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반티카 May 12. 2024

책상 서랍에서 잠든 시나모롤 스티커를 어린이에게

2024 21일 루나 디톡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사함 명상 에세이 #5



가족들과 만나 다 같이 식사를 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으로 함께 하는 모임이었죠. 


“아직 병원에 계신 것 같애.” 



사촌언니 말처럼,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어요. 


못 본 사이 언니의 딸이 많이 컸어요. 어린이들은 정말 쑥쑥 자라요. 눈도 못 뜨는 아기였는데 말이에요. 큰아빠 댁 언니 방에서, 아기를 어색하게 품에 안아본 게 첫 만남이었어요. 이제 벌써 여섯 살이래요. 


야채보다는 고기를 잘 먹는 어린이. 오늘은 어쩐지 야채를 잘 먹었어요. 좋아하는 삼촌 옆에 앉아서 더 먹을 맛이 난 모양이에요. 


“삼촌한테 음식 영업 당하고 있어.” 



집이 가까워 어린이를 종종 만나는 사촌동생이 웃으면서 말했어요. 옆옆에 앉은 어린이가 당근을 먹었다며 제게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2년 전엔가, 사촌오빠 결혼식에서 만났을 때 낯을 가리며 샐쭉하게 굴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사촌동생은 어린이가 핸드폰 케이스에 붙여준 시나모롤 스티커를 보여주었어요. 모든 캐릭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시나모롤이래요. 책상 서랍에서 잠든 시나모롤 스티커를 어린이에게 보내주기로 했어요. 어린이처럼 스티커를 좋아해 모았던 과거의 컬렉션이에요. 우표도 모았었어요. 고모가 물려준 우표집과, 이모가 미국에서 보내준 디즈니 스티커 우표가 기억나네요. 


“나는 스티커가 아까워서 못 붙이고 가지고만 있었는데, 얘는 여기저기 잘도 붙인다.” 


사촌언니처럼, 저도 아까워서 붙이지도 버리지도 못했던 스티커들이에요. 그렇지만 아끼면 뭐 하나요, 똥이 돼버리는걸. 여기저기 잘 붙이는 어린이에게 주면, 스티커도 이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를 웃게 하는 선물로 쓰여 담뿍 기뻐할 거예요


소중하게 손에 쥐고 있었다가 관심 밖으로 난 것이,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반짝반짝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에요. 이모와 고모의 우표가 제게 소중한 보물이 되었던 것처럼요. 가끔 우표집을 열어 우표를 하나하나 볼 때, 이모랑 고모의 사랑이 오래된 우표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 행복해지곤 해요. 


생각해 보니, 그렇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경험이에요. 내가 주는 것을 그 사람이 받아줄 때,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준 것이 내 손안에 있을 때보다 더 빛을 발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도 기쁨이 되잖아요. 


그래서, 내가 나누는 걸 기꺼이 받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역시 감사한 일이에요. 좋은 마음으로 나누는데,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게 또 그렇게 슬플 수가 없잖아요? 


내가 가진 물건과 재능, 또는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상이 참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돼요. 특히,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다가와 함박 웃는 어린이 앞에선, 그 순수한 마음에 내 마음도 활짝 열리게 되죠. 


“다음 주말에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초대할게요.” 


헤어지기 전, 반짝거리는 금색 구두를 신은 어린이가 배 앞에 손을 모으고 말했어요. 


좋은 향이 나는 구두래요. 


“그래요, 그럴게요.” 


어린이와 똑같이 배 앞에 손을 모으고 대답했어요. 야무지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손바닥이 말랑말랑했답니다. 다음에 만나면 어린이는, 쑥쑥 더 커 있겠죠? 


그때까지 저는, 어른들과 명상을 나눌 거예요. 어린이와 어린이의 친구들이 좋은 어른들에 둘러싸여, 좋은 어른들로 성장하도록! 


-


생각만 해도 귀엽고,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스러운 어린이가 주변에 있나요? 사랑하는 어린이에게, 그가 존재함에 대한 감사함과 애정을 충분히 전해 보세요. 


-



5월 26일 일요일, 어른들을 위한 [멈추어, 봄] 반나절 명상 리트릿을 서울 성북동의 사월한옥에서 진행합니다. 


일시: 5/26 3:30 - 6:30 PM

장소: 사월한옥 @sawol_hanok 

(성북구 성북로 76-11, 한성대입구역)


안내: 지반티카 (요가&명상 안내자, 에세이 '특별하지 않지만 소중한' 저자)

대상: 쉬고 싶은 누구나 (명상 경험이 없어도 괜찮아요! 편안한 마음으로 오세요)

비용: 70,000원

정원: 6명


준비물: 마실 물, 텀블러, 요가 매트, 좋아하는 노트와 펜 또는 연필


신청 방법: 인스타그램 @j.jivantika_yi 링크트리 > 구글폼 신청서 작성 > 입금 > 신청 완료

문의 방법: 지반티카에게 인스타그램 DM 주세요. @j.jivantika_yi



소규모로 진행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신청서를 통해 얼른 신청해 주세요! :) 


https://forms.gle/rcnTyEdchnrL63fw5


이전 04화 할아버지,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