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똥칠하는 사람들
NGO 단체를 통해 봉사자의 신분으로 2009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인도에 있었다. 뱅갈로르에서 차로 약 세 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난 주로 단체의 활동을 사진과 글로 담아서 홈페이지나 메일, 소식지 등을 통해 후원(예정)자들에게 전하는 일을 했다.
인도는 이전에 갔었던 나라들과는 확연히 결이 달랐다. 모든 예상과 계획이 산산조각 나는 곳이자,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 이전의, 또 그 이후의 삶과 비교해봤을 때 너무 동떨어지고 현실성 없어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게 가끔 믿기지 않는다. 아무튼 '이국'이 무엇인지, '문화충격'이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건 똥이었다. 소, 개, 돼지, 말, 원숭이, 새들의 배설물로 거리는 똥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인도 사람들은 흙을 밟든 똥을 밟든 상관없이 맨발로 척척 걸어 다니는데, 신발을 신은 나는 깨금발로 요리조리 조심조심.
하지만 그보다 힘들었던 건 동물의 똥이 아니라 사람의 똥이었다. 변의가 있는 사람들은 물 한 바가지 떠서 화장실이나 풀 숲에 들어가 볼 일을 보고 왼손만을 사용해 물로 뒤처리를 한다. 당연히 두루마리 휴지나 갑티슈는 사치품이었고 필요치도 않았으며, 그래서 팔지도 않았다. 그 당시 단체의 대표님은 변비와 치질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지구촌 환경에도 훨씬 도움이 되고, 인도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다며 물로 하는 뒤처리를 적극 추천하시기도 했다. 그곳에 모인 봉사자들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하는 심정으로 그 문화에 동참했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아닌, '차갑고도 부드러웠던 뒷물의 추억'. (살에 닿는 물이 차가웠고, 물에 닿는 살은 부드러웠다.) 볼일 본 뒤 물로 씻어 내고 손수건이나 작은 타월로 물기를 닦아 낸 뒤 비누칠해서 손 씻으면 끝. (몇몇의 인도 사람들처럼)손에서 화장실 냄새가 나는 걸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손 씻는 일을 제일 열심히 했다. 가끔 단수가 되고 물탱크에 저장된 물도 바닥이 나면 화장실 가는 걸 참아야 했다. 변기 내릴 물도 뒤처리할 물도 손 씻을 물도 없는 거니까. 나중에는 밥 먹듯이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고역이었다.
똥 닦을 때 왼손을 쓴다면 밥 먹을 때는 오른손을 쓴다. 물론 숟가락, 젓가락, 포크 같은 도구는 필요 없다. 손가락 몇 개가 다 하니까. 나름의 위생 규율로 입에 닿는 손과 항문에 닿는 손을 구분했지만, 사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양손을 쓸 수밖에 없는 일은 양손을 쓴다. 음식을 만드는 일도. (손톱 밑이 까만 오른손 왼손 열 개의 손가락으로 짜빠띠 반죽을 빚더라도 모른 척하는 정신 건강에 좋다.)
길거리에 널린 동물들의 똥들은 그들에겐 그저 흙이나 모래나 바위와 같을 뿐인데, 소똥은 좀 특별하다.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소들은 뼈가 툭툭 튀어나올 만큼 마른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제대로 못 먹어서 저렇게 야위었구나 싶어 안타깝다가도 퍽퍽 싸지르는 똥의 양을 보면 제대로 못 먹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싶은 거다. 풀을 먹고 자란 녀석들의 똥 색깔은 풀색. 소 몇 마리가 지나간 골목에는 반드시 섬처럼 똥 무더기가 쌓여 있기 마련인데, 그때 여인들은 집에서 나와 소똥을 주워 간다.
그렇게 가져간 소똥을 다방면으로 알차게 쓴다. 연료로도 쓰고 약으로도 쓴다는데, 벽에 바르기도 한다. 만약 어떤 집의 외벽이 덜 마른 찰흙처럼 촉촉한 데다 그 색이 풀색이라면, 막 소똥을 바른 거다. 소똥이 바람과 햇볕에 건조가 되면 그 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굳는다. 왜 벽에 똥칠을 하는 건진 모르겠다. 소를 신성시 여기다 보니 자연스레 나타난 종교적 제의의 하나인지, 벽을 보강하고 단열 효과를 얻기 위한 건축적 유용성이 있는 건지, 아니면 시멘트나 페인트보다 소똥이 더 높은 미적 결과물을 창출한다고 믿는 건지.
소똥 말고 사람의 똥도 쓸 데가 있다. NGO 단체에서는 마을 여러 곳에 방과 후 학교를 세워 운영했는데, 교내에 친환경 화장실을 만들었다. 옛날 우리네 푸세식 화장실인데, 아래로 떨어진 똥들을 모아서 거름으로 썼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어두움과 두려움과 냄새와 구더기와 쪼그려 앉기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내 똥도 어딘가에 잘 쓰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