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느리게 읽기 1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by 예그림

저번 글까지 5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첫 번째 장은 '수용'의 장이었고, 오늘부터 읽는 두 번째 장(책에서는 '축'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의 주제는 '탈융합'입니다. 오늘은 주제를 소개하는 한 페이지의 짧은 글에서 인용구를 뽑아왔습니다.

왠지 어려운 말 같습니다. '탈융합'. 정확한 뜻은 모르더라도 저에게 '융합'이라는 말은 좀 좋은 의미로 들립니다. 한 가지만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융합해서 새롭고 다양하게 무언가를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여기서의 '융합'은 분리되어야 할 것이 분리되지 않고 뒤섞여있다는 뜻의 융합입니다.



말은 힘이 세다. 언어의 함정에 빠진 인간은 언어로 삶을 이해하는 것으로 모자라 스스로 떠올린 문장을 마치 진리처럼 믿고, 심지어는 그 문장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언어와 현실이 융합되어 버린다.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p. 70.



단어 사전 시리즈까지 연재하며 단어로 세상을 이해하는 저로서는 또다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습니다. 언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지 알기에 저를 힘들게 하는 단어들을 새로운 단어로 바꾸어 나가던 것이 제 단어사전 시리즈의 시작이었거든요. 같은 단어라 해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다르고, 사람마다 이해하는 의미가 다릅니다. 사전적 정의는 하나일 텐데 얼마나 다른 해석을 하는지 알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렵다'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게 '어렵다'는 '불가능하다'와 같은 의미로 이해되거든요. 성공추구동기보다는 실패회피동기가 강한 저이기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어렵다'라고 말해버리면 그 일을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모두 어려운 것들이었지요. 그래서 제가 새로 찾은 단어는 '쉽지 않다'입니다. 말장난 같죠? 그런데 그 '어렵던' 것들이 '쉽지 않은' 것이 되자 저에게는 해볼 만한 것이 되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되었거든요. 이것은 단편적인 저의 예시일 뿐 각자 자신이 가진 단어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그 단어들을 찾아내고 거기서부터 벗어나는 것이 '탈융합'인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이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잘 모르는 것이 자기 자신이다'


어떤 말에 더 동의하시나요?


타인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속 살피고 아는 것은 자신입니다. 남들이 나를 아무리 판단하고 재단한다고 해도 나는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지요. 반면 '나도 모르게'라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면, 내가 나를 전부 알고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나도 모르던 내 버릇이나 습관은 내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 더 잘 알기도 하지요.


당연히 맥락에 따라 두 문장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한 단어만 다른 저 문장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삶의 자세나 태도는 매우 다를 것이라는 게 추론 가능합니다. 그래서 말장난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면서도 모르는 것이 자기 자신이다'라는 말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던 것을 알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탈융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나를 정의하던 방식을 새롭게 하는 것. 당연히 말만 들어도 쉽지 않지만, 우리가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사실은 그 두 가지를 모두 넘어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누구에게나 새롭게 자신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앞에서 다소 부정적이었던 자기 긍정의 말들이나 긍정확언 같은 것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그런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마음 안에 박혀있던 부정 단어를 단순 반복으로 긍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물론 저를 포함한 어떤 사람들에게는 단순 반복을 통한 새로운 단어 정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기 수용'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이겠지만요.


작가님은 '탈융합'을 통해 '자유롭고 유연한 삶'을 상상해 보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나를 옭아매던 말들에서 벗어난 삶.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책과 함께 '탈융합'으로 나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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