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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Oct 16. 2019

내 소원은 뭐지?

어릴 적, 보름달이 뜨면 소원을 빌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 시절 나의 소원은 뻔했다. 

"학교 안 가고 싶다. 태풍이 와라. 아니면 학교가 벼락이라도 맞았으면 아니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

"뉴스 말고 만화만 보게 해 주세요."

 "용돈 많아서 아이스크림이나 잔뜩 먹었으면 좋겠다."


소원이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 지금 내 소원은 뭐지?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도 딱 하나만 말하자면 "평범하게 살기..." 정도다. 지금은 40대, 내 소원을 나이에 따라 어땠을까? 


10대 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가게 해 주세요."라든가 "잠에서 일어나면 천재가 되게 해 주세요."와 같이 학업성적이 우수해 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매 번 시험지에 보이는 빨간 빗줄기만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주눅 들기 일수였다. 그게 싫어서 옆 친구보다 시험을 잘 보려고 무진장 소원을 빌고 또 빌었던 듯싶다.


20대 시절에는 대학과 취업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이 있었다. 대학시절, 매일 똑같은 소원 하나가 있었다. "이쁜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직도 노는 걸 좋아하지만 그때는 정말 여자들과 노는 걸 엄청 좋아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이쁜 여자 친구와 절대 사귄 적은 없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추파를 던지며 신나게 더 놀걸 후회한다. 다음은 취업이었다. 이건 뭐. 정말 간절한 소원이었다. 대학 졸업 후 백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돈도 벌어야 했다. 누구나 그렇지만 취업이라는 큰 산은 도통 안갯속에 감춰져서 보이질 않았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것 같다. 친구와 소주 한 잔을 마시며, 돈은 어떻게 벌지?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취업이라는 큰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꽤 처절한 싸움을 했던 것 같다. 


30대 시절에는 뭐니 뭐니 해도 결혼이었다. 사실 결혼할 생각도 없었지만, 짚신도 짝이 있다는 옛말에 그 짝을 만나게 되면서 결혼에 대한 고민과 소망이 깊어졌던 것 같다. 결혼이라도 해서 다행이다라는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린다. 사실 지금도 옆 동료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결혼 안 하셨으면 지금 폐인이 되셨을 겁니다.", "형수님께 잘하십시오." 다 맞는 말이다. 30대는 가정을 꾸리는 과정이 참 험난했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아내와 이쁜 두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소원이란 생각을 하고 목표를 정하고 행동을 하기 위한 절대적인 원동력인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바라던 소원이 마음으로만 그치지 않았고,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신기하다. 작든 크든 내가 원하는 바로 흘려갔다. 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뜬구름 잡는 소원이라 하더라도 머리와 가슴에 솔직한 마음을 새기는 게 꼭 필요한 것 같다. 어찌 보면 그 마음이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무의식 속에 잠재된 내 소원의 방향키. 혹시, 소원이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어 졌다. 지금 내 소원은 뭐지?


"오늘 하루, 평범하게 잘 지내길 빕니다." 


[그림 :  김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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