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선배의 편지
대부분의 사람은 사적이든 공적이든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소통은 생각하는 바가 서로 통함을 뜻하는데, 다들 소통이 쉽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단언컨대 소통은 어렵습니다. 두 주체의 의사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하려면 나도 상대에 맞추고 상대도 나에게 맞춰 두 주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도록 의사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적으로 어려운 소통은 대충 넘어가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소통이 어려운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공적인 소통이라면 문제가 다릅니다. 소통이 안 된다고 외면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수학을 전공한 저는 ‘벡터’ 개념으로 조직에서의 소통 방법을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벡터는 이공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지만, 고등학교 과정에서 인문계 학생은 배우지 않아 용어조차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개념은 간단하니 짧게 벡터에 대한 개념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낯선 개념이라 어려울 수 있겠으나 그림만 대충 이해해도 됩니다.
벡터는 힘, 속도 등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크기와 방향을 가진 양을 뜻합니다. 벡터는 방향을 가졌기에 시점과 종점이 있습니다. 벡터를 그림으로 나타낼 때는 시점과 종점을 잇고 종점에 화살표를 넣은 반직선으로 나타내며, 벡터 a를 기호로는
와 같이 나타냅니다. 벡터를 나타내는 반직선의 길이는 벡터의 크기이고 반직선의 방향이 벡터의 방향입니다.
크기만 가진 두 양의 합, 예를 들어 2와 3의 합은 2+3=5이지만, 크기와 방향을 가진 두 벡터를 합은 방향 때문에 2+3=5와 같이 계산할 수 없습니다. 즉, 두 벡터 a와 b의 합은 다음 그림처럼 벡터 a의 종점과 벡터 b의 시점을 만나도록 했을 때 벡터 a의 시점과 벡터 b의 종점을 이은 벡터입니다.
소통 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벡터의 개념부터 설명한 이유는 소통은 생각의 방향과 추진력을 가진 두 주체의 상호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두 주체는 각각 하나의 벡터이고, 소통은 두 벡터를 합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힘의 크기가 다른 두 벡터의 합을 두 벡터의 방향이 다를 때와 같을 때로 나누어 보면 각각 [그림 1], [그림 2]와 같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벡터의 합은 두 벡터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고 그 힘의 크기도 달라집니다.
두 벡터의 방향이 다르면 [그림 1]처럼 두 벡터의 합의 방향은 두 벡터의 방향과 모두 다르고 힘은 두 벡터의 힘의 합보다 작습니다. 즉 소통할 때 두 주체의 생각 방향이 다르면 소통의 결과 또한 두 주체 모두와 다른 방향이 되고, 그 힘은 주체들의 가진 힘의 효과를 다 내지 못합니다. 이 경우 두 주체 모두 소통에 만족할 수 없겠죠.
그러나 두 벡터의 방향이 같으면 [그림 2]처럼 두 벡터의 합의 방향이 두 벡터의 방향과 같고 힘은 두 벡터의 힘의 합과 같습니다. 즉 소통할 때 두 주체의 소통 방향이 일치하면 결과도 같은 방향이고, 두 주체의 힘을 온전히 합할 수 있기에 두 주체 모두 소통으로 얻는 만족감이 클 것입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소통할 때는 다음에 유의해야 해야 소통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소통할 때는 생각의 방향이 같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소통 주체들의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면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에도 에너지 소모가 크겠지만 소통으로 얻을 수 있는 힘의 크기도 줄어듭니다. 따라서 소통할 때는 각자 방향을 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추진력의 크기는 극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객체의 생각을 받아들이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소통의 방향이 목표를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소통의 방향이 같아 힘을 극대화해도 그 방향이 목표를 향하지 않는다면 힘의 크기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즉 목표와 멀어지게 힘을 사용하는 결과를 얻게 되죠. 따라서 조직에서는 정확한 방향을 잡고 힘을 쏟을 수 있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점검은 수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소통의 주체들이 여러모로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도 다르고 힘도 다르니 이걸 모두 계산기에 넣어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내 확신을 주장하는 소통을 한다면 결국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을요.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 주장을 꺾을 수도 있고 타자의 의견을 수용할 수도 있는 바르고 힘 있는 소통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