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기 사랑이란

by 오지

진정한 자기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전에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사랑을 알기까지도 시간이 좀 걸렸다. 연애는 하는 족족 잘 안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았다. 나 또한 나에게 관심을 표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연애가 실패할 때마다 스스로 자책하고, 상대를 비판했다. 서로서로 사랑하라는데, 사랑이 모든 것이라는데 나는 그게 무엇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 궁금증이 커질 무렵, 꿈 하나를 꿨다. 머리가 짧고 보이쉬한 느낌을 풍기는 여자가 나와 함께 다녔는데, 그녀의 키는 167cm 정도에, 덩치가 크지는 않았지만 듬직한 느낌을 풍겼다. 그녀는 나를 루프탑 파티에 초대했다. 서양인들이 북적대며 서로 스탠딩 바 주변에서 술을 마시며 소란스럽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그런 무리에 별로 관심이 없어 작은 공연장 앞에 마련된 계단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앞에서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치는 연주자들이 서로를 보고 웃으며 재즈를 연주했다. 좋아하는 재즈와 루프탑 파티의 센치한 느낌에 젖어들었고, 나는 옆에 앉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초롱초롱하고 빛나는 눈을 가졌으며, 여자이지만 누구도 함부로 건들지 않을 만큼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그녀는 표정없이 재즈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내 마음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나는 꿈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본래 알고 있던 것을 잊어버렸던 건지, 아니면 정말 그 여자가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속에서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어떻게 보면 불타듯 뜨겁고, 어떻게 보면 따뜻한 기운이 내 마음안에서 피어났다. 그렇게 궁금하던 사랑을 얼떨결에 꿈에서 느껴버렸다. 추상적이어서 말로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느낌은 마치 한번 빠져들면 그 따뜻함이 너무 좋아, 헤어 나오려 해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사랑을 알려준 첫사랑이었다. 나는 그를 통해서 많은 성장을 했다. 사랑을 말이나 글을 통해서가 아니라, 느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느낌'이란 아주 강렬하다. 어쩌면 사랑은 이 3차원 세계에서는 알 수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해도 괜찮다고 해주었다. 이렇게 해도 괜찮다 저렇게 해도 괜찮다 하는데 청개구리 심보가 아주 강한 나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없으니 어디로 튈지 모르고 길을 잃어버렸다. 그 점이 그와 만나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였다. 그 꿈은 어쩌면 그와 만나기 전 예지몽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내 옆에 없지만 잠시나마 사랑을 알려준 그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산다. 보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것을 놓친다. 인간은 사랑에 목메단다. 항상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근데 이 사랑이란 것은 고차원의 것이기에 3차원에 사는 인간은 이것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답답하다. 그래서 물질을 수단으로 쓴다.

사랑에 목이 말라 갈증을 느낀다. 그리고 그 목마른 갈증을 없애기 위해 피상적인 것에 몰두한다. 남아있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으면 다시 피상적인 것에 몰두한다. 악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나 역시 채워지지 않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나에게 돈을 쏟지 않으면, 거리낌 없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상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밀어냈다. 사실 그들이 나에게 그것들을 다 해줬어도 내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까 싶다. 나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 안에서 사랑을 찾아야 했다.

깊은 우울이 나에게 찾아온 후 스스로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를 일삼았다. 습관이 됐고, 머릿속에서는 도돌이표 노래처럼 계속해서 반복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제일 고통스러웠던 건 그 고통을 지켜보는 루루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니깐 그런 생각을 계속하는 내가 싫었다. 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할수록 나는 더 고통스러워졌다. 멀어지려고 하면 할수록 더 가까워졌다.

자기혐오에 빠진 나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인간 누구나 자기를 싫어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 감정도 나에게 왔다고 인정했다. 나는 자기 사랑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사랑에 목메달았던 이유는 따로 있겠지만, 욕심이 집착으로 변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던 건 사실이었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건, 자신을 싫어하는 ‘나’도 받아들이는 것. 그게 내가 깨달은 자기 사랑이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스스로 사랑하기를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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