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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은 작가 Apr 08. 2016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시란...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작년 이 맘때쯤...

오늘밤처럼 눈 내리던 날

기도했었다.

내 삶에 연결된 나의 모든 나타샤를 사랑하련다...고...


1년동안 묵힌 과실주마냥...

난 이 시가 너무 좋다.


1년동안 눈 내리는 밤에 고요히 읽으려고 기다렸더니... 한밤자고 일어나니 1년이 지난 듯 하다.


좋은 시란...

묵힐수록 거듭 그 시의 향이 깊어지는 것 같다.


※ 한 겨울  일기를 봄 눈 내리는 날 다시 묵혀 읽어보았네요. 하얀 눈 대신 벚꽃이 내리는 날 읽어도 이 시의 향은 제게 더 깊이 느껴지네요.

오늘 하루도 향이 묵혀져 더  좋은 사람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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