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휴가!

퍼플>>>SO-SO한 이야기 4

by 해 뜰 날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다.

두 달여 만에 만난 아들은 서툴게 잘린 밤톨 같은 모양을 하고선 그 아이 인생에서 가장 마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학교 급식만큼은 나온다고 하고 PX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데도 아이는 8KG이나 빠져서 나를 놀라게 했다. 걱정이 늘어지는 나에게 계속 움직여서 그렇다며 아들은 멋쩍게 웃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둘 있는 집이 흔할까? 모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들이다.

세상이 좋아지긴 했다. 훈련소에 들어가서도 주말마다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고 자대 배치를 받고서는 핸드폰을 하루 2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줘서 안부를 주고받는데 어려움이 없다.

급여도 40만 원 넘게 나오고 이병이라고 PX에 못 들어가는 일도 없단다. 라면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식중독을 경계하여 물도 생수를 나눠준단다. 취사 반도 위생에 바짝 신경을 쓴다니 안심이 된다.

친오빠가 이병 때 재래식 화장실에서 초코파이를 먹으며 울었다는 얘기가 아직도 생생한데 초코파이와 라면에 목숨 건다는 군대 얘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먹을 것이 넘쳐나서 배급 몰아주기를 한다니

우리나라가 많이 좋아졌구나 싶다.

핸드폰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도 많았지만 관심사가 분산되어 그런지 특별히 괴롭히는 애들도 없단다. 이번 휴가 때 에어팟을 챙겨가겠다는 아들에게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했더니

"에이 누구 건지 다 아는데~분실사고 나면 다 털린다고~"한다.

입던 팬티를 걸어두었더니 훔쳐갔다는 얘기는 확실히 80년대 얘기였다.

"샤워장에 걸어 둔 입던 팬티 찾아가라고 방송을 해도 안 찾아간다니까!" 하며 아들은 해맑게 웃는다.


무엇을 하는지 1시간은 씻고 나오는 아들에게 너 군대 가면 맨날 혼난다 걱정을 했더니

훈련소에서 아들은 "엄마! 내가 샤워를 8분 안에 끝내는 기적이 일어났어! 샴푸도 안 했어"하더니 자대에서는

"따뜻한 물 나오는 수도꼭지가 3개밖에 없어서 경쟁이 치열해"한다.

빨래는 각자 하고 햇빛에 널지 않고 건조기에 말린단다. 시간이 오래 걸려 그것 역시 경쟁이 치열하고 거기에 지대가 높은 철원이라 물이 귀해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단다.

"급수를 받아도 물탱크에 3CM 밖에 안 올라가더라고"한다.

평생(?) 물을 남들의 2배는 쓰고 잠깐 입은 옷도 빨래 통에 던저 놓는 아들에게 새로운 경험일지 시련 일지는 알 수 없다. 내무반에 50명이 함께 지내고 한 줄에 25명이 잠을 자는 일은

"누우면 바로 잠이 들고 자다 일어나 새벽에 당번서는 일이 제일 힘들어" 한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모두 힘든 일일 것이다.


남편과 아들은 둘이서 금방 지나간다. 500일도 안 남았다. 하며 웃고 떠든다.

'저기요~일 년은 365일이고 아직 일 년도 넘게 남았고 내년 유월도 군에 있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혼자 외쳐본다.

엄마는 너를 열렬히 응원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랑한다~대한민국의 모든 아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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