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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치 Dec 27. 2023

두려움 없는 조직


약속시간이 남아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갔다.

6년 전 꿈과 희망에 부풀어 교직에 들어선 나는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교직문화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크게 좌절했다.

그래서인지 제목에 이끌려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을 펼쳐보았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지 않고 단순히 용기 있게 행동하기만을 원하는 것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겠다’는 두렵고 불안한 신호로 작용한다.

 



내가 겪은 상황을 정확히 분석한 듯한 문장이라 왠지 들켜버린 느낌도 들고 호기심도 생겨서

계획에 없던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나는 겨우 두 기관에서 근무를 해보았다.

정년까지 근무한다 치면 나의 교직 인생 약 40년 중 6년 차이니

사회 초년생에 가까운 교사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학기 중간에 관리자가 바뀌는 경험을 두 번 겪으며

4명의 원감, 2명의 교감, 2명의 원장, 2명의 교장을 만나 뵈었다.

경력에 비해 참 다양한 분을 뵈면서 나에게도 참 다양한 일이 있었다.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리더들의 공통점,

그냥 다 관두고 도망치고 싶었던 나를 다시 자발적으로 행복하게 일하게 해 준

리더들의 공통점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교사로서의 나에게도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아직 2월 중간 개학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주에 겨울방학을 하며

2학기 교육과정을 마무리하였다.

무사히 큰일 없이 학기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문자를

보호자들에게 돌리면서 안도감과 동시에,

‘올해는 운 좋게 마무리했지만 내년도 그럴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도 느꼈다.


동료 선생님이 며칠 전 학부모와 아주 사소한 일로 마찰이 생겨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는데

남 일 같지 않음에 마음이 착잡했던 영향도 있었던 것 같고,

아동학대 신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을 보았더니

과거에 내가 겪었던 일들이 다시 떠올랐던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교직생활을 거듭하며

보호자와 겪었던 마찰에 주의를 더 기울이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교실 내에서 점점 웃지 않게 되고, 학생들과도 교류하고 즐기는 시간보다

민원이 생길만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염려하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나의 모습에 죄책감이 느껴지고, 매번 자책하면서도

학부모의 사소한 요구나 불만 제기에도 다음날 교실에서 더욱 경직되는 나를 발견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행동도 ‘아이’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고 자꾸만 질책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다가 밑줄을 치게 된 부분들은

학교 조직에서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한 부분이라 공감이 되면서도

내가 학생들을 힘들게 한 부분과 일치하는 것임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나를 이끌어주는 리더에게도 바라는 점이 많지만,

나부터 돌아보자.

리더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은 나에게도 필요하다.





지금껏 리더는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 지시하는 사람, 그리고 지시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프레임에서는 리더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그저 주어진 지시에 순응하는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조직 전반에 두려움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리더가 마치 모든 정답을 안다는 듯이 군림하는 분위기에서는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반면 겸손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배우려는 리더와 함께라면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느끼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된다.




여기서 겸손이란 단순히 자기 능력을 뽐내지 않는다는 개념이 아니다.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지는 않으며, 내 말이 곧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다.

이와 더불어 교실이든, 직장이든 어느 조직에서나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늘 타인의 의견과 생각에 동의하고 서로를 포장해 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분위기,

어느 직장에서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견 충돌에

구성원 개개인이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는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업무 성과’가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유일한 지표라고 느낀다면

섣불리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현실과 마주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와 더불어 ‘노력’과 ‘과정’이 평가에 반영된다고 믿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끝까지 제안하며 파고드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업무 환경에서

노력을 칭찬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훌륭한 과정이 반드시 훌륭한 결과를,

부족한 과정이 반드시 부족한 결과를 낳는 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학기 말 보호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돌리며

 ‘2월의 남은 학기도 더 잘 운영하기 위해 더 많이 연구하고 오겠다’고 하였다.


진심이다.  


오늘의 독서가 교사로서의 내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까?

더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

더 나은 조직구성원이자, 리더가 되고 싶다.

잘 가르치고 싶고, 잘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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