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_ 친구, 사춘기의 전부..
사춘기의 건강한 친구 관계를 위하여..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왕따, 이런 문제에서 우리 아이는 예외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우리 아이가 이상한 아이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피해자도 가해자도 방관자도 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어떤 한 친구의 미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왕따가 되어 있기도 하고, 아이 스스로는 가볍게 생각했다가 학폭의 가해자로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친구 문제는 사춘기 시기에 어쩌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지 모릅니다. 마음이 불편한데 공부 또한 될 리가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이 출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 수업 때문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사춘기 터널을 지나가고 있던 6학년이던 큰 딸아이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어 함께 읽었습니다. 내 분신 같던 아이가 내 손을 자꾸만 놓으려는 것이 느끼며, 그 불안감을 견디는 그 시간은 꼬물대던 세 명의 유아를 동시에 키우는 일보다도 더 힘들었습니다.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교수님은 우리 아이들 세대를 오장육부가 아니라 오장칠부를 가진 세대라고 칭했습니다. 핸드폰과 태어날 때부터 한 몸처럼 지낸다는 뜻입니다. 특히, 친구가 너무나 중요해지는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친구들과의 소통의 창구로써 포기할 수 없는 도구가 되어버립니다. 이 시기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핸드폰을 못 쓰게 압수해 버리는 것입니다. 다른 부분들에서 그다지 부딪히지 않더라도 이 부분에서의 타협점을 차지 못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큰 불화의 씨앗이 되곤 합니다.
그 사춘기의 터널에서 제 아이도 역시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 살기 시작했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소통 창구인 핸드폰을 제한하고 빼앗아 버리는 건 아이에게서 친구를 빼앗아 버리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받게 했는지, 엄청난 반항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도 모두 지나온 터널이건만 그 시기가 되면 왜 그렇게 친구 관계에 집착하는 걸까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럴 때 이런 책을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면 참 좋겠다, 이 책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엄마 입장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건강한 친구관계에 대한 개념을 꼭 정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중학교 아이와 이 책 이야기를 했습니다. 6학년 때 읽어보길 권했던 책이었고, 중학생이 된 이 아이는 어느 날 저에게 와서 친구 관계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이 책이 생각이 났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이해가 되지 않고 너무 화가 났는데, 학원에 오는 길에 이 책을 생각하면서 좀 화가 가라 앉았답니다.그리고 그 친구를 조금은 이해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얼마나 안심이 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사춘기 아이들이 꼭 책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학습과의 연관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 속에서 지혜를 배우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배워가는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단짝 친구를 만들고, 무리를 지어 놀면서 그 사이에서 자신이 도태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친구를 타깃 삼아 험담을 주도하고, 또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할까 전전긍긍 늘 불안한 상태로 이 시기를 지나가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친한 친구 사이가 되면 모든 것을 서로 공유해야 하고, 어떤 순간들에도 내가 우선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하루아침에 등 돌려버리기도 하는 우리 아이들의 미숙한 인간관계. 그것이 비단 우리 아이들만은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어른이나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의 모습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중2 이가 된 이 책의 주인공 다현이는 초등학교 때 은따를 경험하고, 새 학기가 되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는 아이입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홀로 가락국수집을 하는 바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여학생입니다. ‘다섯 손가락’이라는 무리에 속해있지만, 늘 무리에서 떨어져 나갈까 위태롭게 친구들 사이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습니다.
다섯 손가락 무리에서 눈에 띄는 아람이는, 유독 친구를 부리고, 과시하고, 매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은 다현이와 은유만큼, 아람이도 아픔이 있었습니다. 사랑받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했고, 자신을 거부한 사람을 용서할 수가 없고, 남을 누르는 것이 자신을 지켜나가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건강한 친구 관계를 유지해 나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섯 손가락의 (특히 아람이의) 미움을 받는 노은유는 강남에서 전학을 왔습니다. 엄마가 병상에 누워있다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아람이를 부담스러워했다가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다현이는 이유도 잘 알지 못하고 친구들이 싫어하는 친구를 같이 욕하고, 선비질이라 할까 봐 좋아하는 것도 꽁꽁 감춰버리고 맙니다. 선물을 사다 주고, 심부름을 해주고, 그렇게 돌아서면 내 욕을 하진 않을까 불안한 관계를 유지해 갑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 자신에 관해 어릴 때부터 많이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것도 좋지 않지만, 나를 참고 희생하고 내 생각을 죽이며 타인들 속에 잘 녹아드는 것만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기적인 것과는 다릅니다.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도 가르치고, 비바람이 불어도 건강하게 나를 지켜나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을 희생시키고, 짓밟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걸 말이지요.
이 책은 이렇게 복잡한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미묘한 심리 묘사가 정말 훌륭합니다. 저도 이 책을 보며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럴 수도 있겠구나를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누군가는 다현이의 모습에서, 누군가는 아람이, 은유의 모습에서 자신을 모습을 발견하며 '나'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이미 엄마의 손을 놓기 시작한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이야기가 모두 잔소리처럼 들릴 때, 이렇게 책 속에서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성장이니까요.
주인공 다현이도 휘청휘청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자기가 가진 소중한 색깔을 찾아가는 모습이 감동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모두 흔들리며 피어난다.”
저도 엄마이기에, 다현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다현이 엄마는 남편을 잃고, 혼자 우동가게를 하며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남들이 우동 가게에 클래식이 어울리기나 하냐고 하든 말든. 비바람 속에 굳건히 살아냅니다. 그런 엄마의 뒷모습은 다현이에게 사랑이자 가르침일 것입니다. 이만큼 큰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역할,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확장 도서
친구관계를 다룬 소설은 시중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아이들에게 정말 반응이 좋았던 책들만 소개합니다.
<친구 관계를 다룬 청소년 소설>
- 나는 투명인간이다.
- 위험한 게임 마니또
- 귤의 맛
-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