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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새로운 관계의 시작

건강한 인연

by 김지윤

가스라이팅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햇살이 비치는 회복의 들녘에 서게 되었을 때,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은 봄의 첫 꽃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피어오르는 시간. 상처가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다가올 때마다 그 흉터가 다시 욱신거리는 느낌.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마주친 대학 시절 친구의 웃음소리에도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친절한 한마디, 따뜻한 미소 뒤에 혹시 숨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는 나를 발견한다. 꽃을 보며 가시를 먼저 찾게 되는 슬픈 습관.


그럼에도 이제 우리에겐 건강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를 구분할 수 있는 내면의 나침반이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다가 별빛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여행자처럼, 우리는 상처를 통해 더 선명해진 이 나침반을 의지할 수 있다. 상처가 선물이 되는 역설적 순간이다.


당신도 새로운 만남 앞에서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위축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처음 만난 사람의 눈빛 속에 친절함과 진심을 보면서도, 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찾아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가스라이팅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중적인 감정의 파도 위에서 흔들린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물 위에 떠 있으려 하면서도, "또 속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이라는 무거운 돌이 발목을 잡아당긴다.


건강한 관계의 특징 :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사람들


건강한 관계의 가장 아름다운 특징은 함께 있을 때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마치 햇살 좋은 봄날, 따스한 빛을 받으며 자라는 나무처럼, 좋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운다. 그 안에서는 내 모든 모습이 환영받는다. 반면 가스라이팅이 있는 관계에서는 마치 어두운 지하실에 놓인 식물처럼 점점 색을 잃고, 본연의 모습을 잃어간다. 빛을 찾아 무리하게 뒤틀리다 결국 자신의 본질을 잊게 되는 것이다.


지난 3년간의 회복 여정에서 내가 발견한 건강한 관계의 특징들을 모아보았다. 당신의 주변에도 별처럼 빛나는 관계가 있는지 함께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상호존중이 기본이 되는 관계: 서로의 의견, 감정, 경계를 소중히 여기고 인정한다. 내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내 감정을 무시하거나, 내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다. 작은 예를 들자면, 내가 피곤하다고 말했을 때 "그 정도 가지고 피곤하다니,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고 대신 "정말 힘들었겠다. 오늘은 빨리 끝내고 쉬자."라고 말해주는 차이다. 그 작은 반응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안정감은 실로 크다.


성장을 격려하는 관계: 서로의 꿈과 목표를 응원하고, 각자의 성장을 기뻐한다,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할 때 이를 이해하고 지지한다. 지난달 나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초보자의 서툰 문장들을 보며 친구는 눈을 반짝이며 "네가 이런 재능이 있었다니! 계속 써야 해!"라며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내 성장이 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순간, 나는 더 많은 가능성을 향해 날개를 펼칠 용기를 얻었다.


투명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관계: 불편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나눌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한다. 의견 충돌이 있어도 상대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너 때문에 화가 났어"가 아닌 "이런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이 이래"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다. 대화가 끝난 후에도 가슴에 멍이 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균형과 주고받음이 있는 관계: 주고받음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춤과 같다. 한쪽만 계속 리드하거나, 한쪽만 계속 따라가는 것이 아닌, 서로가 번갈아 이끌고 따르는 우아한 왈츠처럼. 혹시 당신은 항상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정작 당신의 고민은 나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가? 그렇다면 그 관계의 균형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진정한 관계는 주고받음이 자연스러운 호흡과 같다.


실수를 인정하고 변화하려 노력하는 관계: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서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실수로부터 함께 배운다. 중요한 것은 실수 자체가 아니라, 그 실수를 인정하고 변화하려 노력하는 자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을 부끄럼움 없이 할 수 있고, 그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 실수가 관계를 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이런 특징들을 읽으면서 혹시 '이상적인 관계란 존재하지 않아'라고 생각했다면, 현실의 모든 관계에 위와 같은 완벽함을 기대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함정일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워두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관계를 의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이런 관계는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대체로 이런 방향을 향해 함께 노력하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단지 우리가 상처받은 눈으로는 그것을 알아보기 어려웠을 뿐이다.


건강한 관계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자유로움


처음 미나(가명)를 만났을 때, 나는 여전히 방어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약속에 늦으면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고, 사소한 의견 차이가 생기면 내 생각이 틀렸다고 바로 사과했다. 마치 조금만 잘못해도 관계가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에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미나는 달랐다. 교통체증으로 약속 30분이나 늦었을 때,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그녀가 화를 내거나, 비꼬는 말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그 자리를 떠났을 거라고. 과거의 경험들이 물결처럼 밀려와 내 불안을 키웠다.


미나는 내가 늦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늦을 수도 있지. 천천히 와. 나 읽고 싶었던 책 사고 와서 이거 읽고 있으면 돼.". 그녀의 목소리에는 비난이나 짜증이 아닌, 따스함만이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이 반응이 너무 낯설었다. 내가 준비해 온 변명의 말들이 입안에서 녹아 없어져 버렸다. 처음에는 비난이나 조롱 없이, 그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어색했다. 마치 오랫동안 긴장된 근육이 갑자기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반응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내 안에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영화 취향도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 코미디를 미나는 전혀 즐기지 않았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이미 취향 차이는 늘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예전에 만났던 연인은 내 취향을 '유치하다', '센스 없다'며 무시했고, 결국 나는 그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영화를 보고, 그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며. 조금씩 나를 잃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미나는 간단히 말했다. "너는 로맨스 코미디, 나는 공포영화. 각자 볼 수도 있고, 가끔은 서로 양보도 하면 되지 않을까? 중간 지점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는 어때?" 이 말은 마치 오래된 감옥의 무거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처럼 내게 다가왔다. 다를 수 있다는 자유, 그 차이가 관계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안도감. 내가 미나와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관계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모든 깨달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는 건강한 관계에서 느끼는 두 가지 핵심 감정을 발견했다. 안정감과 자유로움. 안정감은 내가 실수하거나 다른 의견을 가져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깊은 믿음에서 온다. 자유로움은 나의 모든 측면을 억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느낌에서 비롯된다.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안정감과 날개를 펼 수 있는 자유로움. 건강한 관계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선물한다.


당신의 관계는 어떤가? 실수를 했을 때 두려움보다 안심이 먼저 드는가? 당신의 진짜 모습, 그 빛나는 부분뿐 아니라 그림자까지 보여주어도 괜찮다고 느끼는가? 함께 있을 때 숨을 깊이 들이쉴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건강한 관계의 따스한 품 안에 있는 것이다.


건강한 경계 설정을 위한 실전 대화법


건강한 관계를 유지를 위해선 초기부터 명확한 경계 설정이 중요하다. 마치 정원을 가꾸기 위해 울타리를 세우는 것처럼, 관계에도 건강한 경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계를 세우면 상대방이 떠날까 봐',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거절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까 봐' 두려워한다. 나 역시 그랬다.


지난가을,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옛 직장 동료가 갑자기 개인적인 질문을 쏟아냈을 때, 나는 불편함을 느꼈지만 경계를 세우지 못했다. 내 연애 상태, 월급 심지어 가족 문제까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이 이어졌지만, "그건 좀 대답하기 어려워"라고 말하는 대신 어색한 웃음과 함께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 결과? 원치 않는 대화에 30분이나 시간을 뺏겼고, 하루 종일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마치 내 마음의 정원에 누군가 허락 없이 들어와 꽃을 밟고 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의사 선생님과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내 경계를 명확히 전달하는 대화법을 배웠다, 다음은 경계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표현들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어려웠지만, 효과를 얻었던 두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한 상황에서는 내게 시간/공간이 필요해." - 예: "감정이 격해질 때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진정할 시간이 필요해. 괜찮을까?" 이것은 건강한 갈등 해결을 위한 중요한 경계다. 화가 난 상태에서 계속 대화를 이어가면 서로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성숙한 태도다.


"나에게 ~는 중요한 가치야." - 예: "나에게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야. 만약 늦을 것 같다면 미리 알려주면 좋겠어." 가치관을 공유하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기대치를 조율할 수 있다. 이런 솔직한 대화는 미래의 갈등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대화법을 처음 시도했을 때, 나는 목소리가 떨리고 손에 땀이 났다. 거절이나 경계 설정이 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깊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경계를 존중해 주었다. 오히려 "너를 표현해 줘서 고마워. 이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따뜻한 반응이 돌아왔다.


물론 경계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절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거나, 내 필요를 사소하게 취급하는 경우. 하지만 그런 경우, 그것은 그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중요한 신호였다. 마치 우주가 보내는 작은 경고와 같았다. 내 경계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내 마음도 존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계의 상호성과 존중도 체크리스트


새로운 관계를 평가할 때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체크리스트는 내 일기장 첫 페이지에 붙여놓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돌아보는 나만의 안전장치다. 마치 오랜 여행을 떠나기 전 필수품을 확인하는 것처럼, 새로운 관계의 여정을 시작하기 전 이 질문들을 통해 그 관계의 건강성을 점검해 보자.


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긴장이 풀리고 편안한가, 아니면 늘 긴장하고 조심스러운가? 마치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주의 신호다. 건강한 관계에서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나의 의견, 취향, 선택을 존중하는가, 아니면 무시하거나 비웃는가? "네가 그걸 좋아한다고?"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면, 그것은 미묘한 형태의 존중 부족일 수 있다. 진정한 존중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실수했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가?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고 단단해진다. 실수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로 해결하려 하는가, 아니면 회피하거나 비난하는가? 건강한 갈등 해결 방식은 관계의 깊이를 더해주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갈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관계의 건강성을 결정한다.


나의 성장과 발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지지하는가? 당신이 승진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지, 아니면 미묘한 질투나 평가절하의 태도를 보이는지 주목해 보라. 건강한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빛나는 순간이 자신의 기쁨으로 이어진다.


관계에서 주고받음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가? 항상 당신만 연락하고, 계획을 세우고,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가? 균형 잡힌 관계는 마치 테니스 경기와 같아서, 공이 양쪽으로 자연스럽게 오가며 게임이 지속된다.


나의 경계(시간, 에너지, 개인 공간 등)를 존중하는가? "아니요"라고 말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계속 설득하거나 압박하는지 살펴보라. 경계를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는 점차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자존감을 낮춘다.


이 사람과의 관계가 나의 다른 인간관계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가? 건강한 관계는 당신의 세계를 넓히지, 좁히지 않는다. 그 사람으로 인해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이 줄거나, 좋아하는 취미를 포기하게 된다면 경고 신호다.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얼마 전부터 알게 된 새 지인과의 관계를 솔직하게 점검해 보았다. 8개 중 7개 항목이 긍정적이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문제가 되었던 부분(갈등 해결 방식)에 대해 대화를 나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신도 한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이것은 단순한 체크 리스트가 아니라, 당신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소중한 도구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음가짐


건강한 관계를 찾는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마치 오랜 폭풍우 후에 다시 항해를 시작하는 선원처럼, 우리는 내면의 나침반을 다시 믿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우리의 직감은 흐려질 수 있지만, 회복의 과정을 통해 그 직감은 다시 선명해진다. 마치 오랜 안개가 걷히고 지평선이 드러나는 것처럼.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웃고 떠들던 중, 문득 피로감이 밀려왔다. 과거에는 모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무리하게 행동하고, 내 진짜 감정을 숨겼을 것이다. '아직 괜찮아, 조금만 더 있다 가야지.'라고 자신을 설득하며 한계를 넘어서곤 했다. 그 결과는 항상 다음 날의 극심한 피로와 후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하지만 피곤하니 먼저 들어가 볼게"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기적인 사람으로 볼까?' 하지만 나는 그 불안을 인정하면서도, 내 필요를 우선시하기로 했다.


그 결과, 아무도 나를 이기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조심히 들어가. 다음에 또 보자", "오늘 얼굴 봐서 좋았어"라는 따뜻한 인사가 돌아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내 안에서 작은 따뜻함이 피어올랐다. 이것이 바로 자기 신뢰의 회복이다. 내 필요와 경계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이 건강한 관계의 시작점임을 깨닫는 것.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우리는 종종 '최선의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완벽해 보이고, 항상 유쾌하고, 문제없는 사람처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진정으로 건강한 관계는 우리의 불완전함, 취약함, 한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때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진정성이며, 진정성은 깊은 연결의 토대가 된다.


상처로부터의 회복은 단순히 상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마치 도자기의 금을 금으로 메우는 일본의 '금츠기'처럼, 우리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를 더 아름답고 강하게 만드는 일부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완벽해지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상처와 불완전함을 포함한 모든 부분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여정에 함께할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우리에게, 건강한 관계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여정이 때로는 두렵고 불확실할지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며 우리는 점점 더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당신의 다음 인연이 당신의 영혼을 춤추게 하는 관계이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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