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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mi Aug 05. 2024

한 여름밤의 꿈, 제국의 멸망

이커머스의 비극과, 지분 투자의 몸집 불리기로 남은 시장들.







뭔가 이루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날,
우리는 실패에 대한 걱정을 시작해야 한다.
- 리치 티어링크, 할리 데이비슨 CEO











최근 티메프(티몬 + 위메프) 사태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이커머스 씬에 매우 큰 영향뿐만 아니라 IT 산업 전체의 근간을 뒤흔들 만 사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1. 전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Qoo10)의 계열사로, 수년간 재무 건전성이 취약해 매년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많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으며, 검찰은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하여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큐텐의 구영배대표는 출국금지 상태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였고, 큐텐을 설립하였으나, 이후 2022년 9월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하여, 2023년 3월 말 인터파크 커머스를 인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위메프까지 인수하며 소위 '티메파크'라고 불리는 큐텐 유니버스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해외 플랫폼의 위시와 애경그룹의 AK몰도 인수하였습니다.


그들만의 왕국, 이커머스 씬의 통합!







2. 배경


이런 문어발식의 인수는 무엇을 위함이었을까요?

항간의 소문에는 국내 최초 오픈 마켓인 G마켓을 창업해 나스닥에 상장하고 이베이에 매각한 구영배 대표의 전략이라고도 봅니다.




그는 다시 싱가포르에 새로운 전자 상거래 플랫폼 '큐텐'을 만들었고, 10년이 지나자 다시 공격적인 인수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플랫폼 5개 등을 인수하였죠.




이 과정에서 물류 기업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시도하였지만 그러기에는 인수한 회사들이 적자가 있기에 상장을 위해서는 매출 규모 등을 충족하기 위해 무리한 인수 합병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산대금 등을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에 사용하였다는 정황이 발견되었고, 오늘날의 '티메프'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티몬-위메프의 미지급 정산금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지만 이런 정황으로 인하여 정부는 미정산 판매자 등에게 5,600억 원 등의 금융지원 방침을 밝혀, 국민의 세금을 이런 곳에 쓰냐는 질타를 받고 있기도 하죠.

모든 사람들이 기만당하였고,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3. 파장


이로 인하여 기존의 플랫폼들을 포함한 이커머스 업계에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저의 사견을 추가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법적인 규제

정부기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판매자에게 정산금을 플랫폼 업체가 활용하지 못하도록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를 도입하겠다는 의견입니다.


 

 정산에 대한 확실한 법적 규제를 통하여 플랫폼에서 마음대로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는 방침이죠.


하지만 이런 방향을 가지고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대금을 전용한다는 것처럼 규제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들이 있죠.


저 역시 이러한 관련 법안 제정에는 우려가 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플랫폼 규제법에도 난도질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죠.

 

 또한 기업 내 자금운용에 대해서도 법률적인 제재나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다면 기업의 재투자나 확장 사업에도 난항을 겪을 수 있기에, 네이버나 쿠팡과 같은 공룡 기업들의 자금력이 아닌 이상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을 제외하고 기타 기업들의 혹한기가 시작할지도.






2) 이커머스의 지각 변동


기존 이커머스의 전략들은 트래픽을 늘리고, 입점사를 만들어서 이를 통하여 고객들의 구매를 견인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사몰의 활성화

-더 이상 직접 생산기업들은 이커머스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대형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판매자들도 있겠지만, 자사몰을 활성화하거나 운영하는 것이 자금 유동성이나 안전성에서도 믿음직하다고 판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런 자사몰 서비스를 운영하는 SM(위탁운영)이나 SI(외주개발)등의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새로운 형태의 이커머스 서비스 등장

아무래도 기존의 이커머스 공식에서는 통하지 못하였던, 이런 정산대금이나 플랫폼 운용자금을 몸집 불리기나 특정 회사의 기조대로 활용하는 방안이 아닌, 현재 시장의 상황을 대변해 줄 서비스들이 나오겠죠.



또한 온라인을 불신하여 잠시나마 오프라인의 이커머스 서비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충분히 생각됩니다. 현재 성수동을 기조로 한 강북 지역에 팝업 스토어들의 열광을 봐도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형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등이 아닌 중소, 개별 판매자 플랫폼 서비스가 나올 수 도 있겠습니다. 이들은 초개인화 시대에 맞춰 소비자의 성향과 소통을 통해 서비스 재화 등을 제공하는 형태의 플랫폼이 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들이 나올 것이다























PS.

2000년 초반, 닷컴시대의 열풍에 더불어 미국 실리콘 밸리의 성공신화를 모방하며 많은 스타트업과 회사들이 설립하여 '사회의 불편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좋은 슬로건에 그들의 청춘과 열정을 태웠습니다.


하지만 몇몇의 야욕가들은 그들의 이익과 사익을 위하여 회사의 지분을 늘리고, 다시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사업'을 하였죠.


요즘의 it플랫폼들의 전략들이, 특히 한국은 더욱 엑시트에 초점이 맞춰서 인공호흡식의 투자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것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괜찮은 '사업'들 중에서 이러한 인수합병에 희생되는 직장인들은 제국의 병사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대의도 아닌, 제국의 방향성에 따라 희생되어야 하고 고용되는 그런 병사들.



야욕가들 역시 한때는 열정 넘치는 병사가 아니었을까요.

적어도 본인들의 성벽을 매일 지키고 닦는 병사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오늘날의 이러한 제국의 몰락은 없지 않았을까 합니다.

오늘도 병사는 성벽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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