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리그 데뷔전 날.
새 스케이트, 새 유니폼, 그리고 새 마음가짐을 갖고 하남으로 향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리그’라는 단어는 나와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에선 심장이 쿵쾅거렸다.
저번 주 팀 훈련 때, 리그 데뷔를 앞두고 잔뜩 긴장하던 나에게 코치님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처럼만 하면 되죠~”
그 말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버스에서 내려 링크장으로 걸어가던 길, 저번 훈련에서 만난 친구가 보여 인사를 건넸다.
“저 오늘 데뷔전이에요. 너무 떨려요.”
“재밌을 거예요, 진짜.”
여전히 긴장이 가시지 않은 채 락커룸에 들어서니 익숙한 팀원들의 얼굴이 반겨줬다. 새로 산 스케이트는 아직 발에 완벽히 익지는 않았지만, 그 단단한 감각이 오히려 나를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됐다. 나는 4라인으로 뛰었는데, 경기 시작과 동시에 모든 게 순식간에 흘러갔다. 퍽의 움직임을 쫓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체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졌다. 그러다 우리 팀이 연이어 골을 넣으며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데뷔전에 임하는 나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한 골도 먹히지 말자.”
그 생각 하나로 온몸을 던졌다. 슬라이딩하고, 상대를 끝까지 마킹하고, 순간마다 몸이 스스로 반응했다. 링크 위에서는 모든 소리가 멀어지고, 오직 퍽과 내 스케이트 날만 들렸다. 경기가 끝났을 때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참 좋았다. 마치 아주 큰 산 하나를 넘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들려온 주장님의 한마디.
“지윤 씨, 처음 치고 진짜 잘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채워졌다. 지난 몇 주간의 연습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놀라운 건 경기 결과였다.
11:0, 압승.
모두가 서로를 껴안으며 “잘했다!”를 외쳤고, 처음 함께 뛰는 팀원들과도 금세 마음이 가까워졌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의 팀이었다는 게 느껴졌다. 같은 라인에서 뛴 친구가 “뒤에서 든든하게 막아줘서 편하게 공격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해줬는데, 그 한마디가 또 큰 힘이 됐다.
아직은 두렵지만, ‘다음 경기 때는 나도 공격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생겼다. 아직 부족하고, 실수도 많지만 시작이 좋았다. 오늘 이 떨림이 내 안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링크 위의 한 걸음, 그게 내 안에서 또 하나의 성장으로 쌓여가고 있다.
처음으로 느낀 데뷔전의 떨림, 그건 분명 앞으로의 여정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