 챙겨주는 것이나 아침에 출근준비를 도와주는 것 뿐이라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도시락싸는건 이제 일도 아니다. 계란후라이 햄 치즈까지 들어간 든든한 샌드위치 5분 완성이요 ㅋㅋㅋ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남편은 남편대로 본인의 무게를 견디고, 나는 나대로 일상을 보내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온 우리가 저녁때 드디어 만날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함께있는 것 자체로 참 위로가 된다. 오늘도 남편은 어제 새벽 1시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있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나는 나대로 빨래를 하고 설거지, 저녁식사 준비를 미리 해놓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타향살이가 조금 퍽퍽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해서 묵묵하게 이방인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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