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독서와 교과서 읽기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가 내년이면 독서를 지도한 지 10년이 됩니다. 늘 최종 목표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되도록 자기 주도력을 갖춘 아이들로 만들어 주자는 것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는 공부를 안 하지 않는데, 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들입니다. 많은 시간을 공부에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제자리인 아이들의 학창 시절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하고, 우리의 현실에서 고등학교까지의 학창 시절이 평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학창 시절이 학업 문제로 죽고 싶을 만큼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올해 출간된 <시한부>라는 책이 중학생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학교 아이가 직접 쓴 중학생의 자살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청소년의 자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입니다. 친구의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더라, 어떤 아이는 친구의 장례식을 다녀왔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비단 학업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학습 문제에 있어서 아이들이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의 좌절은 겪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글을 읽고는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들이 스스로 이렇게 저렇게 해볼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도와줄 것입니다.
<교과서 읽기의 힘.>
흥미독서와 교과서 읽기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세요.
우선, 이 시기쯤이 되면 흥미를 위한 독서와 학습을 위한 글 읽기는 구분 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100페이지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듯이 교과서를 읽어버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교과서 구석구석에 나온 삽화나 말풍선, 자료까지 꼼꼼히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 사실을 아이 스스로 인지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당연히 알겠지 생각하는 부분이나, 우리 어른들의 학창 시절보다 미디어와 함께 나고 자란 세대라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교과서는 그 어떤 책 보다 많은 연구와 검토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의미 없이 적힌 단어와 문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부분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인지시켜 주시고, 한 번쯤은 엄마가 함께 읽어주시며 읽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게 좋습니다.
큰 틀을 보는 눈을 키워주세요.
너무 중요한 힌트임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의 제목이나 학습목표를 확인하지 않는 아이들이 태반입니다. 어떤 아이는 자기 교과서에는 학습 목표가 절대로 없다고 말해서 내기를 하자면 같이 웃었던 적도 있습니다. 1년의 수업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번 시험 범위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먼저 목차를 보고 시작을 하면 훨씬 수월한 시작을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동적인 공부를 합니다. 그것이 메타인지로 연결되어 내가 약한 부분과 강한 부분을 구별 짓지 못하고 학교에서,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숙제만 겨우 해가는 상황이 오랜 시간 반복될 수 있습니다. 엄마의 역할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저의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해주는 방법 역시 스스로 인지하게끔, 스스로 큰 틀을 바라보게끔 질문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목차를 보고, 학습목표를 보고 소제목을 보는 습관이 들도록 코칭해 주세요.
스스로 자습서를 만들어 보게 하세요.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심각한 상태라고 연일 보도고 되고, 학교 학원 할 것 없이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의 문해력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교과서를 정리하며 공부할 것을 기대하지 못하여 정리된 프린트를 주시는 경우도 많고, 학원 역시 대신 보기 좋게 정리를 해주고 중요한 문제를 뽑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긴 글을 읽고 스스로 요약을 해보고 중요한 것을 판단해 볼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 답답하고 돌아가는 길 같아 보여도 이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것만큼 진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습니다. 모든 과목에 적용됩니다. 이번 시험 범위에서 내가 잘하는 부분, 못 하는 부분을 판단해서 모르는 것을 줄여가는 것을 목표를 두고, 스스로 정리하며 중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사춘기의 독서>
초등학생이라면 아직 많은 독서의 경험을 주셨으면 합니다. 고학년이라 학업량도 늘고 시간이 없다면 많은 책을 읽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주일에 한 권도, 한 달에 한 권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 중요한 시기에 손에서 책을 놓게 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사춘기 시기는 사실 독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사고를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자랐기 때문에, 책을 읽고 사고하는 훈련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는 독서를 시작하기에도 딱 알맞은 나이입니다. 이 시기에 책을 놓으면 성인의 독서로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살면서 정말 책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는, 책에서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지향하는 독서는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1도라도 옮겨 놓을 수 있는 독서입니다. 그런 독서를 시작하기에도 이 시기는 최적의 시기입니다. 뒤에서 이야기할 <데미안> 같은 소설을 제가 사춘기 시기에 제대로 읽었더라면 삶의 방향이 분명히 변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으니, 사춘기의 독서는 인생 전반을 놓고 보았을 때도 너무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 고등학생은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책이 즐거운 일이라는 경험을 만들어 놓으면 시간이 없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시키지 않아도 쉬면서 한 번씩 책을 꺼내 읽습니다. 저희 집 고1 큰 아이도 사춘기 시기에 읽는 양이 확 줄기는 했어도 책을 손에서 놓지는 않았던 덕분인지 지금은 제가 읽는 책을 같이 읽곤 합니다.
이 시기의 독서가 쉽지 않은 것은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책을 잡으면 더 잠이 오는 시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 필독서라며 어려운 책을 쥐어주면 아이가 더 책에서 도망갑니다. 그래서 공감할 만한, 쉽게 읽히는 책부터 권해주는 게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런 책이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정말 문해력이 늘고 독서력이 성장하는 것은 책에 푹 빠져 있는 그 경험에서 나옵니다. 책에 푹 빠져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의 흐름이 보이고, 전체적인 구조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 경험을 하면 관심이 생기는 영역의 책을 찾아서 읽는 기적 같은 일도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그래서 다음장부터 사춘기 아이들이 빠져서 읽을만한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에는 엄마들을 위한 책을 소개합니다. 제 분신 같았던 아이를 놓는데 도움이 되었던 책, 처음으로 내 삶을 사는 듯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변하는데 도움을 준 책, 잊고 살았던 나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에 앞서 일단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아이들 책을 소개드립니다. 입을 닫아버린 아이와 따로 또 함께 읽으시며 벌어진 그 틈을 채워보셨으면 합니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 실제로 읽고 소위 ‘대박’이라고 해주었던 책들만 엄선했습니다. 부디 이 책들이 마중물이 되어 우리 사춘기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지 않기를, 또는 다시 책 속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