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제이 Sep 27. 2021

3 장. 너무나 낯선 세상, 프랑스

비싼 돈 주고 졸업장을 거머쥔 지금도 MBA는 교육 업계에서 최고의 마케팅 성공 사례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버버리가 버버리로 불리고, 봉고가 봉고로 불리는 것처럼 사실 MBA 가 MBA라고 불리게 된 것은 미국 경영 대학교에서 새로운 교육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이름 붙인 것이다. 


유럽 역시 최근 점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엠비에이에 대한 인지도가 미국 이나 한국만큼 높지는 못하다. 하지만 오랜 경험과 역사가 있는 야슈쎄 자못 (HEC Paris)는 그랑제꼴 (Grands Ecoles)이라 불리는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프랑스의 체계적인 엘리트 양성 기관으로 손꼽히는데 훌륭한 교수진과 타의 추종을 부르는 동문파워로 유럽 최강으로 손꼽히는 경영 학교이다. Financial Times에서 매년 선정하는 최고의 European Business School에서 4 년 연속 최고의 경영대학으로 뽑혔으니, 그 명성과 자부심은 감히 대단하다 할 수 있겠다.


프랑스에서의 엠비에이는 교실 밖에서 겪게 되는 이질적인 프랑스식 생활 속 경험을 빼놓을 수 없다. 사전 예약 없이는 업무 보기 힘든 은행, 인터넷 신청을 위해서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어야 하는 절차들, 2시간의 점심시간, 오후 3시가 넘으면 7시까지 문을 닫는 레스토랑, 오후 5시가 넘으면 세탁물도 받으려 하지 않는 동네 세탁소 아저씨, 주문받으러 오는 데 30분 걸리고, 계산서 주는데 또 30분 걸리는 식당… 다음 손님 받으려고 밥그릇 비우는 눈치 주는 한국 식당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오히려 이 들이 당최 돈을 벌려는 건지 뭔지 답답할 지경이다.


하지만 인간의 적응력이란 참으로 기가 막힌 것이었다. 한국의 24시간 이마트에 익숙해있던 나에게 슈퍼마켓이 주말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그 어떤 것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내 나름의 새로운 장보기 목록이 생겨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전에 미리미리 사두는 습관을 길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낯선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이전 02화 2장. "너 미국에서 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