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용은 오늘도 퇴근길을 걷는다. 정말로 궂은 날이 아니고서야 늘 퇴근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 같다. 집까지 돌아가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5km 정도 거리이다. 회사동료들은 각자에 자신들의 집에 돌아가는 방법들을 어쩌고 저쩌고 말하며 왜 힘들게 걷느냐고 묻는다. 그런 물음에 가장 편한 답변은 최중관리나 건강관리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기용이 진짜 걷는 이유는 폭력을 쓰지 않기 위해서였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이래서 부모님들이나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공부를 해라 꿈을 가져라 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붙도록 말한 것 같다는 것을 기용은 세월을 통해 뼈저리게배워 나가고 있었다. 돈 때문에 하루하루를 때우는 삶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때려치우고 싶은 직장 결국 삶을 채우는 것은 돈, 돈, 돈뿐이었다. 돈에 의해 인생이 메말라가고 있다고 느끼는 기용이었다.
기용은 걷는 동안 마음을 비운다. 집에서 명상이라는 것을 해보았지만 너무 정적이 곳에는 더 산만해졌다. 걷는 동안 바람도 느끼며 풀도 느끼며 하늘도 보고 땅을 보면서 자연에서의 요란함을 느끼며 걷고 있는 동안은 오히려 어떤 것이 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그건 ‘화’일 거다. 걷는 것이 어떨 때는 조금은 귀찮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 ‘화’라는 놈을 비우지 않고 집에 돌아가면 더욱 많은 귀찮은 일이 벌어진다. 마음이라는 집에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 이곳저곳은 휘비적거리는 무언가가 계속 꿈틀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용은 퇴근시간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운동화 끈을 질끈 묶는다.
기용은 여느 때처럼 퇴근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정성스레 가꾸어둔 텃밭에 땡칠이가 누워 있었다. 카오스 슈퍼마켓 주인 할매에게 자주 밥을 얻어먹던 녀석이었다. 카오스 슈퍼마켓뿐만 아니라 이곳저곳 들리며 음식을 얻어먹길래 떠돌이 개인줄로만 알았지만 카오스 슈퍼마켓 할매의 아들이 주인이 있는 개라고 했다. 기용은 개에게 목줄이 있는 것도 아니도 꼬질꼬질하기도 하고 누가 봐도 떠돌이 개인데 어딜 봐서 주인이 있는 개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기용의 물음에 할매 아들이 말하길 먹이 때문에 다른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지 마음을 주는 것 같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마 그 마음은 주인에게 가있을 거라고 말했다. 평소 슈퍼마켓 주인집 할매는 아들이지만 항상 미친놈 취급했기에 그래서 그런가 기용 또한 그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예’라고만 대답했다.
평소에도 땡칠이는 너무 이곳저곳 별스로운 곳에서 누워있는 모습을 많이 보안 온터라 텃밭에 누워있다고 해서 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음날 퇴근길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한치에 흐트럼 없이 어제와 똑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 또렷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어제와 똑같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어쩐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죽었다는 걸 그래도 확인은 해야 했다.
기용은 죽었는지 확인해 보려 개에 몸에 손을 뻗으려 했지만 어쩐지 손을 같다 될 수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더럽다며 만지지 말라 했을 때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만었는데 어쩐지 지금은 께름칙하게 느껴졌다.
기용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네 적당한 크기 길이의 나무작대기가 눈에 들어와 집어 들고는 엎드려있는 땡칠이의 배부위쪽을 쿡쿡쿡하고 찔러본다. 아무런 미동도 없다. 다시 한번 방금 전 보다는 힘을 조금 더주어 찔러본다. 그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칼이었다면 아마 몸안을 관통했을 정도의 힘을 주어 다시 찔러보았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죽은 것이 확실하다.
기용은 땡칠이의 죽어 있는 몸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들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개였다면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쳐 같겠지만 평소 먹이를 먹던 모습이 기억이나 그냥 지나쳐갈 수는 없었다. 조금은 몽글한 바람이 기용의 몸을 훑고 스쳐지나 같다. 예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동물사체를 발견하면 112나 119에 전화하는 것처럼 전화하면 된다고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려 했지만 그만두었다. 귀찮아진 것인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것인지 하기 싫어졌다. 땡칠이의 죽어 있는 모습을 물끄럼히 바라본다. 그리고 꺼냈던 스마트폰으로 누워 있는 땡칠이의 사진을 찍었다.
기용은 텃밭 주변을 둘러봤다. 텃밭에는 무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먹으려고 기르는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텃밭주인은 땡칠을 보았을 까라는 생각말이다. 막 아무렇게나 자란 모습이 아닌 분명 손이 탄 텃밭이라 오다가다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보았다면 보았음에도 땡칠이의 시체를 나둔 것은 어떤 의미로 나 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용은 땡칠이를 다시금 바라보고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루하루 퇴근길에 땡칠이의 몸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점점점 사라져 같다. 수많은 무언가가 땡칠이의 몸을 훑어지나 같다. 그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은 순리대로 돌아가는 모습 같았다. 땅이 땡칠이를 서서히 받아들여 가는 모습 같았다. 땡칠이의 몸이 땅에 스며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결국 뼈만이 남았다. 땡칠이의 뼈를 바라보는데 기용은 눈물이 났다. 슬퍼서 흐르는 눈물이 아니었다. 뼈의 형태가 땡칠이가 누워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천천히 먼가 타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눈물이 났다. 기용은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모른 체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노을 진 하늘 쪽으로 몸을 돌려 집으로 다시 걸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