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출근하다가
눈이 오는 겨울날, 추운 아침 출근길.
여름의 더위, 겨울의 추위는
늘 일년에 한번씩은 겪어봤던 것들인데 왜 계절이 지나고 다시 돌아오면 그렇게 생경한지.
날이 추워지고 코트를 입은 채 코끝이 시린 겨울 추위는 역시 낯설다.
오랜만에 눈이 오는 날
눈송이가 하늘을 둥둥 떠다니다 바람에 이끌려 내 눈 속으로,내 품 속으로 안겨 든다.
스르륵 금새 사라지는 눈송이가 안타까워 끝까지 눈송이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눈을 크게 뜨고 한 눈송이만 쫓는 수 밖에 없다.
수많은 눈 송이 중 한 눈 송이에 집중해 그 눈송이에만 집중 하다 보면
내 눈길을 받은 눈송이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
내가 올려다 볼 수 있는 높이의 하늘에서부터 그 눈송이는 태어나고 점점 바람을 타고 얼굴 가까이, 내 눈 가까이로 안겨 든다.
눈송이를 끊임없이 쫓고 쫓으며 걷다 보니
눈송이의 모험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군가가 들려준
누군가가 어렸을 적 쓴 동화인데,
눈송이가 저-기 히말라야 꼭대기에 있는 만년설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였다.
어릴 적의 누군가는 이 눈송이의 모험 이야기를 쓰다 포기했다고 말해줬다.
우리 나라에서 히말라야까지가 너무 멀고, 거기까지 가기엔 눈송이가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하긴 산 넘고, 물 건너,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없고, 차를 타고 갈 수도 없고, 힘들긴 하겠지.
눈송이의 연약함을 알고 실망했을 누군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 상상되고 귀여워
눈송이를 바라보다 길에서 혼자 히죽히죽 웃었다.
2015.12.5
커버 이미지(c)Aaron Wilson/https://unsplash.com/aaronwi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