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이 조금씩 쌓여서 300이 된다

by 지윤

14회 차 수업. 원래는 게임 데이였는데 갑자기 취소되어, 대신 그룹 레슨으로 진행됐다. 링크장 입구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는데,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순간 ‘잘못 온 건가?’ 하고 멈칫했는데, 알고 보니 여자 이름들이 통째로 누락된 것. 코치님이 “여기 있잖아요, 빠졌네요” 하고 웃어주셔서 그제야 안심이 됐다. 인원은 여섯 명뿐. 북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첫 순서는 퍽 컨트롤.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퍽은 손끝으로 밀 듯 끌고 가야 했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고개가 숙여졌다. 얼음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나를 보며 코치님이 말했다.


“앞을 보세요. 얼음 보지 말고.”


순간 뜨끔했다. 무의식적으로 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앞을 봐야 하는데, 또 아래를 본다.’ 그 작은 습관 하나가 내 전체 움직임을 무겁게 만든다는 걸 느꼈다.


드리블은 단순했다. 결국 횟수였다.

“계속하면 돼요. 그러다 보면 나한테 맞는 각도가 생겨요.”
코치님의 말처럼, 반복할수록 손끝과 스틱 끝이 조금씩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가 앞을 막고 있을 때는 한쪽을 더 길게 드리블하며 템포를 바꾸라는 팁도 들었다.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슛 연습으로 넘어갔을 때는 긴장감이 확 올라왔다. 퍽을 띄우는 감각은 아직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스틱에 실리는 힘은 있는데, 높이가 안 맞거나 방향이 어긋나기 일쑤였다. 그런데 코치님이 웃으며 말했다.


“힘은 충분해요. 방향만 조금 더 잡으면 돼요.”


그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 혼자였다면 ‘왜 안 되지?’ 하고 자책했을 순간인데, 그 짧은 한마디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하고 믿게 되었다.


마지막 미션은 드리블로 링크 끝까지 가서, 골대 앞에서 슛을 성공시키는 것. 첫 시도는 허무하게 빗나갔다. 순간 ‘역시 아직 멀었구나’ 싶었는데, 두 번째 슛은 골망을 흔들었다. 코치님이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건네셨다.

“됐어요!”
그 한마디가 오늘 수업의 전부 같았다.


“조금씩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되기 시작해요.”

오늘 코치님이 남긴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처음엔 당연히 안 될 것 같았다. 동작 하나하나가 어설프고, 몸은 자꾸 굳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게나마 ‘됐다’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던 순간, 평소엔 버거웠던 동작이 조금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짧았지만 그 순간이 내겐 큰 선물처럼 다가왔다.


슛팅이 처음이라 감을 못 잡는 나에게 코치님이 말했다.

“지금은 잘 안되다가도 30이 조금씩 쌓이면 300이 돼요.”
그 말이 오늘따라 더 따뜻하게 와닿았다. 작은 시도들이 모여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거라는 믿음. 그게 지금 나를 다시 운동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그날 내가 남겼던 스케이트 자국을 떠올린다. 금세 지워질 흔적 같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 내 것이었다. 작은 흔적이 쌓여 언젠가 단단한 길이 되듯, 오늘의 미끄러짐과 흔적도 내 성장의 일부가 될 것이다.


오늘도 아주 작은 성장을 했다.

그 성장이 모이고 모여, 언젠가 내가 상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아가 있기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그렇게 나의 운동도, 나의 삶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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