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일반고 학부모 열전(熱戰)

퍼플-삶의 SOSO 한 이야기

by 해 뜰 날

퇴근 시간 딸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엄마 나 ***붙었대!!!" 예정보다 빠른 발표(수시)였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된 학원 원장님이 딸에게 전화를 하셨단다. 이보다 더 감격적인 크리스마스이브는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없었다. 하느님의 어린 양도 아닌 나에게 이런 축복을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남편의 차분한 목소리가 나의 감흥을 반감시키기는 해도 원래 그런 사람이니 가볍게 패스하기로 한다.


학원은 약 6~7개월 다녔는데 짧은 기간에 비하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원장님께서 실기(skill) 위주보다는 창의력을 많이 보는 곳이 좋겠다는 조언이 있었기 때문에 합격이 가능했다. 사실 우리 아이는 그림에 대한 열정만 가득했지 입시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유튜브에 미대 입시 전문 선생님들은 '수학을 잘하면 수학을 해라'라고 얘기하시지만 사탐을 폭망 하고 수학을 잘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아이에게는 사탐을 빼고 수학을 넣어주는 학교, 전과목(국어, 영어, 수학, 사탐)을 모두 보는 학교가 유리했다. 엄마가 전형을 잘 꿰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느낀 것인데 학교마다 전형이 모두 다르고 일반고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전형을 선생님이 나보다 모르고 계셨기 때문이다. 전형이 너무 복잡하고 미대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당연한 일이므로 선생님과의 면담은 그냥 참고만 한다. 그러니 담임 선생님보다는 미술학원 원장 선생님 조언이 낫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부모가 직접 챙기는 것이 최고의 입시 전략이 되겠다. 인터넷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을 일단 참고하더라도 꼭 그 학교의 입학처 신입생 모집 요강을 꼼꼼히 읽어둔다. 원서를 접수하고 다른 날 추가 서류를 받는 곳도 있어서 직접 체크해 놓아야지 누굴 믿으면 안 된다. 아이는 이때 이미 영혼이 털린 상태 이기 때문에(특히 미대의 경우 실기, 면접 등을 수능 전에 많이 보기 때문에 아이들이 차분하게 준비할 수 없다) 주도적 학습은 잠시 접어둔다. 미대는 보통 3과목~2과목을 많이 보니 입시 선생님들이 말하는 높은 등급에 미리 기죽지 말고 아이 성적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수학을 보는 학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탐을 죽기 살기로 시키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


미술활동보고서는 일반고 학생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고 1, 2라면 학원 선생님과 의논하여 미친 듯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재수를 해서 정시로 가는 경우에도 미술활동보고서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므로 예고 아이들에 비해 수능 점수가 조금 더 좋아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도 여기서 고배를 마셨는데 몇 번의 수상경력과 미술부 활동으로는 택도 없음을 알았다. 미술활동보고서에는 평가자(교사)의 글도 들어가기 때문에 평소 미술 선생님과의 친분도 잘 쌓아 두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재수를 하게 된다면 내 경험 상(군대 간 큰아이가 재수를 했다) 정말 힘들었다. 주말도 없고 휴가도 없다. 5분 지각을 약 5번 했는데 아이를 퇴소시키겠다고 학원에서 3번쯤 전화가 왔다. 학원 담임에게 쩔쩔매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아직도 남아있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던 아이가 실제로 퇴소된 일도 있었다) 아이의 각오도 각오지만 엄마의 비장함이 있어야 재수 입시에 성공한다. 주위에서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내 경우, 졸업하고 갈 곳 없어진 아이를 재수 학원에 등록하니 보낼 곳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부모 입장에선 많이 부족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돈은 말하면 뭐할까... 피 땀 눈물 같은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간다. 대학 등록금이 무색할 만큼.


큰아이 때는 입시 설명회도 엄청 다녔는데 거의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가면 뭐하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나중에 보면 그 얘기가 정말 주요했구나 하는 키워드가 있는데 그런 얘기를 누가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 다녀 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요즘은 유튜브로 많이 올라오니 시간이 아깝다 생각 말고 꼼꼼히 보길 추천한다. 아들의 경우 진학사 정시 예측보다 설명회 선생님(작은 설명회였는데 전화번호를 주셨다) 예측이 놀랍게도 딱 맞았다. 모두 좋은 결과 있길 바라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일반고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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