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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Jan 06. 2021

길 위에서 네 모습은 중요하지 않아

길 위의 여행자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는건

 여행을 오래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게 제일 귀찮았다. 처음 만났을때 서로의 정보를 묻고 물어, 어떻게든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보려 한다던가, 그렇게 물어보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던가.


 가까워 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대한만큼 실망감이 따라오기도 했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여행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게된건, 사람을 알아가고 가까워지는데 필요한건, 물으면 물을 수록 캐서 나오는 그런 것들이 아닌, 시간이였다. 시간을 들여 함께 보내면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서로의 느낌이 느껴졌다.


 그런 자연스러운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멀어질 사람은 멀어지고, 가까워질 사람은 어떻게든 가까워진다는게 내공으로 자리잡혔다. 


 그런 자연스러움.


 언제나 자연스러운게 좋았다. 인위적이고 표면적인 것보다는 눈으로는 알 수 없는 '끌림'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여행을 오래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좋더라. 여기서 무슨 여행이 좋은 여행이고, 진짜 여행자는 어떻고 저떻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행을 오래 한 사람을 만나면 촉이 발동한다.

 

 처음 사람을 만나 묻는 질문은 '어디 살아요?', '무슨 일 해요?', '나이가 몇살이예요?' 같은게 아닌 '어디로 가요?''거기 가봤어요?''한식 먹으러 갈래요?' 같은 내가 여행하고 있음이 의심치 않은 내용들이 좋았다.


 서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묻지도 않고, 묻기도 귀찮은 그 기류. 같이 배불리 맛있는걸 먹으면 그만이고, 앞으로 같이 여행할 사람이 생기면 그만이고, 말만 잘 통하면 그만이고. 


 그래서 여행이 좋은게 아닐까.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들이 자신을 평가없이 그대로 바라보기 때문이란다. 일을 하는지 마는지, 돈을 얼마나 버는지 마는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건 말건 아이들은 부모를 인격체로 사랑한다. 어떤 타이틀로도 그들을 평가의 잣대에 맞추지 않는다.

 회사에서 일을 잘해, 못해, 잘생겼느니, 못생겼냐느니, 젠틀하다느니, 꼰대라느니 평가질에 치이고 집에 돌아와 아이를 바라볼때, 아이들은 아빠라는 존재 자체를 본다.


자존감도 같은 맥락. 어떤 모습이던간에 나를 똑같은 나로 바라본다는 것. 

내가 어떻건간에 상관없어.


 그리고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나를 그렇게 대해줬다. 사람에 피곤함을 느낄때 쯤,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것도 그때문이였다. 


나를 편견없이 대해준 모든 여행자에게

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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