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왼쪽 검지 손톱이 조금 짧고 부어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의 사고 때문이다.
몇 개의 장면이 아주 생생히 기억난다.
내가 다섯 살이던 어느 날.
집에서 창문과 베란다 문이 활짝 열려있었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나는 안방의 문을 닫았고 거기에 손가락이 끼어버렸다.
손을 빼려 했는데 손이 빠지지 않았고 나는 엄마를 불렀다. 내손에서 피가 났는지, 당시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잊혀서 다행인 것 같다.
놀란 엄마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지금은 끊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빠를 찾으러 나를 붙잡고 맨발로 달려 나갔다. 나는 다른 것보다 내가 맨발인 게 싫었다.
다섯 살이던 어린아이는 손가락이 다친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나 보다. 그렇게 큰 병원으로 갔다.
그때 기억에 남는 것은 차가운 침대에 누웠는데 누가 자꾸 물을 붓는 것이다.
그때 손가락이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엄청 울었다. 아파서 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병원으로 택시를 불러서 탔다. 그 병원에서는 치료할 의사가 없어서 급하게 다른 병원을 갔다고 나중에 아빠를 통해 듣게 되었다. 아빠가 다급하게 큰소리로 외치는 그 기억이 남아있다. 깜깜한 밤이었다.
수술은 잘 끝났을 거고 나는 입원을 하고 다 낫고 퇴원을 했겠지. 지금 잘 치료받았으니.
다른 기억은 없는데, 병원의 큰 엘리베이터와 그곳에서 맡은 향기가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가끔 병원에서 어떤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너무 묘하다. 어린 시절 그 순간이 생각날 것만 같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문이 닫히는 소리만 들리면 아빠는 깜짝 놀란다. 여전히 아빠의 마음속에는 그 일이 큰 상처로 남아있나 보다. 어렸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통해 알 수 있다던데. 부모님은 나에게 어떤 사랑을 줬을까.
내가 어릴 때부터 받은 사랑은 잘해야만 하는 사랑이었고, 나는 늘 혼나곤 했는데 이게 맞는 걸까.
분명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는 것 같긴 한데 마음속 깊이는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손가락 다쳤을 때가 떠올랐던 것이다.
다쳤을 때 다른 거 다 안 보이고 맨발로 뛰쳐나갔던 엄마.
병원을 빨리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뛰어다니던 아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부모님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때의 일.
그러니까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건 이런 것 일까?
다른 것 하나도 안 보이고 맨발로 뛰쳐나가는 것, 그런 것이겠지.
내가 과연 그 사랑을 진짜 알 수 있을까. 여전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