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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Dec 30. 2020

영감받기 위해 보는 NBA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플레이북 : 게임의 법칙] 리뷰

NBA 팬들 사이에서 NBA라는 리그는 사회의 함축이라고 이야기한다. 

끝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 조직 내의 결속을 다져 82게임의 리그, 4라운드의 플레이오프를 이겨내야 하는 긴 호흡의 스포츠, 그 스포츠 속에는 삶이 반영되어 있다.

모든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시장논리가 강하게 반영된 곳, 가장 현실과 맞닿아있는 스포츠.

작게는 게임 안에서 상대편을 뼛속까지 분석하여 대응하는 전략들부터, 에고로 가득찬 선수들을 원 팀으로 묶는 과정, 팀의 10년치 장기 플랜과 선수의 단기 욕망이 대립하는 측면, 이 모든 것에 농구라는 스포츠적 요소 외 삶의 요소들이 너무나도 넓게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재밌다. 그리고 유익하다.


감히 말하건데 NBA를 10여년째 봐오면서, 필자는 수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때로는 선수들로부터, 때로는 감독들로부터, 때로는 경기장 밖 리포터로부터.

Trust The Process라는 필라델피아 76ers 소속 조엘 엠비드 선수의 말, 

Strive For Greatness라는 르브론 제임스의 철학.

이 모든 NBA의 말말말들은 지금 필자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이 전에 [NBA읽어드립니다] 시리즈나 [욜수기의 짧은호흡]에서 NBA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었었긴 하다. 

때문에 NBA와 관련된 글들을 쓰면서도 농구 이야기만 하기 위해 글을 쓴 적은 없다. 

농구는 늘 스포츠 그 이상의 가르침을 주었고, 이번도 마찬가지.

넷플릭스에 어떤 콘텐츠를 볼까 하면서 기웃거리던 중, 아주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제목은 바로 [플레이북 : 게임의 법칙]

현재 토트넘을 이끌고 있는 축구의 명장 무리뉴부터,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을 이끈 질 엘리스, 테니스 레전드 세레나 윌리엄스의 코치인 파트리크 무라토글루 등, 명장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그 중에서도 닥 리버스라는 NBA 명장 감독의 이야기를 오늘 다뤄보려 한다.


본격적으로 다큐의 내용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닥 리버스라는 감독은 항상 필자가 응원하는 팀의 반대편에 있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에 있었을 때에는 동부의 강호 보스턴 셀틱스, 특히 셀틱스 Big3 왕조를 이끌던 감독이었고, 르브론 제임스가 LA 레이커스에 왔을 땐, 심지어 같은 연고인 LA 클리퍼스에 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라는 두 사람을 축으로 강력한 대항마를 구축한 감독이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닥 리버스를 응원해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응원하는 팀의 상대편 감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올해 클리퍼스의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지 못하고, 고착화된 로테이션과 전술로 강한 뭇매를 맞으며 필라델피아로 새 둥지를 트게 되었을 때에도 "음, 그렇게 되어버렸군" 정도의 반응 외에는 더 말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딱 이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감독임에도 필자의 생각 중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닥 리버스는 분명 명장이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에 닥리버스의 다큐멘터리가 나왔을 때는 안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제목도 [플레이북 : 게임의 법칙]이라니. 닥 리버스의 전술이 어떻게 탄생했을까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다큐를 보기 전에는 그런 전술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찬 1시간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완벽히 빗나간 예상.

실제 다큐에서는 전술적인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닥 리버스의 인생, 그리고 그가 하루 하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어땠냐고? 전술 이야기보다 백 배 유익했다.



다큐는 닥 리버스가 자리에 앉아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난 닥 리버스고 인간이다. 그러니 실수도 저지를 거야


닥 리버스가 이 다큐멘터리에서 언급하는 그만의 인생 규칙은 총 5개. 그 5가지의 규칙에 대해 알아보자.

1. 완주하라
2. 피해자가 되지 마라
3. 우분투는 삶의 방식이다
4. 압박감은 특권이다
5. 챔피언은 계속 전진한다


1. 첫번째 규칙 : 완주하라

닥 리버스는 그의 아버지를 존경했다. 굉장히 많이.

아버지와 관련된 일화를 들으니 충분히 존경할 만한 마인드를 가진 분이었다.

닥 리버스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했을 때 그는 '농구선수'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 때 선생님은 말도 안되는 장래희망이라며 몇 번을 지워버렸다고 한다. 당시에 아버지가 닥 리버스를 데리러 와서 선생님 앞에서는 "선생님 말이 맞다. 프로농구 선수는 무슨! 넌 아무것도 안 될 것이다. 선생님 말씀을 들어라!" 라고 말하고는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있잖아 리버스, 그거 훌륭한 목표야. 목표가 무엇이든 지금은 조금 이르지. 어쨌든 목표를 정하면 완주하거라" 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의 선생님이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터, 둘이 있을 때 그에게 진심어린 이야기를 건네준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은 당연했다.


2. 두번째 규칙 : 피해자가 되지 마라

2014년, NBA에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LA 클리퍼스의 구단주였던 Donald Sterling과 그의 여자친구가 통화 중 말다툼을 했던 것이 유출되었는데, 그 통화본에 심각한 인종차별 발언이 있었던 것이다.

해당 발언에 모든 사람이 격분했고, 특히 NBA 선수 중 다수를 이루고 있던 흑인 선수들은 그로기 상태에 빠졌었다. 닥 리버스는 2014년 보스턴에서 LA 클리퍼스로 둥지를 옮긴 상태였고, 부임 첫 해에 이런 일이 발생하자 더욱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팀을 정비하는 문제 뿐 아니라 그에게도 그 발언은 엄청난 상처로 다가오는 말도 안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닥 리버스는 이 사건 이후 팀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이름은 글렌 리버스다. 메이우드 출신이고 흑인이야." 

"진짜다, 난 흑인이야. 너희는 나를 감독이자 클리퍼스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지. 흑인으로 안 보고 있어. 지금 여기서 나보다 화난 사람이 있다면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내 인생에 있었던 일."

그러면서 그가 초중고 내내 '깜둥이'라 불리며 인종분리정책을 펼친 시카고에서 살아온 이야기, 흑인 폭동을 경험한 이야기, 스킨헤드족이 집에 침입해 불지른 이야기 등을 해주었고, 이야기의 끝에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린 피해자가 되지 않을 거다.

닥 리버스는 선수들에게 이어서 말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너희 몫이다. 너희가 하기 싫으면 경기 안 할거다. 하지만, 어릴 적 난 뒷마당에서 혼자 농구를 하면서 결정적인 슛을 넣을 때마다 관중이 환호하는 소리를 연기하곤 했어. 그런 어릴 적 내 상상 속에  저 X같은 도널드 스털링은 없었다. 그 인간이 내 꿈에 난입해 끝장내도록 두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희가 선택해. 하지만 우리가 경기 안 하면 도널드 스털링이 이기는 거다.

그는 이 말을 뒤로 선택을 선수들에게 맡겼다. 그가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집단으로서의 결정에 대한 것이었다. 흑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결정은 똘똘 뭉쳐서 집단으로서 얼마나 강한지 보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무지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무지를 광고하려 하면 아무것도 하지말고 떠들게 내버려 두십시오." 라며 사건의 심각성을 직접 언급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클리퍼스 선수들의 경기 보이콧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감히 말하건데 클리퍼스 선수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방식으로 상징적인 단체 행동을 했다. 팀을 가장 윗선에서 이끌어가는 구단주라는 사람이 벌인 파렴치한 인종차별 언행과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클리퍼스라는 팀 자체에 대해 선수들이 부끄러움을 표시한 것. 그들은 경기 시작에 앞서 그들이 입고 있던 클리퍼스 연습복을 벗었고, 항의의 표시로 그 져지를 뒤집어 입었다.

닥 리버스 감독은 말한다.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그게 왜? 그럼에도 계속해야 한다. 배우고 잊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두번째 규칙은 어쩌면 가장 삶과 맞닿아 있는 그만의 철학이었을 것이다. 닥 리버스와 클리퍼스 선수들은 그렇게 피해자가 되기보다 역사에 남을 상징적인 집단 행동을 남겼다.


3. 세번째 규칙 : 우분투는 삶의 방식이다

닥 리버스가 꽂힌 우분투라는 것. 우분투 Ubuntu는 아프리카 사회의 삶의 방식이다.

삶의 방식을 넘어 인간의 본질이라고도 한다. 이 우분투라는 것이 강조하는 바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연대에 대한 내용이다. 홀로 있는 인간은 그 말 자체로 모순이라는 주장, 다른 인간들에게 배워야지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분투 정신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사람이 된다.
당신이 잠재력을 펼칠 수 없다면 나도 잠재력을 펼칠 수 없다.
당신은 날 위협할 수 없다. 당신은 선하고 당신이 선해질수록 나도 선할 수 있기 떄문이다.

닥 리버스 감독의 최대 업적이었던 보스턴 시절의 챔피언십 우승. 겉보기에는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레이 알렌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로 빅3를 구축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 쉬운 길 같아보일 수 있지만, 슈퍼스타들을 One Team으로 묶어낸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닥 리버스 감독을 평가할 때 모두가 선수 통제력만큼은 아직까지 최고라고 말할 정도.

에고가 강한 슈퍼스타들에게 하나의 팀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역량이다.

닥 리버스는 그 역량에 이 우분투 정신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우분투라는 세번째 규칙을 2020년 필자의 삶에 녹여내본다.

결코 '나 혼자' 가능한 일은 없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배워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행동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비로소 스스로 발전해나감을 느꼈다. 이 생각을 하고 나서는 영감을 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그 과정이 너무도 즐거웠다. 힙서비라는 소중한 활동을 해나가면서 내적 친분을 쌓은 수많은 기획자들,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사이드를 하던 중에 눈에 띈 이 세상의 수많은 멋진 Sider들, 노션을 정말 알차게 사용하면서 관심갖고 보게 된 수많은 노션잘알들과, 저마다의 이력과 포트폴리오를 노션에 멋지게 녹여내던 많은 사람들. 2020년의 필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감사한 자극과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다. 이렇게 받은 동기부여를 다른 사람들에게 또 나누고자 했다. 필자가 알고 있던 내용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주고,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는 어떻게든지 도우며 스스로 받아왔던 것처럼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이 모든 과정이 우분투였다.


4. 네번째 규칙 : 압박감은 특권이다.

5. 다섯번째 규칙 : 챔피언은 계속 전진한다.


네번째 규칙은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이 깊었던 파트다.

NBA에서는 챔피언이라는 자리가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선수들 모두 우승에 목말라 있고, 우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 번 우승을 한 선수들은 Championship Mind를 갖춘 상태로 다음 시즌에 임하게 되고, 그 위닝 멘탈리티가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대단하다. 위닝 멘탈리티를 대표하는 요소가 바로 압박감을 대하는 태도끝없는 목표의식, 갈망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압박감에 바로 무너진다. 그래서 큰 무대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아쉬운 결과를 낳는다. 중요한 순간에 찾아오는 압박감, 그 감정을 오롯이 부담으로만 느낀다면, 어느 누구든 쉽사리 그 부담감을 떨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닥 리버스 감독은 압박감을 특권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도망치지 말고 오히려 그 쪽으로 달려들라고 말이다.


닥 리버스의 설명 중 특히나 와닿는 말이 있었다.

살면서 압박감 느끼는 상황은 얼마 안 됩니다. 압박감에 시달리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그 정도 위치까지 갔다는 것이에요. 받아들이세요.


살면서 평생 압박감이 심한 상황을 한번도 안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누가 한 번도 안 겪기를 원할까.

그러니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특권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받아들여야 하고 즐겨야 한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힘들다는 걸 이해하고 달려들었을 때, 그 특권을 오롯이 누리게 되는 것이다.

무하마드 알리의 예도 들었다. 닥 리버스의 어릴 적 우상은 무하마드 알리. 사람들은 그와 같이 챔피언이면 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챔피언도 무수히 많은 펀치를 맞는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챔피언은 포기하지 않고 게속 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는 것. 펀치를 계속 맞으면서도 이길 때까지 나아간다는 것. 압박감을 특권으로서 받아들이고, 전진하려 한다. 그 정신이 중요한 20대 쥬니어의 삶을 살아가는 필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2020년을 돌아볼 때, 여러 번의 채용 과정과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기존의 상태에서 벗어나 불확실한 새로운 도전에 여러 차례 뛰어들었다. 리스크로 가득찬 그 과정을 즐긴다. 실패를 하더라도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는 그 기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계에 부딪히거나, 강한 압박감과 함께 역량의 최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순간들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2020년, 숱한 리스크들을 견뎌왔고, 한 해가 다가는 이 순간까지도 일부 리스크는 안고 있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2020년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만족할 수 밖에 없는 한 해'였다고 말할 것이다. 한계에 계속 맞닿는 순간들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케파(capacity)를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2020년의 끝자락에 닥 리버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리지 않았구나. 나는 충분히 2020년에 만족해도 되겠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2021년, 이 다섯가지 규칙은 그대로 새긴 채,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 매일 매일을 집중하며 살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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