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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 근처 커피집으로 달려간다.

행운의 씨앗을 심는다.

by 샌프란 곽여사

행운의 씨앗을 뿌린다. #luckyme

아침에 부스스 일어났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커피를 내리기가 귀찮다. 커피를 내리고 앉아있다 보면 하루가 휙 지날 거 같아 마음이 급하다.


일주일 동안 바쁠 텐데 먹을 과일과 요구르트, 밑반찬 등등해놓으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 라는 생각이 날 내몰았다.


서랍에 둔 바지를 꺼내 입었는데 어라? 이 제법 두껍고 반의 반으로 접힌 감촉은 내가 내 신랑의 손보다 더 좋아하는 감촉이다.


돈이다.


그것도 몇 장 된다. 접힌 걸 펴보니 $20 짜리 지폐도 있다. 아니, 이게 뭐라고 날 이렇게 춤추게 한단 말인가?


커피를 내리기 싫었던 나는 냉큼 닉네 커피집으로 달려갔다. 가보니 와- 사람들 바글바글!

“하이-닉! 와 엄청 사람 많네! 나 커피 한잔 내줄 시간 있나?”


“이 사람들 전부 그냥 노는 사람들이야. 너랑 앞에 아가씨만 커피 기다려. 블론드 as usual?”


“아니,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아. 콜드 브루. Just black!”


닉은 커피 브루잉 틀에 커피 여과지를 첩첩이 쌓아두고 먼저 온 아가씨 커피와 코코넛 주스를 내주랴, 청년 두 명의 커피를 내주랴, 내 커피를 내주랴 아주 바빠 보였다. 닉은 내가 커피집 리뷰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이름을 부르며 사진 찍도록 포즈도 취해주었다.

주머니에서 발견한 돈으로 커피값을 치르고 나와 햇살이 부서진 유리알같이 반짝이는 공원에 나오니 나는 또 행복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공짜 커피는 맛이 기가 막히게 좋고 사진도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


사실, 이 돈은 당연히 내가 언젠가 무심코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잊고 있던 돈이다. 그 돈이 오늘 짠-! 하고 나타나 나에게 이런 깜짝 행복을 선물한 것이다.


우리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은 매일 어딘가에 의식하지 않고 뿌린 우리의 행동의 결과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화창한 날

부자들의 인터뷰 기사에 제일 많이 인용되는 말 또한 ‘사실 난 운이 좋았어요.’라는 말이다. 그러나 #소식 주의자에서도 미즈노 남보쿠 작가는 운은 매일의 습관에서 만들어진 기운의 흐름이라고 했다. 그래서 잘 된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운이 좋았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매일, 행운의 씨앗을 심자.


주변의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베풀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친절함과 감사함을 표현하자.

매일 어디엔가 모르게 심은 행운의 씨앗이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뿅-! 하고 나타나 우리의 얼굴과 마음에 탐스러운 꽃을 피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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