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물에 잠긴 도시에는 되돌아갈 길이 없다

[1부 한강에는 금붕어가 산다] episode 01

by 지은
1부
한강에는 금붕어가 산다

작은 어항에 갇힌 금붕어는 딱 그 크기만큼 적은 성장을 한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날, 혜진은 유금 세 마리를 한강 물살에 흘러 보냈다.
수류를 타고 점점 뒤틀려가는 몸은 갇힌 생의 모양을 닮아 있었다.



1. 물에 잠긴 도시에는 되돌아갈 길이 없다


혜진은 서울에 올라온 뒤로 좀처럼 이 도시에 정을 붙일 수 없었다. 그 중 서울을 가장 미워하는 날이 있다면, 그건 단연 비 오는 날이었다. 비 오는 날의 지하철은 젖은 콩나물 줄기처럼 끈적한 사람들로 들끓었고, 시내버스는 혜진의 다리에 무심하게 물을 튀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끔찍한 건 서울의 오래된 습기였다. 역세권이라는 이유로 덥석 고른, 볕도 들지 않는 소형 아파트 하나. 그 습한 공기는 혜진의 일상을 서서히 잠식해 갔다. 책장에 곰팡이가 슬었고, 갓 세탁한 옷에서는 걸레 냄새가 물씬 났다. 침대는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욕조처럼 눅눅했고, 이불에서는 항상 비린내가 났다. 그럴 때면 마치 축축한 우산을 넣어둔 배낭처럼 혜진의 마음도 안쪽부터 서서히 젖어들었다. 7월 장마철엔 그런 날이 끝없이 이어졌다.


습기와 냄새에 질식할 듯한 어느 날, 혜진은 무작정 한강으로 향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한강공원은 완전히 잠겨 있었다. 벤치와 잔디밭은 흙탕물 속에 잠겨 있었고, 그 위로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둔지 전체가 잠겨버릴 정도로 강물의 유량이 바뀐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물에 잠긴 풍경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혜진은 문득 대홍수 속으로 몸을 던지는 상상을 했다. 서울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을 앗아간 곳에서, 자신만은 여유롭게 물살을 가르며 유영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후련해졌다. 서울에서의 삶이란, 모두가 햇살을 즐기는 공원을 향해 나아갈 때 자신만은 물에 잠긴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점차 혜진의 마음속에는 서울 살이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엄마 탓으로 돌리는 버릇이 생겼다. 서울의 삶으로 자신을 꾸역꾸역 밀고 올라온 엄마가 아니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가늠해보기도 했다. 그 어떤 상상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서울에서 십오 평 남짓한 월세나 전세 집을 전전하는 대신, 여수 어딘가에 서른 평짜리 자가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땀이 뻘뻘 나는 지하철을 타는 대신,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출근할 수 있는 길 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하철의 복잡한 콩나물 더미 속에 자신의 몸을 욱여넣은 그날도 혜진은 같은 생각을 했다. 한강 다리를 건너는 지하철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언제나 멈춰 선 차량들로 가득한 도로였다. 그 풍경을 볼 때마다 부모를 따라 순진하게 상경한 자신의 멍청함을 원망했다.

혜진은 그동안 부모가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도로는 온통 막혀 움직일 수조차 없는 한강 다리였다. 그제서야 혜진은 깨달았다. 어릴 적 따라 올라온 길에는 되돌아갈 길이 없었다는 사실을.




· 이 이야기는 현대 가족의 서사를 담은 허구의 소설로, 모든 인물과 사건은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본 작품은 1부 〈한강에는 금붕어가 산다〉, 2부 〈수관의 수줍음〉, 3부 〈해묘 군락〉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입니다. (작품 제목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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