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골방에 이방에만 어울리는 듯한 작은 탁자 하나가 있습니다. 그위에는 소주 한 병, 소주잔 하나 그리고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안주 그리고 건조하게 말라버린 듯한 안주 위에는 젓가락 한 짝이 나란히 있습니다.
탁자 옆에 쪼그려 앉아 소주를 한잔 마시고 식탁을 응시합니다 눈동자는 분명 탁자이지만 마음은 분명 다른 어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안주라도 먹으며 술을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주는 입에 되지 않습니다.
다만 소주 한잔 한잔 어떤 마음으로 한잔씩 가슴 깊은 곳 어디쯤으로 흘려보냅니다.
한잔씩 입으로 흘려보낼 때마다 얼굴이 구겨집니다. 쓰다는 듯 세상에 둘도 없는 맛없는 것을 마신다는 듯 하지만 잔을 내려놓으며 말합니다.
“다네”
그리고 또다시 어딘가로 날아가버립니다. 뭉게뭉게뭉게 어디론가 날아 가버립니다.
식탁 밑에 재떨이와 라이터 하나를 꺼냅니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입니다.
금붕어 마냥 입술을 뻐금 뻐금거리기를 몇 번 그리고 눈으로 불이 붙었는지를 직접 확인한 뒤에 깊게 아주 깊게 담배를 드리 마십니다. 그리고 천장 위로 후~ 하고 연기를 뿜어 댑니다.
그 한 번의 깊은 들이킴이 끝입니다. 한 개비가 재떨이 위에서 다 타들어 갈 때까지 또다시 먼 어딘가로 천천히 날아가는 듯합니다. 소주가 반 병쯤 남았을 때 눈물을 흘립니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슬퍼하는 표정도 미워하는 표정도 아파하는 표정도 아닌 온전히 그대로인 얼굴로 눈물 많이 두 뺨에 흘러내립니다. 무얼 그리 생각하며 우는 걸까요?
“억울해”
눈물에 썩여 내뱉은 한마디입니다. 그 한마디가 공허하면서도 작디작은 방을 매우기에는
너무 무거운 말입니다.
누군가가 그 방안에 있었다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의 무게입니다.
어떡해 저런 평온한 표정으로 저만한 무게의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걸까요?
소주잔을 비우고 다시금 천천히 소주병을 들어 잔을 천천히 채웁니다. 알콜향이 온방을
매웁니다.
텔레비전 소리는 요란하게 울리는데 방안은 정막만 흐릅니다. 정막 속에 술잔이 채워지는 소리조차 들립니다. 채워진 잔을 들어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 채웁니다.
이거라도 밀어 넣으면 무언가 빈듯한 이 기분이 채워질까 해서 흘려보내는 걸까요?
그 한잔을 비우고 두 다리를 웅크립니다. 그리고 얼굴을 웅크린 두 다리에 파묻고 두 손으로 정강이를 꽉 않습니다.
그리고는 흐느낍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우는 걸까요? 그냥 목놓아 울어도 아무도 보지 않는 혼자인 방인데 왜 저리 처량하게 우는 걸까요?
그렇게 한참을 흐느낍니다. 너무 한참을 울어서 몸안에 있는 것이 남아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눈물로 모든 것을 비워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텔레비전에서 영화 한 편이 끝날 정도로 울어되더니 다리를 풀고 다시 소주병을 들어
잔을 채웁니다. 그리고 내뱉습니다.
“진짜 억울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님 어떤 일이 있는 걸까요? 무엇이 억울하게 하는 걸까요?
전화기를 들어 한참을 만지작거리더니 전화를 합니다.
지금 보여주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통화를 합니다. 전화하고 있는 목소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한 사람처럼 보여지지만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무엇인가 비워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사라진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무언가 없는 듯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메말라 보입니다.
그렇게 소주 한잔에 한통 소주 한잔에 한통 그렇게 한 병이 비워졌습니다.
소주병이 비워진 것을 보더니 통화를 멈추고 또다시 다른 어딘가로 가버립니다
다른 어딘가로 날아 가버립니다.
방안에는 정막만 흐릅니다. 주위의 모든 소리가 다 들릴 정도의 정막입니다.
심장 고동소리조차 들리는 듯한 정막입니다. 너무 조용해서 너무 시끄러울 정도입니다.
그 정막을 조용히 깨트리며 내뱉듯이 말합니다
“인생 돌려줘”
돌려달라는 그 한마디에 두 뺨에 눈물이 또다시 흐릅니다. 압니다 절대 돌려받을 수없다는 것을요 백만금 천만금 억만 금이 이따 한들 돌려받지 못합니다. 돌려받아야 할 그 무엇이라면 그것을 깨부순데도 돌려받지 못할 테고 그것이 누군가라면 그 누군가의 목을 비틀어 버린다 해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돌려받지 못함으로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가장 억울한 것은 어디서 돌려받아야 할지를 알지 못함에 더 눈물이 나고 더 더 더 무언가 싫어집니다.
돌려받아야 대상을 더 깊게 고민하지 않으려 합니다. 혹여나 돌아 돌아 돌고 돌아 결국 그것이 나 일까 그것이 나 일까 두려워집니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두병째 소주를 꺼냅니다. 취하려 마시려 해도 취해지지가 않습니다.
잠자려 마시려는 술은 더욱 잠을 들 수 없게 만듭니다.
이리 같다 저리 같다 하는 마음에 또다시 괴로워지는 시간입니다. 괴로워질 때마다 또다시 잔을 채우고 비웁니다. 빨리 온몸이 마비가 되어서 괴로워지지 않도록 알콜을 온몸에 퍼트립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잠이든 모습은 아기와도 같아졌습니다. 한 것 웅크려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습니다. 꿈속에서 만큼은 안 슬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꿈속에서 만큼은 안 괴로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꿈속에서 만큼은 즐거웠으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꿈속에서는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향기만 있는 꽃밭에서 자유로이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억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온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을 잊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