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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n 09. 2022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주지 않는다

Photo by - - on Unsplash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힘을 빼앗아 간다."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에, 방송을 통해 이런 말이 흘러 나왔다. "다음 내리실 역은...입니다" 하고 차장이 이후에 전해준 짧은 구절이었는데, 참으로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유달리 피곤하여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의 말을 암기하듯 몇번이나 되뇌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코리 덴 붐'이라는 작가가 쓴 말이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시, 몇 번이나 되뇌었다. 


명언들이나 잠언들이 온 사방팔방에 넘쳐나는 시대다. 화장실에도, 달력에도, 벽에도 온갖 명언들이 붙어 있다. 대부분은 그냥 스쳐 지나가지만, 가끔은, 그러니까 일년에 한두번쯤은 그렇게 우연히 만난 한 구절이 마음 깊이 파고드는 때가 있다. 아마 다 좋은 말들이겠지만, 좋은 말도 내 마음과 늘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런 말이 마음에 적중할 때는, 우연한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비슷하게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렇다. 음악을 잊은 것처럼 살아가다가, 불현듯 버스나 택시, 차 안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나 마음에 적중하여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그 순간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진작에 음악을 들었으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평소에 노래 좀 찾아봐야 하나, 그렇지만, 그래서는 얻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그런 순간은 그냥 사건처럼 만나고,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 사건 같은 우연을 선물 받을 때면, 인생이라는 게 살만한 것이라고 느낀다. 아내와 아이랑 산책하다가 달팽이를 발견한 순간 같은 것도 그렇다. 무언가 삶에는 계속 선물이 주어진다. 퇴근길의 노을이 너무 예쁘다든지, 갑자기 고개를 든 곳에 무지개가 있다든지, 그런 것도 마찬가지다. 우연이 삶을 사랑하게 한다. 그래서 늘 우연에, 삶에 빚진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힘을 빼앗아 간다." 참으로 마술 같은 말이어서, 오늘의 이 순간을 조금 더 사랑하게 해주는 것 같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인데, 내가 잘한 것이나 노력한 것도 없는데, 그냥 이 순간을 조금 더 사랑하는 은혜를 입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자마자 한 손으로 밥을 먹으면서, 한 손으로 아이랑 레고를 만들었다. 빼앗긴 힘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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