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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마의유혹 Sep 21. 2024

15주년 결혼기념일

어느덧 40대 부부

 며칠 전 우리 부부의 15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우리가 결혼하던 해. 아침 일찍 결혼식장으로 가던 그날의 하늘을 잊지 못한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랬던 가을 하늘. 지금도 종종 파란 가을 하늘을 볼 때면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매 해 가을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엄마 아빠 결혼할 때 저렇게 하늘이 파랬다고?'라고 아이들은 묻곤 한다. 맞다. 우리는 정말 좋은 날에 행복한 결혼을 했다. 젊고 예뻤던 그날.



 


분명 난 20대 때 결혼을 했는데, 어느덧 40대가 되어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둘에서 셋이 되고 셋에서 어느덧 넷이 되어 있다. 우리 둘을 똑 닮은 아주 예쁜 두 딸이 있고, 아이들 커가는 재미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둘일 때도 좋았지만 넷이 된 지금은 더 좋다. 행복이 네 배, 아니 그 이상의 배가 되고 있다.


 




 15주년 결혼기념일. 결혼할 때 결혼기념일마다 웨딩사진 찍자고 했었는데, 살다 보니 웨딩 사진은커녕 그냥 둘이 같이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힘들더라. 내 휴대폰이나 오빠 휴대폰엔 90% 이상이 아이들 사진이다. (앞으로는 둘이 사진 좀 찍어야겠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기념일이나 여러 가지 기념일에 큰 의미 부여를 했었었다. 그게 뭐라고 왜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는지... 그랬기에 뭔가 특별한 것을 하거나 선물을 주고받지 않으면 서운하고 속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지나가는 하루지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나에겐 내 생일은 별로 기쁜 날이 아니다. 그냥 또 늙어간다는 걸 확신시켜 주는 하루일 뿐... 그래서 오히려 무언갈 하는 게 더 싫어지는 그런 날이다.


 하지만 결혼기념일은 그래도 오빠와 가정을 꾸리고 살았던 시간을 증명해 주는 날이기에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도 마찬가지였는지 평소 너무 바빠서 웬만하면 연차도 못 내고 일하는데 결혼기념일만큼은 연차 내고 쉬었다. 연차를 냈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가야 하고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세우다 말았다. 체험학습을 내고 다 같이 갈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큰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는 체험학습 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관뒀다. 결혼기념일이니까 둘이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둘째가 엄마아빠만 둘이 여행 가는 거 싫다고 자기 혼자 학교 가고 학원 가고 밥 못해먹는다고 해서 포기했다. 큰딸은 자기가 알아서 학교 가보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큰딸은 큰딸인가 보다. 말이라도 이렇게 든든하게 해 주는 게...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둘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이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다. 내가 꽃은 절대 사지 말라고... 연애할 땐 그렇게 좋았던 꽃인데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돈 아까운 꽃이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쉬우니 케이크만 사서 초에 불만 키고 껐다. 아이들이 더 신나서 난리...



어떻게 보면 그냥 평소와 다를 것 없었던 15주년 결혼기념일이지만 나에게는 정말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던 하루였다. 요즘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둘이라 버틸 수 있고, 넷이라 이겨낼 수 있다 믿게 해주는 하루로 앞으로 더 행복할 날이 가득할 거라 생각이 들었던 그런 하루였기 때문이다.


 '오빠, 15년 동안 나 사랑해 주고 내 옆에서 힘이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 15년 30년 그 이상 우리 더 행복하게 잘 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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