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희망퇴직 한 남편, 등 떠민 아내.
1/2 새벽 미팅 내용
주제는 2025년 목표 관련 내용.
원래는 보통 1/1 당일에 하는데 어제 미션이 꽤나 많았다. 집점검,등산,세차,가구설계 등 하루에 많은 일을 처리하고 나니 목표공유을 못가져 새벽에 일어나 했다.
남편의 올해 목표
1.집짓기 2.독립 사업 3.회사보다 더 벌기 4.행복하기
내가 말했다.
4번은 1,2,3번 잘하면 된다고. (시니컬~)
돈벌이 계획
1월 : 정리 및 준비
2-4월 : 배우기 (100-200 만원)
4-10월 : 벌기 (300-700 만원)
11월 : 사업하기
남편 사업 계획 들은 후기
남편의 계획을 들은 나의 생각은 하나다. 방향 및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측면에서 그정도 사업 계획을 가지는 것은 좋다. 다만,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 사업계획을 괜히 구체적으로 생각하거나, 여러가지 생각을 할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해보는게 중요하다. 남편도 평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제안을 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내가 지금 그 아이템이 좋다 안좋다는 논할 수준은 더더욱이 아니다. 따라서 말을 최대한 아끼는게 좋을거 같다… 고는 생각했다. (사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은 이미 남편한테 킥이 없다, 소구점이 없다. 잘 모르겠다. 등 … 한바탕 말해 벌임;)
그리고, 하고자 하는게 청소사업,투자 및 자기브랜딩,공간사업 등이 었는데, 3-10월 메인으로 청소를 하면서, 공간활용 수익화도 건든다는게 조금 너무 힘이 분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3-4월정도에 플랫폼에 넣어서 세팅 정도로만 가볍게 해두고, 아예 나한테 넘기던가 하라고 하는게 좋을거 같다. 남편이 이것저것 신경 쓰지말고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냥 저 task자체를 내가 가져갈 수도 있다. 나도 올해 중반기 목표는 못세웠는데 큰 허들이나 이슈가 없으면 내가 하던가 할 수 있을 거 같다.
사실 그동안 남편의 퇴사에 대해 크게 실감이 안났고, 바로 몇일전까지 재정 계획을 정리할때도 온갖희망에 가득차 있었다. 돈이 쪼들려도 희망 하나로 모든게 오케이였다. 근데 막상 오늘 사업계획을 듣다보니, 아. 우리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공부(배우기)부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지점이구나를 새삼 느꼈다. 절망스럽지는 않다. 다만 막연함이 있다. 이번에 오를 인생의 산자락이 어느정도 크기인지 가늠이 안되는 막연함. 보이지 않는 산 초입부에서 조금은 긴장되며 어깨가 자연스레 움츠러 드는 그런 느낌이다.
이럴 때는 같은 말을 수백번 되새겨야 한다. 남편은 잘 하고 있다. 남편은 잘 하고 있다. 남편은 잘 하고 있다. 잘할거다. 잘할거다. 잘할거다. 잘할거다. 잘할거다.
와이프인 나의 역할은 채근하지 않고, 지켜보는 묵묵한 지지를 해주는 것임을 안다. 그게 근데 참 어렵다. 기질상 쪼는 걸 잘하는 와이프이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믿고 조용히 기다리는거. 스스로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기에 “믿고 기다림”을 나의 도전과제로 가져가야 할 판이다. 오늘도 목표 및 사업계획 리뷰 하는 남편에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반응들이 남편에게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을거 같다.
믿고 기다리자. 믿고 기다리자. 믿고 기다리자.
나란 인간을 말할 거 같으면, 회사에서의 똑같은 생활도 불안하고, 회사밖에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도 불안하고, 이놈의 불안.. 불안은 왜 내 인생에서 떠나지를 않는걸까? 아주 어릴적부터 태생적으로 가진 아비투스인걸까. 불안하지 않았던 때는 계획하고 예상대로흘러가는 그 순간들이었을뿐이다. 나는 왜 “계획”으로 “불안”을 상쇄하는가. 불안이 근본 생기지 않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쯤 되면 “불안” 이 내 인생의 해결 과제같이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항상 안좋은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항상 안 좋을까봐 불안해 하며 살았다. 계속. 불안해한다. 이 단어를 상쇄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할거 같다. 오늘도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는 불안들. 루틴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불안을 애써 다잡는다. 그리고 남편을 바라보는 나 스스로에게도 말한다.
남편은 잘하고 있다.
믿고 기다리자. 믿고 기다리자. 믿고 기다리자…
그래도 확언을 하니까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아비투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불안했는지, 내가 가진 기질과 가지지 못한 것들은 어디에서 온건지, 어떻게 하면 상위 아비투스를 장착할 수 있는지 알아가보며 오늘의 출근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