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함께

감사함 명상 에세이, 21일 루나 디톡스 #12

by 지반티카

아침에 일어나면 요를 개고, 방 청소를 하는 게 첫 번째로 하는 일이다. 이제 춥지 않아서,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를 했다.


"구구."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 작은 창문을 보니, 그 앞에 비둘기가 앉아 있다. 저대로 두면 따뜻한 변을 선물로 누고 갈지도 모른다. 다급한 마음에 소리를 쳤다.


"여기 아냐!"


가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는 여전히 앉아있다. 그의 앞에 일행인 듯한 다른 비둘기가 날고 있었다. 왠지 일행도 와서 그의 옆에 앉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데로 가!"


그는 대답이 없었다. 어디서 소리가 나나, 두리번거릴 뿐이다. 동그란 눈이 순진해 보이지만, 그래서 안된다. 아무것도 몰랑 아 몰랑, 하는 표정으로 원치 않는 선물을 놓고 가는 것만큼은 말이다. 한 번 더 소리쳤을 때야 푸드득 거리며 날아갔다. 창가에 가서 확인해 보니 다행히 깨끗했다.


잠깐 앉아 쉬었다 가기가 좋은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 그곳에 앉았다가 간이 화장실로 쓰고 가버리는 비둘기들이 있다. 2년 전쯤, 새벽에 일어나 요가와 명상 수련을 하고 있는데 희한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렸던 곳이 바로 비둘기 친구들이 좋아하는 작은 창가였는데, 비둘기가 창가에 둥그런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앉아있었다. 미국에서처럼 슈, 하고 소리를 내니 떠났다. 그리고 그곳엔, 여러분이 이쯤까지 읽고 나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선물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 주변에 말라붙은 상태의 선물은 덤이었다. 스크래퍼로 긁어내며 얼마나 욕을 했는지.


한참 '빈센조'가 방영될 때였는데, 송중기가 집에서 비둘기와 함께 하는 장면을 봐도 그 어떤 낭만도 느끼지 못했었다. 윗부분만 열 수 있는 큰 창문의 아래쪽에도 쉬어가는 비둘기들이 있다는 것은 소리와 그림자로 알게 됐는데, 머릿속에 뜨뜻한 선물 무더기와 함께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가 저절로 그려졌다. 입체적 상상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공포에 질린 채로 며칠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만나는 비둘기들의 외양을 잘 살펴보고 부탁을 했다.


"네 친구들한테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해줄래? 우리 집은 여기서 내려가서 길가에 있어. 너네도 오지 말고 여기서 놀아. 알았지?"


그곳은 누구나 언제나 갈 수 있는 공원이었다.


그 뒤론 창가가 깨끗한지 가끔씩 확인한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까맣게 잊어버린 상태로 지냈다. 글을 쓰며 기억이 났지만, 그 기억도 이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비둘기는 한국의 도시 사람들 대부분에게 공포 또는 혐오의 대상이다. 어렸을 땐 사람들이 하도 싫어하니 나도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소위 말하는 또래 압력 (peer pressure)이라는 것에 의해 내 진짜 의견과는 상관없이 비둘기를 싫어하는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관이 뚜렷하지 않을 때라 그 모습이 더 쉽게 만들어지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비둘기가 싫지는 않다. 공원에서 산책할 때 비둘기의 무리들이 떼 지어 날아오지만 않는다면 구구거리며 아장아장 걷는 것도 귀엽다. 전에 오지 말란 얘길 전해달라고 부탁한 비둘기는 낮에 그 구역(?)에 가면 항상 있는 흰 비둘기였다. 씻겨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닐 텐데, 항상 깨끗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평화를 상징하기도 하는 새인데, 보고 인상을 쓰거나 피하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싫어하게 된다면 비둘기에겐 공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나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비둘기가 사라지며 상태계의 균형이 깨져 발생할 문제가 더 심각할지 모른다. 벌이 멸종할 경우 일어날 끔찍한 일들처럼.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사이, 앞 건물에 까치가 날아와 앉았다. 꼬리를 까딱거릴 때마다 푸른 깃털이 반짝거린다. 아주 희미하게 초록빛깔이 보인다. 사진을 찍어도 담기지 않고, 그림을 그려도 그대로 표현해 낼 수는 없는 눈부심의 결이 느껴진다. 까치가 앉은 곳은 건물 옥상에 설치된 얇은 철근 막대기 위. 까치의 발처럼 세 갈래로 나뉜 가지가 하늘을 향해 있다. 까치를 볼 때면 한국사람답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마음껏 반가운 손님을 눈에 담는다.


bird face_Matisse Practice.png Birdy Face, Jivantika (After Matisse)


한참 보고 있던 까치가 날갯짓을 하며 떠나자, 홀로 남은 철근 구조물이 중심을 잃는다. 미약하게 세 가지가 흔들거린다. 박차고 오른 까치의 힘이 그 정도로 센 것이다. 이마저도 감탄스러워 막대기에 남은 진동을 눈으로 느낀다. 이 모두를 포착하는 눈, 여기에서 여러 감정과 의미를 느끼는 뇌, 이 모두를 감각으로 경험하는 몸. 죽을 때까지 함께 할 나의 육체와 존재에 감사하다. 다행이다. 풍요로움이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개개인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새와 함께. 새들이 친히 열어주는, 토요일 오전이다.


| 당신을 위한, 당신의 명상 |


오늘, 어떤 하루 보내셨나요? 마주친 동물 친구가 있으신가요?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반려 동물도 좋아요. 동물 친구는 나에게 어떤 기분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나요? 그 친구에게 감사한 점이 있나요?



만났던 동물 친구나 반려 동물이 없으시다면, 좋아하는 동물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셔도 좋아요.


우리가 바빠서 인지를 못할 뿐, 동물들은 우리의 일상에 늘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되어주기도 하고, 음식으로 귀한 영양분이 되어주기까지 하죠. 동물들이 살아서 주는 기쁨과 죽어서까지 주는 도움에 대해 떠올려보세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속으로나 혼잣말으로라도 그 감사함을 전해보세요.


하트를 꾸욱 눌러 출석 도장을 찍으시고, 주변의 동물 친구들, 좋아하는 동물들을 기억하며 기분 좋은 밤 보내세요.


찾아내신 보물 같은 감사함댓글로 나누어주셔도 좋습니다. 저에게는 연재를 이어가는 힘이 되고, 다른 독자 분들에게는 이런 부분에도 감사할 수 있구나, 하고 시야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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