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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쨈빵 Apr 30. 2021

아, 또 체중이 문제입니까?

마흔의 다이어터




 대학에 가면 빠진다는 살은 오히려 찌고 있었다. 우리의 가난한 연애는 비닐 씌운 초록 접시에 담긴 길거리 떡볶이와 맥도리아 아이스콘을 먹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김밥헤븐에 마주 앉아 치즈라면을  기다리는 설렘이란.

 어느 날, 그의 친구 P가 우리를 보고 말했다.

 "두 사람은 밸런스가 너무 안 맞는 거 아닌가?"

 27 사이즈 바지를 입는 그에 비해, 나는 '많이 무거운 그녀'였다. 그는 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둥글둥글 내 모습이 귀엽게만 보였겠지.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그는 나를 귀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단다. 분명.. 눈빛이 그랬는데.. 쩝)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말 독하게 굶으면서 단기간에 15kg를 뺐다. 윤기 나던 피부가 까칠해지고, 풍성한 머리숱이 빈약해졌다. 아마도 영양실조 상태였을 것이다. 어쨌든 비쩍 마른 몸이 되어서 너무 좋았다.



 모유 수유하면 빠진다는 살은 더더욱 찌고 있었다. 결혼하고 날마다 야식을 챙겨 먹었더니, 1년 만에 앞뒤 없는 몸이 되었다. 임신을 하면서 핑계 낌에 2인분씩 먹었고, 독박 육아로 받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다 (매일 밤, 몽쉘을 안주삼아 우유 잔을 기울였다는). 어렵지 않게 77 사이즈에 육박하는 몸이 될 수 있었다.

 아이 셋을 낳고 나니, 이제는 눈이 몸에 적응하기에 이른다. 이 정도면 딱 보기 좋지 싶은 것이다. 크고 예쁜 옷은 얼마든지 많다. 밴드 허리 치마와 바지여, 영원하라. 입맛이 없다거나 소화가 안 되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반찬이 남아서 밥을 더 푸고, 밥이 남아서 반찬을 더 담는 얼씨구절씨구가 계속되었다. 배고픔이 없고, 배부름도 없는 무한 식욕의 신비!


 첫째 출산 이후부터 혈압약을 먹었으니, 나는 아주 젊은 고혈압 환자였다. 고혈압 약 없이 혈압을 낮추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단다. 혈압약 복용 중에는 임신과 수유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혈압조절이 큰 부담이었다. 약 먹기가 싫어서 여러 번 다이어트를 해봤지만, 4-5kg 떼려다 6-7kg 붙이는 상황이 반복됐다. 셋째 모유를 끊으면서 나는 드디어 살을 안 빼도 되는 자유의 몸(과 마음)이 되었다.



도비도 자유, 나도 자유



 마흔이 된 어느 날, 병원에서 고지혈증 약을 처방해준다. 혈압약도 어쩔 수 없이 먹는데, 하나 더요? 약을 안 먹는 방법은 체중조절뿐이란다.


  아... 또 체중이 문제입니까?


 결단을 했고, 나름의 식이요법으로 한 달 만에 10kg을 감량했다. 몸이 가벼워지니 좋기는 하다. 급히 빼서인지 처음엔 피부가 늘어지고 주름이 자글거렸지만,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졌다. 이후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갈까 봐 다시 찌지 않으려고 늘 신경을 썼다. 체중을 유지하려면 남모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5년간 유지어터로 살면서 '살찌면 어떡하지'가 뇌에서 떠난 적이 없다.


 최근에 체중이 약간 늘었다. 나잇살이 붙기 시작한 걸까. 이제 좀 편하게 살고 싶건만. 2-30대 시절과 달리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체형이 금세 달라진다. 이제는 둥글둥글 귀엽게 살이 오를 나이가 아니다. 배와 옆구리에 집중적으로 살이 붙는데, 아무래도 허리를 없애는 게 목표인 듯하다. 네 이놈 체지방! 내 무슨 수를 써서든, 약을 늘리는 일은 막고 말 테다.




 


 사람은 외모를 보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는 말이, 내 평생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른다. 겉만 보고 하는 말에 울고 웃지 말라는 말씀으로 새겼다. 인물도 체중도 안 보시는 하나님은 정말 내 아버지가 확실하다. 자식 외모를 보고 예뻐하는 부모가 있으랴.  

 보시기에 좋게 내 중심을 가꾸자. 욕심으로 기름지고 교만으로 무거워지지 않도록 해야지.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내 속은 기필코 가볍고 날씬하리라.






::::::::::::  나름의 체중 감량법을 공개해본다 :::::::::::


(마흔의 집순이로서, 식이요법 위주로 관리했다)


1. 위를 먼저 줄인다. '꼬르륵'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질 때까지 음식을 입에 넣지 않는다. 소리가 나야 진짜 배고픈 것이다.


2. 말도 안 되게 싱겁게 먹는다. 양을 정해두지 않고 먹어도, 맛이 없어서 많이 못 먹는다. 무염식을 하다 보면 저염식도 맛있다. 나중에는 후각이 예민해져서 튀긴 음식, 고기, 유제품, 인스턴트 음식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 비위가 상해 먹을 수가 없다. 좋아하는 메뉴를 간 없이 먹는 방법도 괜찮다.


3. 최대한 붙는 옷을 입는다. 집 안에서 쫄티에 쫄바지를 입으면, 자동으로 배에 힘이 들어간다. 일상에서 칼로리 버닝을 실현할 수 있다. 눈바디 체크도 용이하다.


4. 음식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아, 먹지 못 하는 나를 위로해준다. 나는 영화와 책, 살림에 집중하면서 재밌었다. 체중을 잃고, 영화 취향과 인생 책, 살기 좋은 집을 얻었다.


5. 최대한 많이 잔다. 자는 동안 배가 안 고프고, 충분히 자야, 욕구불만이 덜 하다.




• 식사 약속이 생긴 경우, 외출 1시간 전쯤 집에서 관리식으로 배를 채운다. 폭식을 피할 수 있다.

• 몸이 가벼워지면, 자꾸 움직이고 싶어 진다. 운동은 취향대로 하시길.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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