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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Dec 10. 2023

인생을 사는 두 가지 방법

인생을 사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무엇이 되었든, 타인들의 삶을 쫓는 것이다. 타인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타인들이 얻은 것에 시기질투하면서, 타인들과의 경주에서 이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일이다. 그럴 때, 중요한 건 내가 남부럽지 않게 타인보다 더 가지는 것, 남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되는 것, 남들처럼 살되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이다.


그러나 삶에는 그와 역행하거나, 혹은 그와 비스듬하게 가는 다른 길도 있다. 타인들과 나를 비교하는 몇 가지 기준들, 예를 들면, 돈이나 권력 같은 것에 목매기 보다는, 내 삶의 가치를 찾아가보는 것이다. 때론 남들이 어리석다고 하거나 우습게 여길지라도, 내게 더 만족스러운, 내가 좋아하는 삶의 스타일을 집요하게 찾아보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흔히 가는 길에서 흔히 얻는 것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 얻어보는 것이다.


이 때 '다른 것'의 궁극적인 형태랄 게 있다면, 그것은 내 삶의 '서사'가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타인들을 무작정 쫓고, 타인들의 기준에서 우월감을 얻고자 한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자기만의 '서사'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서만 살면, 우리는 기껏해야 타인의 게임에 속한 한 캐릭터로 밖에 살 수 없다. 그 속에서 레벨이 50이나 70이나 90일 수는 있어도, 자기의 게임을 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의 삶을 살면서 얻는 건 그런 타인의 게임에서 줄 선 플레이어1이 아니라, 나의 게임에서 나의 삶을 산 나의 '서사'라는 이름이다.


거의 본능적으로 나는 그렇게 자기만의 서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획일화된 레이스에서 1등을 한 사람들에게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대단하긴 하지만, 대단한 것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느끼진 못한다.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사람은, 역시 자기만의 서사를 써내는 사람들이다. 대체 불가능한 자기만의 서사를 가진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나도 그런 서사를 갖고 싶어진다. 이 때의 마음은 시기와 질투가 아니라, 거의 순수한 존경과 동경에 가깝다.


물론, 꼭 거창한 자기 서사 같은 걸 써내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삶에는 존경할 만한 점이나 배울 점들이 있기 마련이다. 또 반드시 '자기 서사'라는 것을 삶에서 획득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삶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하늘에 있는 저 수많은 별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나는 살아가면서 나만의 별자리를 그리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에 속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욕망이 내게 있었다고 일깨워주는 사람을 볼 때면, 삶을 더 사랑하고 싶어진다. 진짜 나만의 삶을 살고 싶은 의욕이 생겨난다.


나는 내게 주어진 레이스가 있다면, 그 경기장의 벽면을 뚫고 나가서 나의 삶이 있는 광야로 걸어나가보고 싶다. 삶에서 하나 해보면 좋은 것은, 역시 '나의 서사'를 쓰는 일이 아닌가 한다. 다른 누가 몰라도, 나의 별자리 하나 만드는 것, 그 삶에서 나의 만족과 가치를 찾는 것, 그것이 살아볼 만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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