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을 꿈꾸는 대학생이 컴퓨터 앞에 앉은 이유(2) -브런치의 시작
이 시기에 무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별개로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생전 처음으로, 대학에 써낼 '진로계획'을 위해서나 '막연한 취업 준비게획 수립'을 위해서가 아닌,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간 정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나이지만,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가슴 뛰게 만들고,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분야라 하면 스포츠와 페스티벌/공연 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공연 쪽보다 스포츠 쪽에 대해 진로를 먼저 생각해 보았었다. 회계사 시험을 공부하기 전,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의 1순위 진로는 체육게였기 때문이다. 알차게 준비해서, 체육계 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세부분야가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프로 스포츠 내 2차 데이터의 중요도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프로스포츠를 열심히 챙겨보는 나에게도 2차 데이터는 늘 흥미로운 주제였고, 전망도 밝다는 생각에 너무도 막연하게 "그래, 데이터 공부를 해보자!" 하는 생각과 함께 코딩 공부를 시작하였다. 혹여나 스포츠계가 아닌 문화산업 진로를 생각하더라도 데이터/통계 공부를 한다는 것은 문화 산업 내 고객 데이터분석의 측면이나 기타 여러 방면에서 그만한 효용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어느쪽이든 염두에 두었을 때, 새롭게 시작하기에 최적이었다. 그렇게 첫 발걸음을 위한 '의미부여'를 마치고 코딩공부를 시작하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내 브런치의 첫 번째 글 [좋아하는 데서 일 찾기]와 그 글에서 이어지는 [데이터 전문가가 되어보기] 매거진을 참조해주면 좋을 것 같다.
2018년 상반기 매거진 [데이터 전문가가 되어보기]를 쓰며 기초적인 코딩(파이썬) 공부를 할 때 가졌던 마인드셋이 있다.
"훗날 일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어떻게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능력을 기르자"
처음 해보는 너무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함에 필요한 마인드셋이었다.
물론 이 생각도 처음부터 가졌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너무도 막연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그래 이렇게 하나하나 능력을 길러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의욕과 자신감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30일만에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DS스쿨에서 파이썬을 배웠는데, 좋은 수업 뒤에 그 내용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기록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순전히 나를 위한 기록이었다.
(참고로 '기록'에 대한 나의 집착은 예전에 올린 브런치 글을 참고해주면 좋을 것 같다.)
수업 내용을 정리하려다 보니, 내가 몇 개월이 지난 뒤에 다시 보더라도 배운 내용이 생각나도록 아주 기초적인 부분을 다 짚어가며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적절한 플랫폼을 찾다 보니 브런치가 보였다.
도전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는 과정이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다른 플랫폼의 블로그처럼 진입장벽은 낮고 그 대신 경쟁이 센 플랫폼이 아닐까 하고 예상했었는데, 예상과 전혀 다르게 진입장벽 자체가 높았다. 심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채로, 몇 편의 글을 제출하여 심사를 받고 브런치 작가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내가 쓰고자 한 글은 '코딩 초짜'가 파이썬을 처음 배워나가는 과정을 담은 가벼운 글이었는데, 브런치에 이를 쓰기 위해서는 가입 승인부터 받아야 한다니..! 예상치 못했다.
멋진 인트로 글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구색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내가 왜 코딩을 잡게 되었는지 서술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좋아하는 데서 일찾기]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글 하나로 심사를 받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물론 스토리를 담기 위해 첫 글을 열심히 쓰긴 했지만, 막연하게 "앞으로 이런 공부를 하고, 열심히 활동을 해 나아가겠다"는 포부만 담긴 글을 보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해준 브런치 팀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데이터 전문가가 되어보기] 매거진과 함께 DS 스쿨에서의 수강 코스가 마무리되어갈 시점, 내가 경험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조회수나 브런치 구독 여부를 떠나 그 과정 자체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관심 있는 분야를 글로 쓰기 시작하면 재밌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번에는 페스티벌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따금씩 페스티벌 관련 소재가 없는 때면, 그에 준하게 개인시간을 투자하는 NBA에 대한 단상이나, 넷플릭스, 유튜브를 보며 얻은 감상을 한번씩 그저 느끼는 대로 써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