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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Apr 13. 2024

“알아 내가 불통이라는 것을 어쩌겠어 이렇게 생겨먹은 걸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건 아니잖아 다만 몇몇 사람들을 답답하게 했을 뿐 그것도 따지고 보면 너희들 감정 풀이를 할 수 있을만한 존재이니깐 나에게 이러는 거 아니야 한마디로 만만해서 그런거 아니냐고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그것도 너희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도, 또 말하겠지 존재 자체가 불편하다고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 거슬린다고, 그냥 난 소심하고 조용한 사람일 뿐이야”

 어딘지 모를 녹이 쓴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방금 뜯은 강아지풀로 바닥에 기어 다니는 콩벌레를 휘적이며 혼자서 꿍얼거린다. 사실 저런 말을 하고 싶어도 하고 싶은 대상이 없다. 누군가가 나에게 험한 말을 하면 늘 대받아 칠 대사는 줄줄이 외우고 다녔지만 이상하리만큼 나에게 애꿎은 말, 행동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잘 나가는 일진보다 괴롭힌 당하는 왕따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바라본다. 저런 일이 벌어지기는 하는 걸까? 아니면 벌어지는데 나만 모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뉴스에서도 그런 것이 나오는 걸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벌어지는 일인 것 같았다. 내가 모른다는 건 좋은 일인 거겠지 학교가 끝나고 난 늘 혼자 걷는다. 가끔 어쩌다 인사하는 친구들 몇몇 그뿐 아무와도 함께 등하교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난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내 방에 있는 회전의자에 앉아 방안을 뱅그르르 돌며 천장을 보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너무 조용하다 싶으면 존재의 의미에 대한 생각도 해보기도 한다. ‘난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 진다. 그러면 터덜터덜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맨 처음 보이는 아무 나무 작대기를 잡고 요리조리 풀들을 휘저으며 길을 걸어 다닌다. 그리고 혼자 꿍얼거린다. “이상하지 밖에만 나오면 누군가 같다 놓은 것처럼 나무작대기가 한 개씩은 꼭 있단 말이야” 나 자신이 말해놓고도 누구한테 말했는지 어이없어하며 피식 웃는다. 그리고 의미 없이 풀들을 헤집는다. 벌레들 곤충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혼자서 꿍얼거린다. “저것들은 생각하면 살까 살아 있으니 살아가는 걸까 아님 우리처럼 생각할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벌레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생각이 미쳤을 때 지난번 보았던 이상한 녀석이 생각이 났다. 곤충채집통에 벌레 곤충 수십 마리를 잡아 놓고 라이터로 한 마리 한 마리 태워 죽이며 웃던 녀석이 말이다. 그 녀석이 곤충을 태워 죽이는 모습을 옆에서 빤히 쳐다보며 구경을 했더랬다. 그리고 나는 물었다. “그거 왜 태우는 거야?” 난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는데 그 녀석은 채집통에 있는 벌레들을 바닥에 다 쏟아 붙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왜 태워 죽이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그 녀석과 똑같이 벌레를 잡아 태워 죽여 볼까도 생각했지만 나에게는 채칩통이 없었고 집에는 라이터도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라이터를 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부모님은 그게 왜 필요하냐고 물으 셨고 나는 며칠 전 이상한 녀석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고 나도 그리해보고 싶다고 하자 부보님은 빤히 나를 보고는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 라면 사줄 수 없다고 그리고 그런 건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물었다. “왜요?” 부모님은 말했다. “누군가가 널 불로 태운다고 생각해 봐 그러면 넌 어떨 것 같아” 난 부모님에게 말했다. “우린 뭘 먹잖아요” 부모님은 말했다. “넌 그러면 벌레를 먹기 위해 그럴 거니?” 당연히 난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생각했다. ‘뭘 먹기 위해 태우는 건 괜찮은 건가’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이 들으면 안 좋은 반응을 보이는 어떤 주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괜히 피곤해진다. 궁금 하지만 궁금함이 풀리지 않고 제자리에서 뱅뱅 돌며 어떤 ‘화’ 같은 게 올라올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궁금한 게 있으면 노트에 적었다. 언젠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노트의 적어둔 궁금증을 하나둘 풀어 보리라 생각했다. 몇몇은 살면서 자연스레 풀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노트에 기록을 남길 때는 언제 이걸 다 알아봐라고 생각했지만 살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는 경우도 있고 내가 딱히 원하지 않았지만 알아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어 자연스레 조급함 같은 게 살아졌다. 노트에 적힌 걸 알아보고 싶을 때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늘려가는데 집중하면 되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느 모르겠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궁금한 것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노트에 기록하는 횟수가 확연하게 줄었다. 하지만 노트에 적힌 것들을 확실히 구연하게 하기 위해 조금 더 정확한 내용으로 수정하며 글을 지우고 채워 나 같다. 기록을 남기면서 느낀다. 글이라는 것을 흥미로운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게 글이라는 게 없었다면 뭐랄까 ‘야만인’ 그래 야만인 그 이상은 벋어나지 못했을 거다. 글이라는 것이 있어 나를 종이에 저장할 수 있었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분명 내손에는 펜이 아니라 아마 다른 것이 쥐어져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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