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by 지윤

'왜 왼쪽은 스탑이 안 되지?'

오른쪽은 문제없이 되는데, 이상하게 왼쪽으로만 돌면 날이 잘 안 밀렸다. 미는 힘이 안 실리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두려움 때문인지.


백스케이팅, 턴, 스탑까지 연달아 연습했지만, 오늘따라 몸이 유난히 무거웠다. 경기에서는 퍽을 몰고 드리블까지 꽤 자연스럽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슈팅만큼은 실수를 반복했다. 퍽이 골대를 빗나갈 때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왜지? 분명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신사 링크의 골대가 다른 곳보다 작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결국 변명일 뿐. 드리블마저 예전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모든 게 잘 안 풀리는 날, 오히려 마음은 더 간절해졌다.
‘나도 상급반에 가고 싶다. 거기서 뛰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






하키를 시작한 지 6개월, 마침내 리그에 신청했다. 같은 하키팀 사람들끼리 팀을 나눠 리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아직 뉴비라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 기대와 설렘이 더 컸다. 리그 첫 훈련 날, 멀리 하남까지 가야 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서둘러 도착하니 아직 두세 명만 와 있었고, 장비를 챙기다 코치님과 만나면서 낯선 공간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하남 링크장은 오래된 티가 났다. 장비도 낡고 특유의 냄새도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진짜 경기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대부분 남자분들이라 순간 주눅이 들었는데, 여자분 한 분이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4월부터 시작했다는 그분의 말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워밍업으로 빠르게 링크장을 돌고, 바로 스탑 연습으로 이어졌다. 정규 수업 때 익히던 동작이었지만, 왼쪽은 여전히 어색했다. 코치님이 이어서 알려주신 건 오른쪽 스탑 후 크로스오버, 다시 왼쪽 스탑으로 이어가는 패턴이었는데, ‘아, 이거 많이 연습해야겠다’하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몸이 조금 풀릴 즈음, 훈련은 전략적인 부분으로 넘어갔다. 3대 3 경기에서 삼각형 대형을 유지해야 패스가 잘 이어진다는 설명.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이 따라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퍽을 드리블하다 슛으로 연결하는 연습, 패스를 받아 마무리하는 연습까지 이어졌다. 그때 코치님이 웃으며 말했다.

“지윤 씨, 슛 좋은데요?”


낯선 공간에서 받은 첫 칭찬. 작은 한마디에 마음이 단번에 풀렸다.

‘나도 조금은, 성장했구나.’


패스를 연습할 때도 코치님은 “차분하게 받고, 급하지 않게”라고 했다. 급하게 퍽을 밀어내려던 내 습관을 정확히 짚어주신 거였다.


훈련이 끝나갈 무렵, 코치님이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리그에서 중요한 건 대형 유지, 리바운드, 그리고… 체력이에요!”

체력. 듣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맞다. 결국 마지막까지 버티는 힘이 가장 필요하다는 걸, 이미 몸으로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 마음이 오늘도 나를 다시 링크장으로 데려다준다.

오늘의 나는 어설펐지만, 그 어설픔이 쌓여 내일은 조금 더 단단해질 거라 믿는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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