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짤막하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예강 Jul 26. 2019

013. 폭우, 수영

  폭염과 함께 찾아온 신열로 이틀 밤낮을 내리 앓았다. 바깥의 것인지 안의 것인지 모를 열기 때문에 온몸은 땀으로 푹 절었고, 그저 잔뜩 웅크린 채 어서 고통이 지나가고 평화가 도래하기만을 빌었다. 어쨌든 이틀을 넘기진 않았고 폭염이 지나간 자리엔 폭우가, 몸살이 지나간 자리엔 콧물이 찾아왔다.  


  몸 안팎을 퉁퉁 불리는 다습의 기운을 안고 강화를 다녀왔다. 한창 휴가철이지만, 장대비가 쏟아지는 평일은 예외인 모양이다. 다들 신발을 마루 위에 올려놓고 사랑방에서 수박 썰어 먹으며 티브이를 보는 모양인지, 섬은 한산하고 고요했다. 칩거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른 우리가 뭣도 모르고 도착한 펜션에는 역시나 투숙객이 우리뿐이었고, 그나마 저마다 무늬가 다른 길고양이 네 마리만이 고수레를 기다리며 바비큐 시간에 맞춰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폭우 속 수영. 가까이의 동막해변은 온통 뻘밭이더라. 혹시나 해서 수영장 달린 펜션을 고른 건 정말 잘했다. 소금쟁이 한 마리와만 나눠 쓴 그 수영장은 쏟아지는 비로 물이 점점 불어 나는 것 같았는데, 그건 기분 탓이었을까. 수영을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지만, 그래도 와르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물놀이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비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물에 반나마 잠긴 채 고스란히 그 비를 다 맞는 거라는 걸, 이제 알았다. 


  수영 후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서 막힌 코를 팽 풀어내고, 빠져나간 수분을 맥주로 꿀떡꿀떡 채웠다. 그리고 이튿날 흐물흐물해진 속을 알알한 꽃게 해물탕 한 국자로 쓸어내리고 나니, 어느새 하늘은 멎고 비는 잦아들었다. 폭우만큼 호되게 쏟아지던 콧물도 차츰 말라가는 느낌. 


  비는 일요일까지 계속 이어질 모양이다. 어제오늘 충분히 비를 맞았으니 주말은 나도 웬만하면 칩거. 수박은 취향 밖이고 티브이는 가지고 있지 않으니, 견과류나 씹으며 책이나 읽어야지. 그러다 보면 공기도, 내 코도 뽀송해지리.

매거진의 이전글 012. 일요일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