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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의식-커피로 시작

새로 받은 예가체프가 대박!

by 샌프란 곽여사
아침커피

신성한 아침 의식 #모닝커피


새로 주문한 예가체프 원두가 어제 도착했다. 제법 빵빵한 백을 들어보니 묵직하기도 하고 고소한 냄새가 폴폴 풍겨 나와 지친 내 마음을 화사하고 따듯하게 어루만진다.


컨퍼런스때문에 샌프란의 Moscone Center 주변을 일주일 동안 장악했던 양복 부대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 전 직원이 눈에 생기가 없이 흐느적거리는 상황이 왔지만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 우리는 곧 여유로운 다음 주를 맞을 테고 일상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주말까지는 지나야 한다. 오늘과 내일을 일할 힘을 새로 도착한 이 커피에서 받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늘도 한 여름을 예감한다. 창 밖 햇살의 눈부신 정도로 나는 대략 온도가 어떻게 올라갈지 짐작이 가능하다. 여름의 햇살과 여름의 공기를 느끼며 느긋하게 원두를 간다.

원두 봉지를 열었을 때 확-풍긴 싱싱한 원두의 향기를 코 끝에 감고 팍-하고 돌아가며 드르륵 돌아가는 그라인더 소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리가 되었다. 그 소리와 거의 동시에 퍼지는 짙은 향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힐링이다. 나는 ‘힐링’이라는 진부한 말을 대체하고 싶어 신박한 단어를 생각하려 애써봤지만 이 치유가 되고 심신이 안정되고 행복감이 차오르는 순간을 힐링이 아니면 뭐라고 한단 말인가.

그라인더를 멈추고 뚜껑을 열면 일단 뚜껑에 붙은 그것마저도 브루잉 틀에 탈탈 털어 넣는다. 그리고 그라인드를 들어 한 번 털어 넣고 손바닥으로 옆구리를 탁탁 치며 남은 원두를 알뜰하게 쏟아붓는다. 손바닥으로 탁탁 칠 때 그라인더 바닥에 꽤 고집스럽게 붙어있던 뭉친 원두가 툭 떨어져 나와서 깨끗하게 털리면 그것은 나름대로 카타르시스가 있다.


아, 영상도 찍자. 모처럼 정신이 든 아침이니까.


브루잉 틀과 컵을 들고 나와 원두 봉지와 대충 나열했다. 정신이 들어도 세심한 생각을 하기엔 피곤하다. 펄럭이는 대나무발을 뒤로 하고 묵직한 원두 봉지와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는다. 대나무발이 펄럭일 때 그 사이로 반짝이는 빛이 베어 들어 신호를 주는 듯하다. 찰칵, 찰칵.

뜨거운 물은 브루잉 틀과 컵에 고루 부었다. 커피 틀에는 시간을 좀 주고 컵은 예열을 하는 셈이다. 원두가 소복하게 흰 거품을 내뿜으면 부루잉 틀을 컵 위에 올린다.

촤르륵-쪼르륵-쪼로록. 중력의 재촉을 받던 커피가 성급하게 쏟아져내리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다.


브라운 슈거 3 티스푼, 오트 밀크 쪼록.


휘휘 저으니 완벽한 색이 나온다. 색만 봐도 맛있는 커피라 확신한다.


호로록-


입안에 감기는 브라운 슈거의 감칠맛과 카페인의 얼얼함, 커피의 짙은 향기 3단 콤비가 나의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어찌 치유가 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이렇게 좋은데.


오늘도 커피로 아침부터 힐링.


잘 받았습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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