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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n 12. 2019

<고참>과 <졸따구>

음식에 대한 기억

전기차 <볼트>는 왜 이리 조용한 거야? 시동이 켜 있는지 아닌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아주 조용하다. <졸따구>는 전기 자동차의 조용함에 놀라고 술을 끊은 <고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제 자신도 술을 끊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운전석에 앉아있는 푸근한 얼굴의 <고참>에게 물어본다.


“요새 혼밥 하세요?”

“응.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외로운 미식가처럼 혼밥을 즐기고 있어.”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너도 내 나이 먹으면 이렇게 될 테야.” 하며 <졸따구>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이에 굴하지 않고 <졸따구>는 자기 할 말만 지껄이고 있었다.


“근데, 혼밥에 맛집 찾아다니시는 김에 사진도 찍으시니. 글도 써 보세요. 기록으로 남기고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 볼까? 별 점도 매겨보고?”

“네. 이왕이면 자료를 정리해서 책으로 쓰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고참>은 말이 많아진 <졸따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별점 5개도 있고 3개도 있을 테니. 정리하면 꽤 좋겠는데.”


<졸따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 오른 듯 <고참>의 말을 끊으며 지껄인다.

“그거 있잖아요. 어느 식당에 가면 누군가와 꼭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 말이에요. 친구가 좋겠네요. 좋은 음식은 혼자 먹을 것보다는 함께 먹는 게 좋잖아요. 이왕 혼밥 하시면 여러 군데 다녀 보시고... 30군데? 그리고 사진 찍고 메모해 보세요.”


<졸따구>는 말속에 또 다른 생각을 이어가며 <고참>에게 말했다.

“맛집을 다시 갈 때는 그 맛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이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거예요. 얼마나 좋을까요. 그 과정을 기록하는 거예요. 가령 제목을 붙이자면 음... <이 맛집에 어울리는 친구> <친구와 음식 그리고 추억> <이 맛에 혼밥> <이 맛에 커플> 등.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오를 것 같아요. 어떠세요? 이런 즐거움도 있으면 좋겠어요.”


<고참><졸따구>의 허무맹랑한 말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래… 좋은데. 1:1로 맛집을 함께할 친구를 모시는 거야. 좋다. 나도 이제부터 짧게나마 메모를 해야겠다. 나중에 맛집을 다시 찾을 때 함께할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겠어.”


<졸따구>는 조용한 <볼트>의 숨소리가 어떤지 궁금해하며 머릿속에 여러 키워드를 새겨놓는다.


<혼밥>, <맛집>, <음식>, <추억>, <사진과 글>, <기행문>


짧은 대화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점을 찾기보다는 진정한 맛집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서 추천해 줄 수 있는 재미난 <저녁 식사>


언젠가 늙고 또 늙어서 누군가 함께 할 수 없지만 그 맛집에서 <혼밥>을 하며 소중한 친구 혹은 그 시간을 곱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을 기분 좋고 흥미롭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볼트>의 안락한 숨소리와 함께 <졸따구>는 손수 운전해 주신 <고참>을 고마워하며 오늘도 말 많은 딱따구리가 되었다.


-<고참><졸따구>는 다음 달 맛집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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