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1일 루나 디톡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사함 명상 에세이 #2
동네 주민 센터는 조용한 주택가에 있어요. 생수 페트병을 모아서 가져가면, 일반 쓰레기봉투와 바꿀 수 있답니다. 스무 개의 페트병을 한 아름 안고 갔다가, 한 장의 쓰레기봉투로 가벼워졌어요. 손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지더라고요. 주민센터를 나와서 걷다 보니, 화단이 눈에 띄었어요.
경사가 좀 있는 내리막길이라 잘 다니지 않던 길인데, 그 길을 따라서 꽃이 심어져 있었어요. 데이지같이 생긴 희고 동그란 꽃이 올망졸망 바닥에 붙어있었죠.
열대 지방에 흔할 것 같은 노랗고, 붉은 꽃잎을 세로로 기다랗게 품은 꽃도 보였어요.
그리고, 긴 푸른 줄기 위에 동그랗게 피어난 보랏빛 꽃도 있었어요.
누가 가꾼 화단이 이리도 예쁜가요. 생각이란 걸 하게 되더라고요.
바쁠 땐 꽃도 눈에 잘 보이지 않아요. 누가 심고 물을 주었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죠. 그런데 멈추어서 보니, 참 아름다웠어요. 이 아름다운 화단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니까,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들었던 얘기가 문득 생각났어요. 그릇이나, 가구에 눈코입이 붙어있으면 그냥 그릇, 그냥 가구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게 된다고 누가 그랬거든요. 티비에서 봤는데, 누가 그랬더라.
왜, 운전할 때 졸지 말라고 트럭 뒤에 눈 스티커를 붙여놓기도 하잖아요. 타요 버스도 그런 맥락에서 눈이 앞에 달린 걸까요? 타요 버스의 친구로는 회색 얼굴을 한 파랑 기차 토마스도 있네요.
화단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눈코입이 있고 살아있는 사람이 가꾼 작품이라는 게 인지가 되니까 마음이 참 따뜻해지더라고요. 디즈니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식물들도 눈코입이 있으면 좋겠어요. 꽃이든, 나무든 모두 눈코입이 있고 말도 할 줄 알면, 사람들에게 꺾이거나 베이는 일이 없을 테니까요.
자연이 오늘날처럼 황폐해지게 된 건, 사람들의 마음이 바빠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얼마를 벌어야 하고, 가져야 하는 집과 차...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도 마음속도 꽉 차니까, 여유가 없어서 바빠진 거잖아요? 아픈 건 자연뿐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화단을 가꾼 사람과, 그 화단에서 햇빛을 받으며 행복한 꽃들이 있어서 하루의 시작에 기쁨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저도 이 기쁨을, 글에 담아 여러분에게 돌려보냅니다. 눈코입이 있고, 말하고 움직이는 제가, 여러분에게요.
바쁘다 바빠 외치면서 스트레스 받는 그 시간, 잠깐 멈춰서 감사함을 스스로에게 선물하시는 시간으로 바꾸어 사용하시길 진심으로 바라요. 그러면, 몸도 마음도, 여러분 주변 사람들도, 집 앞을 알록달록 푸르게 채워주는 꽃과 나무들도, 높은 하늘과 달도 아주 좋아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