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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Nov 17. 2019

'페미니즘' 용어가 불러오는 오해

뒤늦게 꺼내보는 페미니즘 이야기/의미의 변질

 오랜시간 아이돌 문화를 끊고 있다가, 어쩌다 뮤직뱅크를 봤다. 남자 모 아이돌이 카메라에 윙크를 하고 하트를 날렸다. 거부감이 들었다. "계집애처럼 뭐하는거야?"

 아무렇지 않게 떠오른 생각인데, 내가 한 생각에 조금 충격이 컸다.

"왜 나는 여자가 남자 같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남자가 여자같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거지?"

 

 난 페미니즘이다. 21세기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아닌 여자가 있을까 싶으니 페미니즘이라고 굳이 밝히는 것도 좀 어색하다. 내가 페미니즘 용어를 처음 접했을때는 이런 느낌이 들었다.


여자가 강한 사회


 아무래도 이름 자체가 'female'에서 유래됐다 보니, 이름에서 풍기는 여성을 위한, 여성을 중심으로 한 늬앙스를 없애기는 어렵다.

 '억압된 여성 인권을 높여 남녀 모두가 평등하게 인정받는 사회'라는 의미가 더 크나,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한 사회'라고 잘 못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한창 붐이 일어났을 때, 여자와 남자의 대립구도, 그렇게 만들려는 언론, 콘텐츠, 댓글이 어디서나 보였다.

  

페미니즘은 여자가 더 남자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지지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무엇을 했든, 그것을 어떻게 하든 여자는 그것을 해야한다."


 여성운동을 해온 태니 브루스는 이런 붐이 일어난 것에 '자부심'과 '죄책감' 두가지를 모두 느낀다고 전한다. 전자는 드디어 본인이 원하는 세상이 왔고, 그런 세상을 도래하는데 내가 힘을 냈구나라는 심정일테고, 그렇다면 '죄책감'은 어디서 왔을까? 태니 브루스는  21세기 사회에 새로운 페미니즘, 페미니즘 2.0을 제시한다.


 흔히 말하는 남자들처럼, 몸에 열광하고, 원나잇 후 쿨하게 떠날 수도 있고, 좋아하는 남자를 쫒아다니는게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 가정에서의 엄마,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이 새로운 페미니즘의 방향이라고 제시한다.

 남자를 억압자나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보고, 함께 성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R9FHKKbMZo


 영상은 5년 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더 전통적인 사회 분위기로 페미니즘을 맞는 시기가 늦어졌다지만, 그 강한 전통을 깨고 빠르게 세계에 동화된 양상이 자랑스럽다.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서양이 우리보다 5년, 10년은 더 앞서 있다는 말을 주워듣고 우물 안 개구리 생각을 했었다.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세계가 모두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자와, 그들과 대항하는 자들로 똑같이 혼란을 겪고 있으며, 그 말은 서양에서도 현재까지 여자의 억압이 있어왔고, 여자와 남자의 대립 구도있다는 의미다. 




 수십세기를 거쳐 진화해 온 남녀의 생각과 본능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수렵생활, 육아생활을 나눠서 해온 먼 조상들을 놔두고 왜 남자일, 여자일을 나누나며 문제를 제기한건 지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 아닌가 싶다. 변화하는 시도와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좋으나, 여자와 남자의 존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는 모성애가 강해서 장래희망에 '엄마'라고 썼다고 비난받아서는 안된다는 거다.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는다는데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집안일을 하며 남편과 자녀를 보살피는 일을 뒷바라지한다고 하지 말자.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남성적 매력어필, 여성적 매력어필을 부정적으로 본다는건 참 아리송한 일이다. 따라서 꼭 페미니즘은 바지와 숏컷을 고집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추가로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군대를 가라.'는 말은 호모 사피엔스, 그 이전부터 갖고온 신체 유전자, 민족 습성 등을 모두 고려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우리는 염색체 하나 차이로 달라도 너무 다르고, 인류가 보인 양상 또한 다르다. 물론 어떤 한 성별에 한계를 짓고 사회적인 차별을 가하는건 '성'과는 다른 문제다.


 현 사회는 여자가 물리학자가 된다고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가 아니다. 페미니즘을 맞은 한국 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여성 인권을 한번 강하게 인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미니즘이 꼭 필요할까? 우리는 '여성'보다는 '평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제안하는 용어가 '이퀄리즘'이다. 무조건 처음 들어보는 단어 일테다. 왜냐하면 내가 만든 용어이기 때문이다.(혹시나싶어 찾아 봤는데 실제로 나와 똑같은 생각으로 페미니즘을 대체할 용어로 이퀄리즘을 뽑은 페인이 있었다고 한다;) 페미니즘은 너무 한쪽에 집중된 용어다.


 우리가 평등한 사회, 즉 이퀄리즘이 되기 위해서는 여자도 남자와 같은 대우만을 주장하기 전에, 남자도 여자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남사친들이랑 얘기를 하다보면 '남자 둘이서 그런데를 가기는 좀 그렇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페스티벌, 전시회, 카페. 가고 싶어도 못가는 이유가 '친구라곤 남자뿐인데 남자들이랑 가면 오해를 받는다.'는 식이다. 이런 사회도 역시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다. 남자가 왜 우냐, 남자가 계집애같은 행동을 하냐, 남자는 강해야 한다. 등등. 앞글에 쓴 남아이돌보고 여자같다고 놀려대던 나처럼.


페미니즘은 한쪽의 평등을 외치는데 집중해야 할게 아니라,
남녀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외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의 평등을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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