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

by J팔

‘김’씨 아저씨가 뜬금없이 떠났다. 유일하게 사람 같은 사람이었는데 뭐~ 막노동꾼들이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장돌뱅이 같은 인사들이 만은 지라 그만둔다고 입에 개거품을 물고 장담하고 떠나도 하루 먹을 술 한잔을 사 먹을 돈이 없으면 그런 말을 언제 했냐는 듯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만둔다는 말은 그 사람이 있었나 없었나 하는 순간에야 그 말이 진심이었구나 하는 거다. 어쩌면 눅눅한 골방에 고독사로 뒤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김’씨 아저씨에 종료버튼은 이머전시 버튼 같아서 그냥 순수하게 종료한 것 같았다.

언제인가 ‘김’씨 아저씨처럼 종료버튼을 누루고 싶다. 영 앤 리치는 바라지는 않는다. 죽을 때까지 ‘일’ 안 할 정도로만 ‘돈’이 벼락처럼 뚝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다. 빌어먹을 근 십몇년을 로또를 사주었으면 한번 정도는 벼락이 떨어질법한데도 떨어지지 않는다. 빌어먹을 요즘 로또가 사기가 아니냐는 기사가 종종 나오던데 빌어먹을 로또가 유일한 빌어먹을 현 상황에 엑시트 같은데 빌어먹을 울음도 안 나온다.

각자에 생각이 다르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책들에 나오는 말들이다. ‘우리는 넘 가 다르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류에 말들 말이다. 하지만 이것 또 한 자기 주관적이다. 내로남불이 된다. 누구에게 참견하거나 자신에 신념을 관철할 때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려들거나 넘에 신념이 우습게 볼 때는 똥고집이라고 말한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라 말이다. 웃음이 나온다. 다른다는 것을 알지만 인정하려 들지 않는 행태들이 말이다. 뭐~ 딱히 그것으로 왈가왈부하는 건 아니다. 나라고 그닥 다른 인간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왜 이런 잡스러운 철학을 들먹이냐고 나도 모르겠다. 아무리 막노동판이 막장인 사람들이 온다지만 인생이 막장 쳐서 온 것이지 인성이 또한 막장 친 것인지는 미처 몰랐다. 인생이 막장이 되어서 인성도 노답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인간들이 하나같이 노답인 인간들이 넘쳐났다. 숨 쉬듯이 물 마시듯이 밥먹듯이 인간들에게 무례하게 대한다. 특히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더욱더 그런다. 그래서인지 착한 사람도 착한척하는 사람도 일단은 어떤 사람인지 피아 식별이 되기 전까지는 나쁜 사람인척하거나 나쁜 사람인 것을 숨기지 않는다.

가끔은 신기할 때도 있다. 둘러보며 전부 무기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 죽이기 딱 좋은 장소인데 이토록 사람들에게 무뢰하게 대하는 것은 왜일까 하고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넘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말이다. 키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고 치자면 겉으로야 비리비리할 수 있어도 속사정은 모르지 않나 이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말이다. 독에 대한 전무가여서 세계에서 알려주는 암살자일수도 있지 않은가 칼로 살인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말이다. 사정이 있어서 또는 위장을 위해 잠시 이곳에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소설책은 아니더라도 영화 같은 데에서는 흔하디 흔한 소재로 나오지 않는가 힘을 숨긴 사람이 어떤 사건으로 평범한 인간들 틈 속에 살아가다 소확행 같은 빌런들을 보고 머리가 미쳐 날뛰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인생이 막장이어서 그런가 인가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끝을 달린다. 하루 벌어먹고살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과도한 업무 때문에 뇌가 죽음에 대한 그 어떤 무언가를 감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 씨 아저씨를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이런 거였다. 큰 재해가 오기 전 먼저 반응하는 쥐새끼들처럼 김 씨 아저씨는 항상 무언가를 기민하게 잘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그 어떤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장난이라면 장난일 수 있고 아니라면 아닐 수 있는 그 어떤 무언가를 잘 발견해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신기했었는데 한동한 김 씨 아저씨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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