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링크장,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리그를 뛰면서 팀 운동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게 되면서, 나도 팀의 일원의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에 있던 팀은 총 2개였는데, 한 팀은 모든 장비를 가지고 있어야 입단이 가능한 팀이었고, 다른 한 팀은 창단된 지 얼마 안 된 여성팀이었다. 사실 리그를 뛰면서부터 걸스팀 얘기를 종종 들었다.
“걸스 들어가려면 대기가 있대”라는 말을 듣고, ‘언젠가 나도 그 안에서 뛰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직은 이른가’ 싶어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 날, 신규 인원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코치님께 입단을 문의했던 순간, 망설임보단 설렘이 앞섰다. 게다가 정규에서 자주 봤던 코치님이 팀의 감독님이라는 이야기에 왠지 마음이 더 움직였다.
‘아, 그럼 나도 한 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정리한 채 정규 수업에 갔다. 오래간만에 돌아온 정규 수업에서 우드스틱을 쓰려니 무겁고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도 스틱을 새로 사야 하나...'
이날은 코치님들이 나눠서 훈련을 진행했다. K코치님과는 퍽 컨트롤과 스케이팅,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배웠다. 중심을 이동하며 퍽과 함께 움직이는 연습, 고깔을 세워두고 드리블하며 이동하는 훈련까지. 속도가 쉽게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보단 훨씬 낫다는 말에 작게 미소가 났다.
J코치님과는 크로스오버 위주로 연습했다. 크로스오버를 한 번씩 하는 건 어찌어찌했지만, 두 번 연속으로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무릎을 확실히 넘기지 않으면 균형이 깨졌다. 양손을 흔들며 리듬을 타야 속도가 붙는다고 했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잘 안 따라줬다.
그리고 이 날 따라 걸스팀 분들이 많았는데, 서로 응원하고 웃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나도 언젠가 저 안에서 함께 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내려앉았다.
훈련이 끝나고 장비를 정리하던 중 K쌤이 다가와 “지윤 씨, 오늘 힘들었어요?” 하고 물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와서 “네!”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뒤, 리그 경기가 있어서 다시 하남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가서 연마를 하고, 팀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데뷔전보다는 긴장과 부담이 덜 했지만, 여전히 경기는 어려웠다. 우리 편이 퍽을 잡으면 옆으로 벌려줘야 하는 것, 골대 앞을 잘 지켜야 하는 것, 수비에서 공격 타이밍을 잡고 앞으로 뛰어나가는 것. 하나하나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몸이 기억해 가는 느낌이었다. 아쉽게도 이 날 경기는 졌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 길, K코치님을 우연히 만났다.
“지윤 씨~”
“오, 코치님~!”
“걸스에 온 걸 환영해요.”
라며 주먹 인사를 건네셨다.
10월, 리그를 뛰게 되면서 조금씩 팀에 대한 열망이 커져갈 때쯤 걸스팀에 입단을 하게 되었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팀의 일원으로 훈련을 하게 된다.
아직은 문 앞에 서 있지만,
이미 마음은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다.
그리고 다음 달엔, 진짜 팀으로 서 있을 나를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