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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웅 Sep 22. 2020

남기고 싶은 것들.

그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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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것들과 재회할 때.



흥미 있고 좋아하는 것들, 여러 삶의 순간이 기억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기록의 도구로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어 그림을 그리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입시 미술을 시작한 고등학교 때 이후 딱히 어떤목적 없이 관성으로 그리던 시절도 있었고, 잠깐씩 길게는 꽤 오랜 시간 여러 가지 이유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때에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항상 나에게 그림은 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뭐 그렇다고 대단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지만)



바쁜 일상생활 속에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기보다, 디자이너로 일해오며 매일 대하는 삶 속 일부분으로 인식되어 어느 사인가 나의 생활공간, 잘 열지도 않는 컴퓨터 폴더 이곳저곳에 정리하지 않은 그림들이 쌓여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한주의 업무로 지저분해진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정리하다가 '그림들'이라고 써진 폴더에 들어가 그 안의 내용물을 보며 퇴근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보고 있었다.

오래된 사진을 볼 때도 가끔 느끼지만 시간이 기억의 왜곡을 만드는 건지 내 관점이 바뀐 건지 그림들이 예전 봤을 때와 달라 보였다. 당시엔 좋아 보이던 그림이 이건 뭐지.... 싶고 반대로 망한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구석에 짱박아 뒀던 그림이 괜찮아 보이고.... 그런데 신기한 건 그림이 잘났건 못났건 모든 그림이 당시 감정이나 기억, 그림을 그린 시간과 장소까지 정확하게 떠오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방치하고 신경 쓰지 않아서 그렇지 확실히 우리의 뇌와 몸은 일정기간을 함께하고 특정 목적으로 갈고닦아 몸에 밴 무엇인가는 다시 마주하는 순간 그때 받았던 즐거움을 기억하는게 분명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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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퇴근하는 강변북로를 달리며 잊고 있던 그 즐거움을 조금씩 기록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piece of you


요즘은 순간 떠오르는 감정이나 장면을 그려 가끔 인스타그램에 한 줄의 내용과 함께 올린다.




지친 요즘

_ 꿈의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순간




사회생활을 하며 반복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조직과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의 그림,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무엇하나 쉬운 게 없다.

아이패드 프로를 사고 프로크리에이터를 사용하면서 통일 된 색으로 큰 면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두움과 사물을 드러내게 만드는 빛들....





돌아보면 늘 그랬듯 그림에 집중하는 동안은 느낄 수 없지만, 마무리된 그림들을 모아놓고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세삼 들여다보게 된다. 결국 나를 닮은 그림들.






온전한 감정이 들어가면 항상 그림이 어둡고 모션도 느려 디자이너 초년생 땐 지적도 받고 콤플렉스였다. 그 결과로 그림을 그릴 때도 몇 년간은 아주 건조하게 색과 덩어리는 배제하며 선으로 보이는 것들을 그린 시기도 있었는데 선도 오히려 경직되고 자신감도 사라져 결국 한동안 아무것도 그리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또 그걸 억지로 붙잡고 있으니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지속할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 수 있는, 나에겐 자책감이 들었던 시간이 이어졌고 그 시간을 지나며 업무에서 요구되는 정도를 파악하고 몸에 익히니 내 감정이나 스타일과도 타협이 가능해지는 순간이 나도 모르게 찾아왔던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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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처음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내 모습과 그 마음이 좋아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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