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by J팔

늦은 오전 눈을 뜨자마자 시작하는 하루일과는 방안에 널브러져 있는 아무 옷을 걸쳐 입고 카오스 슈퍼마켓에서 빨간색이 마음에 드는 담배를 세 갑을 사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 갑을 하루에 다 피우는 것은 아니지만 세 갑을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한 갑은 호주머니 한 갑은 하나뿐이 없는 명품 숄더백 한 갑은 집안 서랍에 쟁겨 놓는다. 서랍에는 정확히 세워 보지는 않았지만 몇 보루 정도는 있을 거다. 담배값이 오르고부터 언제 또 담배값이 오를지 몰라 저축하는 것처럼 하루에 담배 한 갑을 모으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담배를 사들고 가면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는다. 누구누구 눈 때문에 그런 건 없다. 단지 쟁겨놓은 담배를 선입선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담배도 상한다는 것을 알고부터 해오던 일이다. 담배라는 것이 그닥 유익한 것이 아니기에 썩지 않는다 생각해 왔다. 보통 세상에 해로운 건 잘 썩지 않으니 말이다. 담배가 그렇게까지 해로운 것이 아니었는지 오래 지난 담배를 태우면 미묘하게 원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담배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일 년 정도 지나면 맛이 간다고 하더라 그렇기에 선입선출을 해줘야 한다. 폐한테 온전한 맛을 보여주려면 말이다. 담배가 잘 정리된 서랍에 새로운 담배를 넣고 전에 사두었던 쑥성이 된 담배 두 갑을 꺼내어 하나는 출근할 때 들고 갈 백에 넣어두고 한 갑을 비닐을 뜯어 베란다로 간다. 흡연을 위해 베란다에 전용공간을 만들어 났다. 엉덩이를 안시렵게 만들어줄 방석이 있고 주위에는 공기를 맑게 해주는 생명력이 좋은 식물들이 있다. 방석옆에는 조그마한 정수기 옆에는 캡슐커피를 뽑아 마실 수 있는 기계가 있다. 가장 멋진 건 몇 년 전 프리마켓에서 산 핸드메이드 재떨이다. 고대 황실에서나 썼을 법한 재떨이 바닥에는 십이간지 동물들이 엎드려 절하고 있고 그 중앙에는 코끼리 네 마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신화 속에 나올법한 상상에 동물을 떠 받들고 있고 무릉도원에로 있는 듯 편안하게 엎어져 있는 상상 속 동물 위에 복작한 모양이 각인된 크리스털소재에 재떨이가 얹허져 있다.

양털이 풍성하게 들어 가있는 방석에 앉아 주위를 잠시 둘러보고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종이컵을 빼어 커피가 나오는 주둥이 쪽에 같다 되어 놓는다. 버튼을 누르고 기계가 잠시 굉음을 뱉어내다 멈추고 주둥이에서 커피를 뱉어낸다. 하얀 김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땅냄새 같은 커피 향이 가슴속에도 퍼져 들어간다. 푸근해지고 차분해진다. 이 시간이 마음에 든다.

창을 빼꼼히 연다. 담뱃갑 비닐을 벋기고 각을 열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성냥 불로 담배에 불을 붙인다. 입을 뻐끔거려 불이 잘 붙게 도와준다. 이네 연기가 입속에 맴돌 때쯤 성냥을 손으로 흔들어 불을 끄고 재떨이에 버린다. 검지와 중지로 입에 문 담배를 집고 깊게 가슴속에 연기를 피운다. 입술에서 담배를 때내고 천천히 연기를 뱉어낸다 연기가 아스라이 흩어진다. 흩어지는 연기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한번 진하게 담배를 태우고 천천히 연기를 뱉어낸다. 담배를 재떨이에 걸쳐두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에스프레소가 담긴 종이컵을 들어 후후 불며 천천히 마신다. 창문밖 한가로운 길 위에 아무 의미 없이 내리쪄있는 햇빛을 바라본다. 담배로 몽롱해진 정신이 향긋한 커피로 정신이 맑아진다. 날씨가 쌀쌀했는지 내려 쪄있는 햇빛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일광욕을 즐기며 그루밍을 한다. 그루밍하던 고양이 곁으로 다른 고양이가 다가온다. 둘의 몸을 이리저리 뒤엉키며 서로가 서로를 그루밍해준다. 꼭 그 모습이 춤을 추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가 미소가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가 고프다 딱히 무얼 먹을 생각은 없다. 이 공간에 이 시간에 공복감이 막연하게 찾아오는 공허함을 잊혀주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멍하니 무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오년전만해도 그러하지 못했다.

한 번도 공부를 안 한 것에 인생을 담배연기처럼 태운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들여 성을 만들어봐야 때 되면 그 성은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걸 알면서 왜 쌓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며 하루하루 대충 사는 것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다. 공장에서 낮잠을 자다 누가 언제 왜 놓은지 모를 눈먼 쇳덩어리가 내발목을 박살 내기 전까지 말이다. 조금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른 장소에 일을 했다면 한푼 더 벌기 위해 잔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필 그 자리에 낮잠을 안 잦더라면 내발목은 멀쩡했을까 다리병신이 된 이후로 하루도 맘 편히 세상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람의 위로를 받았지만 오히려 그들이 꼴 보기 싫어 누구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잠적한 곳이 지금 사는 동네이다.

삼 년 동안은 벌어둔 돈으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조금 덜먹고 조금 덜 쓰며 죽은 듯이 살면 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살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니 감정이 무뎌지고 일상에 녹아 생활하니 먹고사는 문제가 다시금 목줄이 되어 죄여왔다. 통장잔고를 보니 생각보다 많은 돈이 사라져 있었다. 월급을 받았을 때는 차곡차곡 작지만 차곡차곡 쌓였지만 월급 없이 생활하니 어느새 많은 탑이 살아져 있었다. 결국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일이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면접을 볼 때면 면접을 잘 보았다 생각이 들어도 절뚝이는 다리를 보고는 모두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거절을 했더랬다. 이런저런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천장에 끈을 매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에 생각하기도 싫었다.

면접이 잘되지 않을 때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카오스 슈퍼에 있는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곳에서 처음부터 담배를 태운 것은 아니다.

마루에 앉아 한숨을 내뱉고 있으니 슈퍼 할매가 눈치를 주기에 머라도 사야겠다 싶어 슈퍼에서 무얼살지 고르는데 막당히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가계 안을 뱅뱅 돌다 돌다. 눈에 띈 게 담배였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 담배를 사서 태웠다.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태워댔다. 결국에는 꼴초가 되어 담배연기로 도넛츠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날도 취직이 안되어 마루에 않아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화장을 하지 않아 맨얼굴이어서 얼굴에 세월에 흔적이 보였지만 외형이 너무 단아하고 수수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풍겨지는 무언가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중년에 여자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내 곁에와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긋이 날 바라보는데 어쩐지 지난날 죄를 지었던 것을 말해야 할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왼쪽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눈물이 나오자 그제서야 어떤 반발심이 생겼다.

“왜.... 쳐...”

말이 이어나가려는데 중년에 여자가 왼쪽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젖가슴은 그럭저럭이고 키도 몸매도 이 정도면 됐고 얼굴도 적당하고 다리가... 다리야 뭐 상관있으려나”

“....”

고운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상한 말에 오히려 말문이 막혀 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도 일을 못 구했으면 나와 함께 일하지 않을 래요.”

“네”

무슨 일인지도 물어보지 않고 일하자는 말에 덮석 ‘네’라고 말했다. 조금은 무슨 일인지 월급은 얼마인지 복리후생은 무엇 무엇이 있는지 같은 사치를 따져 봐야지 했지만 결혼할 사람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해던가 어디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왜인지 어떤 일인지 모를 이 일이 그러할 것 같았다.

“혹시 나도 담배 한 개비만 줄래요. 담배가 있기는 하지만 아찔한 것만 남아서 말이죠”

내 귀에는 아찔하다는 말이 묵음이 된 채 그녀에 말에 마리오네트가 된 듯 담배갑 뒤를 살짝 톡톡 쳐 몇 개비가 삐져나오는 걸 보고 그걸 여자에게 내밀었다. 중년에 여자는 가장 위에 솥은 담배 한 개비를 집어 입술에 살짝 물었다. 난 호주머니에 이백원짜리 형광색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려 했지만 그년 손으로 그러지 말라 제스처 하고는 자신에 숄더백에서 조그마한 성냥갑을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천천히 담배를 태우는데 샤론스톤 같았다. 우아한 입술에서 나오는 연기는 꼭 우화등선하는 신선이 타고 다니는 구름처럼 보였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녀에 질문에 그제서야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에 눈빛에 뭣 때문인지 꼬마아이들을 바라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연기를 입술에서 뱉어냈다.

“저와 함께 일단 천천히 걸을 까요.”

나와 그녀는 담뱃불을 껐다. 그녀는 천천히 골목으로 들어갔다. 난 그녀에 뒤를 절뚝이며 천천히 따라 같다.

클래식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멜로디에 지난날에 상념에 빠져나왔다. 시계를 보니 시곗바늘이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출근시간이 다되어 같다. 마지막으로 담배 한 개비를 더 태울까 고민해 본다. 그러다 이네 그만두고 양털로 된 방석에서 일어나 평온함에 찌들은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내일도 이 자리에서 흡연할 수 있기를 바라며 눈먼 속삭임을 어딘가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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