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사춘기 아이 모두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지은이:이꽃님
출판사 : 문학동네
발행 연도 : 2021.09.24
주제 : 가족 간의 사랑과 존중, 성장
주요 인물 : 은유, 또 다른 은유
“나는 네 곁으로 갈게. 네가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속상한 날에는 눈물이 돼서 네 얼굴을 어루만져 줄게.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도, 시험을 잘 친 날에도, 친구랑 다툰 날에도, 슬프거나 기쁘거나 늘 네 곁에 있어 줄게.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이 책은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와 엄마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첫째 아이의 사춘기는 많은 엄마에게 아픔입니다. 사춘기란 엄마 품을 떠날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나 타인을 사랑해 본 적이 있었을까 싶게 사랑한 나의 분신 같은 첫째 아이였습니다. 둘째, 셋째에 대한 사랑이 그만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처음이었기에 특별했고, 서툴렀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엄마와의 심리적 거리를 원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홀로 서 볼 용기를 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힘들고 불안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품 안으로 들어와 어린 시절처럼 아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모습에 익숙한 엄마 눈에는 그것이 정상이고, 그렇지 않은 모습은 불안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붙잡아 두려 하면 할수록 아이는 더 세게 더 거칠게 엄마 품을 걷어차고 나아갑니다.
그렇게 멀어져 가는 거리가 아쉽고 서운한 엄마도, 왠지 모르게 엄마가 자꾸만 미워지는 사춘기의 아이도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다 읽고 나서 엄마를 꼭 안고 울었다는 아이도 있었고, 괜히 성질냈던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붙잡고 멈추지 못해 밤을 새우고 읽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시간여행을 모토로 하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역시 이꽃님 작가!! 할 만큼 탄탄한 스토리 구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2016년을 살아가는 은유는 어느 날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나에게 쓴 편지를 부치게 됩니다. 그 편지는 어떻게 된 일인지 1982년을 살아가고 있는 이름이 같은 다른 '은유'에게 배달이 됩니다. 2016년의 은유는 중학생이고, 과거의 은유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 시간의 속도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현재의 은유가 1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 과거의 은유는 빠르게 성장해 20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처음엔 동생이던 과거의 은유는 점점 현재의 은유보다 언니가 됩니다.
“아 참. 네가 말했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찾아봤어. 네 말대로 꽤 유명한 예언가였대.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생각에 두려워 자살한 사람도 있었다더라. 진짜 바보 같지 않아? (중략) 종말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고. 세상은 계속될 거야. ”
“끔찍한 건 정수 오빠가 날 걷어찼다는 거야. (중략)
어차피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하면 부끄러움도 끝이라고 생각하면서 견뎠는데, 지구 멸망 안 한다며! 멀쩡하게 산다며! ”
아빠와 둘이 사는 은유에게 아빠는 물론 어떤 가족들도 엄마 이야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아빠와도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살고 있는 은유의 마음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 두려웠던 아빠도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린 은유는 이해하지 못한 채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겁니다.
아빠가 날 두려워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세상에 어떤 부모가 자식을 그런 눈으로 봐?
“아빠는 늘 그런 식이었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무슨 일 있냐 한 번을 안 물어봐. 내가 얼마나 그 말이 듣고 싶은데...... 얼마나 기다렸는데......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해서 모두 옳고 모두 용감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사춘기가 된 아이들이 깨닫는 순간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 이런 책을 읽으며 엄마 아빠도 아플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는 한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는 않을까요? 이 시기는 부모도 아이도 모두 서로가 독립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고 나면 서로를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아픔을 외면하고 그 외면 속에 외롭던 은유에게 이 1년간의 편지는 현실을 마주하고 아픔을 딛고 성장해 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아빠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걸 왜 난 몰랐을까.
아빠를 붙잡고 다시 한번 엄마에 대해 물어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빠를 보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아빠가 웃고 있었거든.
요즘은 아빠가 웃는 일이 많아. 내가 엄마에 대해 물으면 아빠의 얼굴에 영원히 웃음이 걸리지 않을 것만 같다. 아빠가 바보처럼 웃는 게 화가 나지만, 그래도 아빠 웃음을 빼앗고 싶진 않아.
1980년대를 배경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아이들이 그때를 묻기도 하고, 지금과 다른 맞춤법 표기에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점점 과거의 은유가 돌아가신 엄마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가는 과정에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여 읽게 됩니다. 세계를 건너서라도 딸에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도록 돕고 싶었을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아이들도 이 글을 읽으며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언니랑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나를 돌아보게 돼. 언니를 포함한 세상 모두가 자라는데 나만 이 자리에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고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제 불만이라는 걸 조금 줄여보면 어떨까 생각하는 중이야”
이 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은유는 성장해 갑니다. 사춘기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아이도, 그 모습을 위태롭게 지켜보는 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도 완벽하지 못한데, 내 목숨보다 소중한 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어찌 남의 일 보듯 편하게만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누구나 겪는 과정이려니, 위태롭지만 이렇게 성장해 가고 있으려니 하고 한발 물러나서 바라봐주면 어떨는지요.
* 확장 도서 추천
이꽃님 작가는 청소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기대하고 보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꽃님 작가의 다른 책으로도 확장해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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