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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Nov 02. 2024

카오스

내 이름은... 알려주기 싫다. 그래도 나라는 걸 알아야 하기에... ‘카오스’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군 크허~ 어렸을 때 우연히 읽은 공산과학 소설에서 본 단어인데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 그래서 카오스라는 단어에 의미를 알기 전부터 의미를 부여하고 좋아했지 그래서 뭐든 이름을 붙여야 하는 거라면 이름이 있어야 하는 거라면 카오스라고 이름 붙이는 걸 좋아했어 하지만 얼마 전에는 그러지 못한 일이 있었어 우리 가계에 자주 오는 꼬질한 똥개 한 마리가 있는데 동네 아이들끼리 이름을 붙여주기로 하고 여러 가지 이름을 말했어 땡칠이도 있었고 왕왕이 바우 요요 뭐 이런 게 있었어 나는 당연히 카오스라고 말했지 결국 가위 바위 보를 한 거야 결국 그 개이름은 땡칠이라고 붙여졌어 똥개가 땡칠이라 줄리우 고부터 엄마가 주는 밥을 얻어먹는 개가 시큰둥해졌어 아무튼 그랬어...

{카오스라 불리고 싶어 하는 이 남자는 늘 일기를 쓸 때면 누군가가 읽는다는 가정을 하고 글을 써내려 같다. 분명 누군가는 분명 자신의 글을 보고 있을 거라고 확신을 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신기했어 ‘왜’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냥 신기했어 두 팔만 있는 것도 신기했고 두 다리만 있는 것도 신기했고 왜 하늘은 못날고 물속에서는 오래 숨을 못 참는 것인지도 신기했어 다양한 생김새에 얼굴들도 신기했지, 엄마가 아버지 사망 보험금으로 무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슈퍼마켓을 하자고 말했어 지금이었다면 편의점을 하자고 했겠지만 그때는 편의점이라는 것이 생소했어 그래서 슈퍼마켓을 하자고 했지 엄마는 나에게 슈퍼마켓을 왜 해야 해라고 물었어 난 말했지 ‘사람 구경하고 싶어서’ 엄마는 나에 말에 잠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웃음인지 슬픔인지모를 표정을 짓고는 그래 그러자 말했어 그리고 슈퍼마켓에 이름은 당연히 카오스슈퍼마켓이라고 지었지 엄마는 처음 나에 이름을 딴 이름을 짓기로 했지만 난 극구 우기며 카오스로 하자고 말했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엄마는 자식의 고집을 들어주었지 처음에는 입을 쩝되던 엄마도 나중에는 좋아하게 됐어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 것인지 동네에 랜드마크처럼 되어 버렸던 거야 동네에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장소를 알려줄 때 카오스 슈퍼마켓을 기준으로 길을 알려주고는 했지 많은 사람들이 슈퍼마켓을 지나가던 잠시 있던 물한병 과자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한 개 라도 먹고 가거나 사같어 그래서 이름 때문에 크게는 벌지는 못했지만 짭짤하게는 벌었던 같아. 동네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잔돈을 모아 한 개를 사 한입식 햝알 먹을 정도로 동네가 집안 사정이 좋은 사람들이 사는 곳 아닌 낙후된 동네라 큰돈을 벌 생각보다는 유지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가계이름 덕에 생각지도 못하게 유지는 물론 조금은 여유롭게 돈을 벌었어 그리고 엄마는 못 산다고 해서 돈 앞에 사정을 바 주지는 않았어 주고받는걸 칼같이 했지 돕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속이지도 않았어 그런 분이었어 엄마는 사람에 대한 ‘정’을 동정으로 베푸는 분이 아니었지 그래서 장사꾼으로써는 어쩌면 췌고에 어떤 것을 가진 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아빠가 죽고 난 후부터 엄마는 나에게 공부를 해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전에는 내 나이 4살 때인가부터 한자와 영어를 가리켰던 것 같았는데 말이야 틀리때마다 회초리 맞은 기억도 있었지 그 당시 ‘죽음’이라는 의미를 몰랐지만 그것과 비슷한 그 어떤 것을 느꼈던 같아 그때에 고통을 잊을 수 있었던 건 공상과학책을 읽으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어떤 고통을 이겨냈던 것 같아 하지만 아빠가 죽고 난 후부터는 엄마는 나에게 어떠한 것도 하지 않았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아니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는 책임감 정도로만 날 키웠던 것 같아 늘 무언가에 쫓기던 나는 시간이 텅 비어 버렸지 텅 빈 시간으로 그때부터 난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빠지게 됐어 ‘발명’ 말이야 손으로 무얼 만드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됐어 근데 웃긴 건 엄마가 공부를 시켰을 때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어 하고싶은 무언가를 하고부터 그것을 위한 배움이 즐거웠기 때문인지도 몰라 말이야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뭐든 만화처럼 흘러가진 않는다는 것을 알아 하고 싶은걸 하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녀석이 필요했어 결국 난 누구나 알아주는 학업을 마치소 누군가는 바라는 곳에 취업을 했지만.... 회사생활 3년 방황 7년 총 10년을 버려야만 했어...

엄마는 그런 날 안탑깝게 보면서도 못마땅하게 보셨지 결국 엄마는 십수 년 만에 회초리로 날 때렸어 덩치는 산만해서 얼굴에는 지저분하게 털들이 자라 본래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여 참아 종아리를 걷고 맞으라는 이야기를 못하니 온몸을 때려 됐어 맞으면서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참오래도 참았다는 생각이었다. 7년 동안 눈치를 보면서 때리려고 했던 적은 있었어도 지금처럼 비 오는 날 먼지가 날 기세로 때린 적은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7년 만에 매를 들었어 그것도 밥 먹는 중에 말이야 밥을 먹는데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는 어디서 회초리를 구해와 마구 잡이로 때려 됐다. 반쯤은 울먹은 목소리로 말이다. 그렇게 맞고 있는데 7년 동안 읽었던 공산과학 소설책 속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같다. 그리고 번뜩였다. 발명품을 만들어서 장사를 해보기로 결심한 거였다. 말도 안 되지만 오히려 말이 안 되니 말이 되는 듯도 했다. 난 엄마에게 방금 생각한 것에 대해 말했고 엄마는 일단 아무거나 한다니 그제야 회조리질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엄마는 여전히 못마땅 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무언가를 할 생각을 하니 오랜만에 밥이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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