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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는 것

by 정지우

결혼할 때, 아내 지인들은 아내가 나랑 결혼하는 것에 대해 다들 걱정이 많았다. 딱히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던 듯하고, 말하자면 다들 반대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나는 책을 몇 권 쓰긴 했지만, 딱히 직업도 없었고, 대학원은 졸업하네 마네 하다가 결국 나와서 일종의 백수로 지내고 있었다. 대체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모범생으로 살아온 아내의 주위 사람들이 볼 때 나는 무척이나 '수상한 인간'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장인어른 만큼은 나를 좋게 봐주었다. 장인어른이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나는데,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을 존경하네."라는 것이었다.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은 없었기에, 그 말은 어딘지 모를 울림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볼 때, 나는 수상하거나 이상하고, 미덥지 못하거나 어딘가 모자라 보일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마웠다.


지금에서 보면, 아내 주위에서도 딱히 결혼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내가 결혼을 가장 잘한 것 같다고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건 내가 잘나서라기 보다는, 아내와 내가 서로 노력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가깝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남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쁜 삶을 살고 있지 않고, 나름대로 좋은 삶을 향해 조금씩 잘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세상 사람들은 잘 모르는 타인에 대해서도 쉽게 '내가 척 보면 안다'라고 믿기도 하고, 몇 가지 단서만으로 너무 손쉽게 편견을 강화시키거나 낙인 찍는다. 아마도 그건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타인을 너무 섣불리 아군이라 믿기 보다는 적군이라 의심하는 능력이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다른 동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견과 선입관을 만들어내고, 낙인 찍고 혐오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특히, 나는 언젠가부터 "나는 사람을 잘 본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내가 생각할 때, 사람을 척 보면 안다는 것, 딱 보면 어떤 사람인지 파악된다는 것은 그냥 자기 안에 타인을 규정하는 편견의 틀이 많다는 뜻 밖에 안된다. 특정 직업, MBTI, 지역 출신, 취미, 말투, 과거, 인상 등 뭐가 되었든 자기 안에 분류 체계가 많을수록, 그만큼 타인을 타인 그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어진다. 온전히 타인을 보기 전에 규정하고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인간 이성과 관념이 만들어낸 온갖 규정방식이나 편견들은 그 나름의 유용성이 있다.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을 '처음처럼' 대하려고 하다가 에너지를 다 써버릴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적당히 규정하고 판단내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을 진정으로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과 온전한 시간을 오랫동안, 깊이 보내야만 한다. 그러기 이전에 아는 것들 중 진실은 별로 없다.


한 때 타블로의 학력위조를 전국민 중 1/3 정도는 믿었다고 한다. 인간은 그렇게나 터무니없이 한 인간에 대한 허위를 진실이라 강렬하게 믿는다. 그것은 거의 본능적인 행위다. 고래로 인간은 한 번 악마나 괴물이라 낙인 찍은 인간이 있으면, 죽을 때까지 미워하고 혐오해야, 각종 전염병으로부터도 안전하고, 집단 와해에 대한 예방도 되었을 것이다. 때때로 나는 그런 본능과 얼마나 치열히 맞서싸워야, 내가 희망하는 '인간'에 도달할 수 있을까 궁금하곤 하다. 아마 평생 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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